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구에서 묻어난 민족의 투혼
총구에서 묻어난 민족의 투혼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4.10.1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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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한지은 기자] 전세계의 역사에는 ‘전쟁’이라는 것이 마치 절차인 듯 반드시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쟁이란 것은 인간의 폭력성을 드러낸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 속에는 조국을 위한 투쟁과 패기, 충성심이 함께 담겨있다.

역사소설 『총의 울음』은 140여 년 전, 조선을 침입한 프랑스와 미국 함대를 물리친 옹골찬 범 포수들의 투혼을 그린다. 대원군의 쇄국정책이 빚은 비참한 패전으로 간주됐던 병인양요(1866)와 신미양요(1871). 그러나 미국은 오히려 신미양요를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는 패한 ‘승리한 패전’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 전쟁에 투입됐던 조선군 주력부대가 함경도와 평안도에서 차출된 백두산 범 포수였음을 역사기록의 행간에서 발견했고, 그것이 이 이야기의 뼈대가 됐다. 대한민국 개화의 여명기, 역사의 그늘에 묻힌 백두산 범 포수들의 처절한 항전과 조선의 위대한 승리를 다시금 조명한다.

임진왜란 때 일본의 ‘조총’이 조선에 전해진 이후 화승총은 함경도와 평안도 범 포수들의 손에 들어갔다. 이후 범 포수들의 용맹함은 중국과 러시아에까지 그 명성을 떨쳤다. 17세기 중엽 효종 임금의 북벌 계획에서 주력 부대로 편성된 것이 화승총 부대와 범 포수 자원이었으며, 이들은 두 차례의 나선정벌(1651-1654)로 흑룡강 유역에서 러시아 부대를 궤멸 상태로 몰고 갔다. 그때부터 조선의 군부는 백두산 범 포수들을 ‘최정예 조선군’으로 여겼다.

19세기 동아시아에 몰아닥친 서세동점의 기류를 타고 프랑스와 미국은 첨단 무기인 라이플과 거대 함포로 무장해 조선을 침공했다. 이미 영국이 아편전쟁으로 청나라를 점령하고, 미국의 페리 제독이 일본을 침략해 강제화친을 맺은 이후였다. 그러나 조선을 침략한 프랑스와 미국은 커다란 난관에 부딪혔다. 아무리 함포와 라이플을 쏘아대도 죽을지언정 항복하지 않는 이상한 부대를 만난 것이다. 바로 그들이 강화도에 배치된 백두산 범 포수 부대였다.

항복보다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노라며 발사한 범 포수 부대의 화승총 총성은 그야말로 피와 눈물이었다. 서양 군대의 라이플에 비하면 딱총보다 못했던 화승총이었지만, 범 포수의 기개는 침략군을 질리게 만들었다. 물러나지 않는 조선군을 계속해서 상대할 여력도, 흥선대원군의 강경한 쇄국의지를 꺾을 방법도 없었다.

벼락이 꽂히듯 나타난 조선군이 검지로 화승총의 방아쇠를 감은 채 사나운 눈매로 틸턴의 이마에 총구를 정조준했다. 꿈쩍도 않는 서서쏴 자세였다. 틸턴은 그의 앞에 갑자기 솟구쳐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범 포수 앞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조선군은 불과 7~8미터 앞에서 화승총을 들이대곤 마치 바위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본문 200쪽 중

결국 프랑스와 미국은 강화도를 점령하고도, 목표했던 통상조약을 체결하지 못한 채 한 달여 만에 슬그머니 철수하고 말았다.

5년을 이 책의 집필에 매달린 저자 손상익은 이 작품 속에 가슴팍 아래서 무언가 차오르는 역사 속 삶을 담아냈다. 항복해 무릎 꿇고 사느니 서서 싸우다가 꼿꼿하게 죽기를 원했던 백두산 범 포수들의 꺾이지 않는 투혼, 한국전쟁 이후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강국의 반열에 올라선 대한민국 국민들의 ‘깡과 패기’의 뿌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총의 울음 상, 하
손상익 지음 | 박이정 펴냄 | 각 341/302쪽 | 각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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