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도학의 사유체계와 쟁점의 성격
조선시대 도학의 사유체계와 쟁점의 성격
  • 독서신문
  • 승인 2014.09.23 14: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문학 강의> 한국 유교의 세계관과 시대적 과제
최근 대학의 상아탑 안에 머물던 인문학과 고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강의하는 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본지는 이같은 인문학과 고전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지속시키고 인문학 열풍을 더욱 확산시키고자 유명 석학들의 강연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 편집자 註

 

[독서신문] I. 조선시대 도학의 성격과 과제

‘도학(道學)’은 ‘주자학(朱子學)’ 내지 ‘이학(理學)’이라는 말과 같은 말로 쓰인다. 도학-주자학은 조선시대를 관통해 국가의 체제를 정립하고 운영하는 통치원리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조선사회가 이뤄낸 찬란한 문화의 업적은 기본적으로 도학의 공적이며, 동시에 조선사회가 빠져들었던 퇴락의 병폐는 모두 도학이 일차적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한 마디로 도학은 ‘조선사회의 영혼’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도학은 성리설의 활발한 토론을 통해 우주와 인간의 기본구조를 인식함으로써 사회질서와 인간의 도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근거를 확립했다. 따라서 도학의 기본과제는 인간의 마음(心)과 성품(性)을 정밀하게 해명하는 ‘성리설’의 이론적 분석을 기초로, 인간의 품격을 성인(聖人)에 이르도록 극진하게 향상해가는 ‘수양론(修養論)’의 인격실현 방법을 계발했고, 도덕적 정당성을 사회적으로 실현함으로써 불의(不義)에 저항하는 ‘의리론(義理論)’의 강인한 신념을 확립하는데 진력했다.

나아가 인간관계와 사회체제의 질서를 정립하기 위한 의례의 절도를 규정하는 ‘예설’에 세밀한 관심을 기울였고, 왕도(王道)정치의 이상을 사회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경세론(經世論)’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기울였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도학에서 성리설·수양론·의리론·예설·경세론의 기본과제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인간의 신체에 비유하자면 성리설이 머리에 해당한다면, 수양론은 심장에 해당하는 것이요, 의리론은 척추에 해당한다면, 예설과 경세론은 사지와 그 활동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II. 조선시대 도학의 사유체계

조선시대 도학의 사유체계가 제시하는 기본과제를 세 가지로 집약시켜 본다면, 그 하나는 ‘우주론적 근원의 일원(一元)에 따른 통합논리’요, 또 하나는 ‘도덕적 인격의 배양과 정당성의 사회적 실현을 위한 신념의 확립’이요, 다른 하나는 ‘사회적 질서를 추구하는 예법과 치도(治道)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

① ‘일원(一元)’의 통합논리: 도학의 형이상학적 이론을 제시하는 것은 ‘성리학’이다. 성리학에서는 존재의 기본양상은 ‘하늘(天)’-‘인간(人)’-‘만물(物)’로 파악하고, 존재의 기본구조를 ‘이치(理)’와 ‘형기(氣)’의 틀로 파악한다. ‘하늘(天)’ 내지 ‘이치(理)’는 모든 존재영역을 통합하는 하나의 근원인 ‘일원(一元)’으로 인식된다.

② 도덕적 인격의 배양과 정당성의 사회적 실현을 위한 신념: 도학은 먼저 인간의 성품이 본래 선하다는 성선(性善)의 도덕적 근거를 인식함으로써, 안으로 선한 성품을 실현하는 과제요 인격의 배양을 위한 방법으로서 ‘수양론’을 제시하며, 이와 더불어 인격 내면의 선한 가치를 근거로 밖을 향해 사회적 정당성을 실현하는 신념으로서 ‘의리론’을 제시한다.

③ 사회적 질서를 추구하는 예법과 치도의 실현: 성리설이나 수양론이 인간의 도덕성을 각성하는 내면적 인식의 과제요, 자신의 인격을 배양하는 개인적 과제라면, 이에 상응해 사회로 확장되는 실천의 과제가 곧 ‘예법(禮法)’과 ‘치도(治道)’라 할 수 있다. 예법은 인간이 사회 속에서 구체적으로 행동하는 절도이지만, 그 근원은 보편적 원리인 이치에 근거한다는 것은 ‘예법’이 ‘성리’에 기반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예법’은 ‘성리’에 근거함으로써 그 정당성을 확보하고, ‘성리’는 ‘예법’으로 구현됨으로써 그 현실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III. ‘심-성’(心性)의 인식과 수양

