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지역, 채만식 『탁류』 스토리텔링
군산지역, 채만식 『탁류』 스토리텔링
  • 독서신문
  • 승인 2014.09.23 13: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선생 와이드 철학논술

[독서신문] Ⅰ. 개념 생각해보기

 

금강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갈등과 모순의 세계를 찾아볼 수 있는 문학작품은 채만식의 『탁류』이다. 『탁류』 도입부에 나오는 금강과 미두장 모습을 통해 1차 공간 텍스트를 위한 스토리텔링은 구획화 된 문화 공간, 비대칭 문화 공간, 숭고한 문화 공간이라는 현상으로 정리될 수 있다. 대립현상은 아래와 같이 나타난다. 

                       전통공간 / 근대공간
                     숭고(崇高) / 식민지일상(俗)
                       수직·상  / 수평·하

문화를 큰 틀에서 살펴보면 문화 자체가 하나의 텍스트로 작용한다. 이때 텍스트는 여러 가지 양식이 복합적으로 모여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분석 단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포이애토스 (F. Poyatos)는 이를 문화소(cultureme)라는 단위로 문화 체계를 분석한다. cultureme는 상징적 가치를 갖는 기호들 안에서 감각적 혹은 지적으로 이해된 문화 활동의 어떤 부분을 말한다.
문화 분석 첫 번째 단계에서는 문화 양식들이 도시에서 나타나는가, 농촌에서 나타나는가, 그 관찰자가 외부에 있는가, 내부에 있는가에 따라, ‘도시적-외부적’,  ‘도시적-내부적’, ‘농촌적-외부적’, ‘농촌적-내부적’이라는 기본적 영역이 구분되고, 이러한 영역을 동시에 네 개의 기본적인 문화소로 분류하면서 시작된다.(-송효섭, 위의 책, 244~245쪽.) 이를 미두장을 중심으로 알아보겠다.
문학작품은 언어로 표현하여 만들어진 건축물로 작가가 그린 지도위에 나타나며 지도에 방위가 있듯 작품은 당대 세계에 대한 존재를 알려주는 방향이 있다. 작가가 당대 상황에 대해 떠올리는 상상력의 방향이기도 한 공간이 문학작품을 통해 세계를 어떻게 그리고 자리 잡게 하는가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때 작품으로 그려 주는 공간에 대한 문제는 문학작품을 통해 해석될 수 있는 세계와는 다른 모습이다. 문학작품을 통해 볼 수 있는 세계는 작품 속에서 그리고 있는 공간이 하찮은 집이거나 다 쓰러져 가는 집일지라도 충분히 확장될 수 있다. 이러한 확장 속에서 작품이 내재하고 있는 공간을 의미 있게 밝혀 나갈 수 있을 것이다.

Ⅱ. 개념과 생각확대하기

1. 채만식 소설 『탁류』

채만식은 소설 『탁류』를 통해 ‘탁류’에 대한 의미를 “우리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잇는 지극히 선량한 녀자 하나가 처음 인생을 스타-트하자, 세상이 탁함으로써 억울하게도 가추가추 격는 기구한 『생활』을 중심으로 시방 세태의 아수적은 몃 귀탱이를 그린 게 이 소설이다.”(-우한용, 채만식 『탁류』, 서울대학교출판부, 1997, 3쪽.)

고 밝히고 있다. 이 소설은 군산이라는 ‘대처(大處=市街地)’를 지도를 펴놓고 보듯 들여다보면서, 금강을 따라가며 비옥한 평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금강(錦江)……  
이강은 지도를펴노코안저 가만히 디려다보느라면 물줄기가 중둥께서 남북으로 납작하니째저가지고는 한강(漢江)이나 영산강(榮山江)도 그러키는 하지만 그것이 아주 재미잇게 벌어저잇슴을 알수가잇다. 한번 비행기라도 타고 강줄기를 따러가면서 내려다보면 그럼직할 것이다. 
저 준험한 소백산맥(小白山脈)이 제주도(濟州島)를 건너다 보고 뛰염을 뛸듯이 절라도의 뒷데숙이를 급하게 달리다가 웃둑……또한번 웃둑 놉히 소꾸친 갈재[蘆嶺]와 지리산(智異山)의 두산의 산협물을 바더가지고 장수(長水)로 진안(鎭安)으로 무주(茂朱)로 이러케 역류하는게 금강의남쪽줄기다.
……(중략)……
여기까지가 백마강(白馬江)이라고 이를테면 금강의 색동이다. 여자로 치면 흐린 세태에찌들지아니한 처녓적이라고하겠다.
백마강은 공주 곰나루(熊津)에서부터 시작하야 백제(百濟) 흥망의꿈자최를 더드머 흘은다. 풍월도 조커니와 물도 맑다.
그러나 그것도 부여전후가한참이지, 강경이에 다다르면 장꾼들의 흥정하는소리와 생선비린내에, 고요하든 수면의꿈은깨여진다. 물은 탁하다. 
예서부터서 올케 금강이다. 향은 서서남(西西南)으로 빗밋이 충청 절라양도의 접경을 골타고 흐른다.
……(중략)……
이러케 에들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黃海)바다에다가 깨어진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채 얼러 좌르르쏘다져 바리면서 강은 다하고 강은 다하는 남쪽 언덕으로 대처(大處=市街地)하나가 올라안젓다.
이것이 군산(群山)이라는 항구요, 이얘기는 예서부터 실마리가 풀린다. 그러나 항구래서 하룻밤 매즌정을 떼치고간다는 마도로스의 정담이나, 정든사람을 태우고 멀리 떠나는 배꽁문이에, 물결만남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갈매기로 더부러 운다는 여인네의 그런 슬퍼도 달코롬한이얘기는 못된다.

