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그냥 놔두게. 그도 대한민국이야!"
<75> "그냥 놔두게. 그도 대한민국이야!"
  • 독서신문
  • 승인 2014.09.2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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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영의 풀 향기

▲ 황태영 수필가

[독서신문] 1950년대 말 프랑스는 알제리 독립문제로 심각한 대립이 있었다. 프랑스는 천연가스가 무궁무진하고 기름이 나오는 땅 알제리를 포기하기 싫었다. 우파는 알제리 독립을 반대했고, 좌파는 독립을 찬성했다. 이들의 대립은 대통령이 암살 당할 위기에 처할 정도로 극심했다. 싸움은 전쟁분위기에 가까웠고 프랑스는 분리 위기에 처해 있었다. 우파 대통령 드골에게 이 난국을 타개할 중책이 맡겨졌다. 이 혼돈의 시기에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샤르트르가 모국의 식민지정책에 반항했다. 사르트르는 말과 글로 식민지의 반인간성, 반역사성을 강력하게 외쳤다. 그뿐 아니라 스스로 알제리 반군을 도울 자금을 모아 직접 전달까지 했다. 경찰의 감시를 피해 그가 국외로 빼돌린 돈은 알제리인들이 무기를 구매하는데 필요한 돈이었다. 따라서 프랑스로 보면 엄청난 반역이었다. 자신의 군대를 겨누는 총칼을 적에게 지원해주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던 것이다. 우파들은 격노했다. "샤르트르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들끓었다. 드골에게 이러한 민심을 강력하게 건의하자 드골이 짧게 한마디 했다. "그냥 놔두게. 그도 프랑스야!"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모국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자부심은 나와 다른 사람을 배척하고 증오하는 것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탄압과 억압은 갈등의 골만 깊게 할 뿐이다. 반대자에 대한 포용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부싯돌은 서로 부딪쳐야 빛이 난다. 대립은 깨부수고 타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빛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 되어야 한다. 끝까지 하나만 고집하는 사람보다는 '서로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 더 지혜롭다. 권력이 많은 사람보다는 포용력이 큰 사람이 더 믿음직하다. 자부심은 권력의 위압이 아니라 진실에 대한 존경에서 온다.

부의 크기가 아니라 배려의 크기가 큰 나라가 더 살기가 좋다. 돈이 풍족한 요즈음보다 마음이 풍족했던 예전이 자살이나 우울증이 적었다. 중국의 전설적인 성인인 하우(夏禹)와 후직(后稷)은 치수와 농사의 책무에 최선을 다했다. 자기 집 문 앞을 세 번씩이나 지나가면서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공무를 우선했다. 하우는 물에 빠진 백성이 있으면 자신이 치수를 잘못하여 빠지게 되었다고 마음 아파했고, 후직은 굶주리는 사람이 있으면 스스로 일을 잘못하여 굶주리게 했다고 괴로워했다. 늘 백성의 입장에 서려고 노력했다. 입장을 바꾸어 상대방의 처지에서도 헤아려 보려(易地思之)해야 한다. 그래야 진심이 전달되고 서로 공명할 수 있다. 사람은 각자가 보고 들은 만큼 알게 되므로 주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자기의 독단에서 벗어나려면 상대의 입장에 서 보아야 한다. 갈등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부족에서 생긴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하게 해서는 아니 된다(己所不欲勿施於人). 다산 정약용 선생은 "사람들은 가마 타는 즐거움만 알지, 가마 메는 괴로움은 알지 못한다(人知坐輿樂 不識肩輿苦)"고 탄식했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 전에 반드시 입장을 바꾸어놓고 생각해보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 이념이나 정책적인 논쟁도 그렇지만 그보다는 왕따, 묻지마 칼부림, 성폭행 등 약자보호의 경우 역지사지가 더욱 절실하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단 한번뿐인 삶이 어떻게 될지 만약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본다면 차마 그런 범죄를 못 저지를 것이다. 가진 자가 없는 자를 생각하고 강자가 약자를 보호할 때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복된 사회가 된다.

포용과 배려는 가진 사람, 힘 있는 사람이 먼저 해야 한다. 나와 다름을 포용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입지를 배려해줄 때 사회는 체온이 감돌게 된다. 숲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고 기운이 난다. 숲은 풀과 꽃, 큰 나무와 작은 나무들을 차별 없이 포용해주기 때문이다. 몸은 아픈 곳을 보호하고 치료해야 한다. 상처를 방치하면 몸이 썩고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약한 곳이 덧나 몸져눕게 되면 성한 곳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약자를 감싸고 지원해야 한다. 약자가 무너지면 승자도 불행해진다. 사회는 약자가 기운을 받을 수 있는 차별 없는 숲이 되어야 한다. 서로가 입장을 바꾸어 배려해주고 지켜주고 포용해야 평화로운 숲이 만들어진다. 양 극단의 극한 대립과 다툼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통 크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냥 놔두게. 그도 대한민국이야!"

/ 수필가, 『편지가 꽃보다 아름답다』 저자, 인사동 ‘희여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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