(1) ‘심-성’의 이기론적 인식과 현실적 대응

▲ 퇴계 이황(왼쪽)과 율곡 이이

조선시대 도학에서 전개됐던 성리설에 관한 여러 주제의 논쟁이 있었지만, 크게 보면 가장 중요한 논쟁은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16세기 중반에서 시작된 ‘사단칠정논쟁(四端七情)’과, 다음으로 18세기 초에 활발하게 일어났던 ‘인물성동이논쟁(人物性同異論爭)’과, 마지막으로 19세기 말에 일어났던 ‘심주리주기논쟁(心主理主氣論爭)’이 조선시대 성리설 논쟁의 중심 주제를 이룬 가장 큰 쟁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 도학의 성리설 논쟁을 돌아보면, 16세기 이후의 ‘사단칠정논쟁’은 감정(情)의 문제에 관한 토론이었고, 18세기를 전후해 시작된 ‘인물성동이논쟁’은 본성(性)의 문제에 관한 토론이었으며, 19세기 말의 ‘심주리주기논쟁’은 마음(心)의 문제에 관한 토론이었다.

① ‘사단칠정논쟁’과 16세기의 시대상황: 16세기 중반에 퇴계와 기대승(高峯 奇大升) 사이에 ‘사단-칠정’의 문제에 대한 일대 성리설 논쟁이 벌어졌고, 이어서 율곡과 성혼(牛溪 成渾)사이에 이 논쟁이 이어졌다. 퇴계와 율곡의 ‘사단-칠정’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양립하면서, 그 이후 퇴계학파와 율곡학파가 형성돼 ‘사단칠정논쟁’이 확산·심화돼 갔다.

‘이치’와 ‘기질’을 근원적으로 두 가지라 보는 퇴계의 이원론적 입장에서는 ‘이치’도 ‘기질’과 더불어 감정의 양상에 따라 발동하고 서로 발동의 주체가 된다는 것으로, ‘이발설(理發說·互發說)’로 일컬어진다. 이에 비해 ‘이치’와 ‘기질’을 현실적으로 하나라 보는 율곡의 일원론적 입장에서는 ‘이치’는 발동하지 않으며 ‘기질’만 발동하는 한 가지 길만 있다는 것으로, ‘기발설(氣發說·一途說)’로 일컬어진다.

② ‘인물성동이논쟁’과 조선후기의 시대이념: 18세기초 율곡학파 안에서 이간(巍巖 李柬)은 하늘에서 부여된 근원으로서의 성품인 ‘본연지성(本然之性)’을 본성의 기준으로 확인해 ‘인물성동론’을 주장하고, 한원진(南塘 韓元震)은 인간과 사물의 기질 속에 부여된 현상으로서의 성품인 ‘기질지성(氣質之性)’을 본성의 기준으로 ‘인물성이론’을 주장해 논쟁을 벌였다.

이 논쟁은 율곡학파 전반에 확산됐는데, 이간의 ‘인물성동론’은 근기(近畿)지역의 학자들이 주로 지지했기 때문에 ‘낙론(洛論)’이라 일컫기도 하고, 한원진의 ‘인물성이론’은 호서지역의 학자들이 주로 지지해 ‘호론(湖論)’이라 했다. 이로 인해 ‘인물성동이논쟁’은 ‘호락논쟁(湖洛論爭)’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③ ‘심주리주기논쟁’과 한말의 역사적 위기의식: 퇴계는 마음을 이치와 기질의 결합이라 보는 ‘심합이기설(心合理氣說)’을 제시하고, 율곡은 마음을 기질이라 보는 ‘심즉기설(心卽氣說)’을 제시해 견해의 차이를 드러냈다. 그런데 율곡학파에 속하는 19세기 말의 도학자인 이항로(華西 李恒老)는 마음이 이치를 주장으로 삼는다는 ‘심주리설(心主理說)’을 제시해 율곡의 견해와 다른 새로운 이론을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항로의 제자들인 김평묵과 유중교가 맞서면서 화서학파 안에서 ‘심주리주기논쟁(心主理主氣論爭)’이 벌어졌고, 화서학파의 후학들 사이에 양쪽으로 갈라져 논쟁이 확산됐다.

(2) 심성의 수양론적 이해

16세기 초 조광조(靜菴 趙光祖)는 중종 임금에게 덕을 닦는 수양론의 과제로서 ‘정밀함(精)’과 ‘한결같음(一)’을 제시하면서, 마음을 ‘한결같이’하는 수양의 방법은 바로 의리를 실현하는 근거로 확인했으며, 마음을 ‘정밀하게’ 하는 수양의 방법은 치도의 근거로 밝히고 있다. 이처럼 인격의 ‘수양’은 ‘의리’와 ‘치도’의 실천근거임을 확인해 도학에서 의리론의 신념과 치도론의 실천이 수양론에 근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정리 = 한지은 기자

*본고는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석학인문강좌’(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금장태 서울대 명예교수가 ‘한국 유교의 세계관과 시대적 과제’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발췌 수록한 것입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