‘베스트셀러=워스트셀러’ 책의 진실을 보라
‘베스트셀러=워스트셀러’ 책의 진실을 보라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4.12.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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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한지은 기자] ‘책값 거품 빼기’, ‘작은 서점 살리기’의 타이틀이 주목됐던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도서정가제 개정법안이 시행된 출판계는 어떤 동향을 보이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간간이 들려오는 소식으로는 ‘아직 변화가 미미하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으로 미뤄 볼 때 현재 출판계는 어마어마한 난항에 빠져있다. 책을 찾는 사람은 점점 줄고 출판계의 기둥을 받쳐야 할 중소출판사나 작은 서점들은 점점 구석으로 몰리고 있다.

그렇다면 그 논란의 중심에 놓여있는 ‘도서’ 현황은 어떨까. 신간들은 하루가 멀다고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베스트셀러는 오르락내리락 끊임없이 순위 다툼을 하고 있다.

더불어 주목해야 할 것은 어느 사이엔가 대형 서점들의 베스트셀러 목록이 책 구매에 꽤 믿을 만한 기준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는 것이다. 목록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서는 다 엇비슷한 분야인 경우가 많다. 책에도 ‘유행’이라는 것이 생겼는지 한 분야가 베스트셀러 목록을 차지하기 시작하면 거의 모든 출판사가 앞다투어 우르르 비슷한 책을 찍어 낸다. 이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비단 출판 관계자들만이 아니다. 독자들도 우리 출판 시장의 문제점을 이미 눈치채고 있다. 지금의 독서문화는 무언가 상당히 잘못됐다는 의미다.

우리가 ‘동네 서점에서 스스로’가 아닌,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의지해’ 책을 고르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책은 내가 스스로 뒤적이며 고르거나 타인의 추천으로 구매하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언제부턴가 우리는 인터넷 서점 홈페이지에 노출된 책과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며 책을 고르게 됐다. 이 현상은 동네 서점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대형 서점과 대형 출판사가 출판문화를 주도하게 된 시기와 부합하는 시점에 시작됐다. 즉, 책에 자본이 스며들면서부터 정통적이라 할 수 있는 많은 중소출판사와 유서 깊은 동네 작은 서점들은 이미 경쟁에서 밀려난 것이다. 알게 모르게 독자들의 도서 선택은 제한받고 있으며 현재 변화된 출판 환경에서 베스트셀러 만들기는 독자 개개인의 판단과 입소문이 아닌 자본의 논리로 이뤄진다.

저자 김욱은 저급해진 우리의 출판문화가 어떻게 독자들을 속이고 있는지 거짓 없이 낱낱이 밝히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팔십 평생을 책과 함께해 온 장서가이자 번역가이며, 오랫동안 신문기자 및 번역, 집필 활동을 해온 그는 십여 년 전부터 출판의 현실을 끝까지 밝혀야 한다고 마음먹어왔다. 그는 우리나라가 책 공장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책들이 획일화되고 그 질도 낮아져 독자들의 철학과 사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

독자들이 새로운 것을 외면하고 익숙한 것만 찾거나 안주하려고 하는 한, 출판가와 서점계는 그런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할 뿐이다. 스스로 책을 상품으로 전락시킨 출판계는 분명 반성해야 하지만, 좋은 책을 발견해내려는 노력을 포기한 독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안일함이 계속된다면 더 이상 책에 기대할 것은 없을 것이다.

■ 베스트셀러 절대로 읽지 마라
김욱 지음 | 모아북스 펴냄 | 288쪽 |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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