-『탁류』 5~7쪽.

금강에 대한 설명은 『탁류』 배경이 된다. 『탁류』 초반부 중심무대는 항구도시 군산이다. 일제강점기 군산은 쌀을 비롯한 여러 가지 곡식을 일본으로 실어 가는 항구로, 일제의 경제적 수탈정책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위는 소설 시작부분으로 백마강 “풍월”과 금강의 바쁜 일상 모습으로 그 모습이 바뀌어 그려져 있다. 금강에 이르면 물이 탁해진다는 암시를 주기도 하지만,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중요한 대목이다. 
백마강 모습을 ‘처녓적’, ‘탁류’라 한 것은 인생사 한 부분을 의미한다. ‘처녓적’은 ‘탁류’ 이전 시기로 ‘세태에 찌들지 않은’ 시기이다. 즉 ‘탁류’는 역사 흐름과 동시에 그 속에서 생활하는 인간 삶에 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강물이 강 하구로 오면서 흙탕물과 온갖 쓰레기들이 섞이어 탁해지는 모습은 흐르는 물과 같이 역사도 시간성으로 흐르고 있음을 통찰하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인간 삶을 공간적으로 투영해내고 있는 소설이 『탁류』이다. 
『탁류』 첫머리는 금강 물줄기를 따라가다 군산에 이르면 ‘그렇게 흘러온 물이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채 얼러 쏘다져 바리는’ 곳으로 강 하구에 위치한 군산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탁류라는 공간을 통해 초봉이 시간을 따라 겪게 되는 운명을 보여 주기 위함이다. 『탁류』 배경인 식민도시 군산의 공간 구획화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 공간 구획화

쌀을 비롯한 여러 가지 곡식을 수탈하는 식민 지배정책에 의해 왜곡된 모습으로 커져가는 도시 군산은 주변에 있는 농촌들과 다르게 변해가고 있으며, 군산 내부는 새로 만들어진 일인 거주지와 조선인 거주지가 분명하게 양분되어 간다. 그리고 다시 자본이 있는 곳과 없는 곳에 따라 중심부와 주변부로 ‘구획화’하게 된다.
공간에 대한 ‘구획화’는 몇 가지 특성으로 일반적 형태를 보인다. 먼저 공간을 구분하고 제한하여 공간을 나누는데 나누어진 공간은 내적으로 이중의 동질화가 이루어지지만 그 외부와는 불연속적이다. 이로 인해 각각의 부분 공간 사이에는 환원될 수 없는 이절성과 차이가 생긴다. 
더불어 말하자면 공간은 지형적 배치에 의해 특정화된다는 점에서 지형적 배치 및 장소(place)에 의존하게 된다. 다시 말해 각각의 부분공간에 대해 적절한 장소와 그렇지 않은 장소가 다소간이나마 정해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장소로서 공간 일반은 상품화되며 상이한 가치(지대)를 갖게 된다
.(-이진경,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푸른 숲, 2002, 296쪽.)
이와 같이 공간에 대한 ‘구획화’는 집이나 공장 내부를 구획하며, 또한 도시와 국가까지 구획한다. 이 구획화는 자본에 의해 서로 다른 연속적이지 않은 공간들로 나누어진다. 구획화에 의해 나누어진 도시의 근대 공간은 본질에 있어 서로 간 공간을 넘을 수 없게 만드는 벽을 만들게 된다. 이렇게 나누어진 구획화 작동에 의한 결과로 형성된 불연속성은 수평으로 평균화하려는 흐름을 절단한다.
도시 공간에 대한 구분은 도시를 이루고 있는 부분 공간을 구분하고 제한하면서 시작된다. 나뉘어져 구획된 공간은 내적으로 동질화를 이루는 것 같지만 이중적인 동질화로 외부 세계와 연속적인 관계를 맺지 못한다. 이로 인해 서로 다른 부분 공간 사이에는 본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는 서로 다른 차이가 생기게 된다. 이 때 구획의 기준은 다양하게 설정될 수 있으나, 그중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자본이라 할 수 있다.
『탁류』에서 그려지고 있는 군산은 일제 자본이 유입되고 있던 항구도시이다. 외래자본 유입에 의해 군산은 구획화가 서둘러 이루어졌으며 이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띨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된다. 군산은 비정상적인 모습을 지닌 구획화된 도시였기 때문에 군산 중심부와 주변부 경계는 뚜렷하게 나누어진다. 
이와 같이 채만식은 1930년대 조선의 근대화 과정과 군산의 모습을 『탁류』에서 그려내고 있다. 전통사회의 영토화 된 중심부가 자본의 논리에 의해 변두리로 변해가는 과정을 조선의 식민지 근대화 과정에 투영하여 민감한 분석을 해냈던 것이다.

