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한지은 기자] ‘이러다가 세상이 망하는 건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들 정도로 매스컴에서는 연일 세상 종말의 징조들을 쏟아낸다. 점점 심각해져 가는 재정 위기, 자원 고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자연재해는 이런 두려움이 한순간의 심리적 문제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고한다.

특히나 대량 생산과 과잉 소비로 점철된 오늘날의 경제 시스템은 이미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뉴스에 보도되는 것처럼 정말 모든 것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면 어떻게든 최악의 시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여긴 독일의 저널리스트 그레타 타우베르트는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모든 아이디어를 1년간의 생존 연습을 통해 실험해보기로 한다.

저자는 직접 소비 파업에 돌입해 그동안 우리를 옭아매고 있던 시스템으로부터 자립하고 스스로 생존 방법을 찾고자 시도한다. 1년 동안을 위기 상황이라고 가정한 후 돈에 기반을 둔 소비 없이 살아보기로 한 것이다. 위기 시에 먹을 것은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지,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정말로 필요한 것이 어느 만큼인지 배우고, 이를 통해 욕망의 수준을 낮출 방법과 그 욕망을 다른 식으로 만족시킬 대체재를 찾는다. 이러한 시도는 시스템과 물질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반성이면서 다음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예행연습이다.

저자가 뛰어든 소비 파업은 화폐 시스템에서 벗어나겠다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돈 자체를 쓰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돈의 왜곡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대량 생산에 따른 고도 소비와 더 많이 가지겠다는 논리에서 벗어나 유한한 자원과 화석에너지에 덜 의존하려고 노력하고, 나아가 타인에게 조종되고 있다는 느낌을 야기하는 컴퓨터와 기술적 지능에서도 독립하고자 한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다르게 살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현재의 불안이 새로운 희망으로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 대안과 영감을 제시한다.

■ 소비 사회 탈출기
그레타 타우베르트 지음 | 이기숙 옮김 | 아비요 펴냄 | 312쪽 |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