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대중을 위한 고고학-미술사 교양서. 고고학 현장의 느낌을 저널리스트 특유의 깔끔한 문장으로 기행문 형식의 글이 담겨있다. 서울신문 문화부에서 문화재담당기자와 학술담당 기자, 종교담당 기자로 활동하며 명성을 떨치던 이 책의 저자 황규호는 1998년 신문사를 퇴직한 이후에도 재직시절의 취재원이었던 고고학, 미술사 학계와의 인연을 계속해 나간다.
그 결과물인 이 책은 저자가 프랑스 파리 고인류연구소에서 열린 한국 프랑스 구석기 워크숍 당시 인류 구석기 유적의 메카로 통하는 발로네 동굴, 라자레 동굴 등 남프랑스와 서남부 프랑스 일대의 프랑스 주요 선사 유적을 둘러본 경험에 바탕을 둔다. 더불어 서남아시아의 인류문명과 불교미술 발상지, ‘시베리아 100년의 파노라마’ 국제학술회의에서 시베리아와 알타이 문화를 조명했던 기록도 담아냈다.
책 후반부에는 약 35만 년 전 전기 구석기유물로서 당시 만능연장으로 통했던 아슐리안 주먹도끼의 고장 ‘한반도 중부 한탄강변 전곡리유적 고인돌 문화’ 등을 함께 다뤄 입체적, 유기적 구성을 취하고 있다.
책 속에서 다뤄지는 동서양의 시공간은 놀랍도록 장구하며 방대하다. 이야기는 고인류의 첫 데뷔를 알리는 160만 년 전에서 출발해 인류가 처음 유럽에 들어온 홍적세 초기를 더듬으며 불을 다룰 줄 알게 된 흔적이 확인되는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고고학 유적 탐사가 이 책의 몸통을 이룬다면 시베리아 고고유적도 그 가지로서 함께 점검하고 있다. 알타이와 관련한 대목에서는 시베리아와 한반도 문화의 친연성을 역사의 여명기부터 드러내 관심을 끄는 고고학의 현장으로 주목한다. 이 밖에도 파키스탄 등 서남아시아를 함께 둘러본다.
■ 저널리스트가 쓴 유라시아 고고기행(考古紀行)
황규호 지음 | 주류성출판사 펴냄 | 258쪽 |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