3. 미두장

『탁류』의 중요한 이야기는 금강 물줄기 설명이 끝나자마자 정주사가 미두장 앞에서 “정주사(丁主事)도 갈데업시 그런사람이다. 정주사는 시방 미두장(米豆場=米穀取引所=期米市場)압 큰길 한복판에서, 다가튼 『하바꾼』(節치기꾼)이로되 나히 배애젊은 애숭이한테 멱살을 당시라케 따잽혀가지고는 죽을 봉욕을” 당하고 있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싸움은 퍽 단촐하다. 안면잇는사람들이 업는배아니지만, 누구하나 나서서 말리지도아니한다. 지나가는 상점의심부림꾼아이 하나가 자전거를 반만내려, 오둑하니 바라 보고잇는것이 그림의 첨경(添景)가터 더욱 호젓하다. 휘둘리든 정주사의 머리에서 낡은 맥고모자가 필경 떠러저 마침 부는바람에 길바닥을 대그르르 굴러간다. 미두장 정문압 사람무테기속에서 웃음소리가 와아하고터저나온다.

-『탁류』 8쪽.

적은 노력으로 큰돈을 벌려는 욕심에 노름과 투기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모여 들었던 곳이 미두장이었다. 군산은 쌀이 모여드는 곳이라 미두장이라고 하는 현재의 주식과 비슷한 형태의 노름이 일제시대에 번창하였던 곳이다. 군산의 미곡취인소(속칭 미두장)는 1932년 l월 1일 문을 열었다.
미두장은 일본인들이 조선에서 쌀 착취를 위하여 이전 재래시장 중심의 자율 거래를 금지시키고 조선 전역의 미곡 거래를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미곡 배급 통제를 위하여 만든 민관 합작회사였다. 그런데 이 회사에서 쌀의 시세를 결정하는 과정에 시세 차익을 놓고 벌이는 놀음이 미두이다. 
미두장은 인천 미두장과 군산 미두장이 전국적으로 유명하였다. 당시 “화투는 백석지기 노름이요. 미두는 만석지기 노름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큰 노름이었고 주로 한국 사람들이 많이 하여 망한 자가 헤아릴 수 없었다고 한다.(미두로 돈을 번 한국인은 최준팔 이라는 한국인이 거의 유일하다는 말이 전한다.) 
미두를 하려는 사람들은 군산 인근의 부잣집 자제는 물론이고 충청남도와 전라남도에서도 모여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동이문전이나 모시전 거리 혹은 개평전 거리의 여관에 머무르며 매일 미두를 하며 밤에는 기생이 있는 요리집 단골손님들로 환영받기도 하였다. 
미두의 내용을 살펴보면 미두는 3개월 단위로 미리 쌀값을 예측해서 쌀을 사고파는 행위로 돈을 먼저 내는 선물 매매로 이루어졌다. 투기꾼들은 일단 미곡취인소 주변에 밀집해 있는 중매점을 선정하여 그 중매점을 대리 거래원으로 삼아야 미두장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 중매점 선정에는 중매점에 보증금이라고 하여 50원을 내야만 얻을 수 있었다. 미두 거래는 쌀 백 석(2백 가마니)을 기본 단위로 했고 거래가 성립되면 미두 회사는 백 석 당 7원씩의 수수료를 받았다. 
미두장은 하루에 17절씩 열렸는데 오전에 10절이 열렸고 오후에 7절이 열렸다. 절이란 쌀의 가격을 공시해서 정하는 과정을 말한다. 채만식이 탁류에서 핵심적으로 그리고 있는 공간은 미두장임을 알 수 있다. 이 미두장은 등장인물들의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공간이 된다. 당대 미두장에 대해 동아일보는 「미두실패로정사-모루히네를먹고부부가갓치죽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보도를 하고 있다.

수원군수원면북수리 최영순(29)은 삼년전에 수원기생 손류색(孫柳色 21)을 첩으로 떼어드린후 자긔의본처와리혼까지하고 백년을 동거코자하던바 지난십삼일 오전십일시에 자긔첩되는 손류색과갓치 「모루히네」를 마시고 부부가 동시에 죽엇다는대 원인은 자세히 알수업스나 최영순은 인천미두에실패한후 세상을비관한연고가한다더라(수원)

전주군 고산면서봉리 리경삼(40)은 지난이십일부터 정신이이상하여오던중에 이십일일에는 작귀로 자긔모친의 억개와이마를찍 중상을내이고고 또자긔친족과 동내사람이삼인을중상식혓다는데 그병난원인을듯건대 근근히남의세토마직이나지여서생활을그날그날부지하여오다가금년에는 고리대금으로 농사를지은바 그농사를지은수확으로는소작료와채금(債金)을다갑지못하게되엿슨즉그농작물수확전부를팔어서 돈을만드러가지고 강경(江景)미두장에를갓다온후로 곳정신병에걸려엿다는데미두에실패를당하고 전도를몹시비관한 까닭인듯하더라(삼례)

이천원을절취 제빗갑고미두 범인은인천역의젼철수 ◇경인선대적체포 경인선렬차에싯고가든 현금이천원을 어떤자가훔처낸사실로 인천경찰서……(-『동아일보』, 1922.6.15.)

 

4. 하바꾼

미두장 에는 ‘하바꾼’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미두로 전 재산을 탕진한 후 이제는 미두장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는 사람들로서 미두장과 중매점 앞을 배회하며 미두장에서 절이 바뀔 때마다 그 시세를 알아맞히는 내기를 하며 생활하는 사람들을 절치기꾼이라 불렀다.

“소위『총을 노핫다』는것인데, 미천이업시 안면만역여 돈을걸지안코 『하바』를하다가 지고서는 돈을 못내게되면, 그래 내라거니 업다거니하느라고 시비가되고 툭탁 치고밧기도한다.”

-『탁류』 9쪽.

“치고밧기”하는 이유는 상대방이 돈을 내놓지 않고 내일을 핑계 대며 그 자리를 회피하려고 할 때”이며, 때문에 “멱을 잡아 채이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것도 나이의 위 아래도 없이 서로 죽기 살기로 미두장 앞에서 “촌이라면 압뒷집 수탁끼리 암컷샘에 후두둑후두둑하는닭싸움만치나 예삿일이”되고 있지만 누구도 싸움을 말리지 않고 있다. 전통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때문에 아무리 이런 큰길바닥에서 의관개나 한사람들끼리 멱살을 웅켜잡고 얼러부튼 싸움이라도 그리 할일이업서 심심한사람이나아니면 구경꾼도별반업다. 
다 알고지내는 가튼『하바꾼』들은 그것을 뜨더말리기는커녕 줌매점 정문 아프로 미두장 처마미트로, 넌즛이 비켜서서, 힌머리가 히꿋히꿋 장근 오십의 중늙은이 정주사가 자식벌박게 아니되는 애숭이한테 그런 해게를 당하는것을 되려 고수우하다고 빈정거리기만한다.
  -미천도업서가지고 구성업시 덤벼들어 남 골탕멕이기 일수더니 그저 잘꾸사니야!……”

-『탁류』 9쪽.
 
이 하바꾼들은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잘 안다. 희망이 없는 존재들로 미두장 안에서 미두를 가지고 시세 차익을 노리다가 가진 돈을 다 잃고 미두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미두장에서 흘러나오는 돈으로 연명 하는 ‘인간기념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자본이 작동하는 공간과 변두리 공간이 충돌하면서 발생되는 성공과 몰락, 불행과 행복이 만들어내는 갈등들에 대해 있는 그대로 그려내려 했기 때문이다.

“그때마침 ××은행군산지점(××銀行群山支店)의 당좌게(當座係)의행원 고태수(高泰洙)가, 잠간 다니러왓는지 맨머리로 귀우에철필대를꼿고, 슬립퍼를 끌면서 미두장아플 지나다가 싸움 얼린것을보더니 멈칫 발길을멈추고.” “『이건 무얼이래요! 젊잔찬케스리……. 이거 노시요』 
태수는 정주사의 멱살을잡은 애숭이의 팔목을 말하는 말ㅅ조보다는 우와스럽게 흘트려쥔다.” “『……잘잘못은 뉘게잇든지……그래 댁은 부모도업수? 젊은친구가 나히 자신분한테 이런행패를하게……』”라며 말리려하지만 젊은이는 말을 듣지 않는다. 
“『경우가 무슨 비러먹을 경우람? 누구는 그속 몰으는줄아우? 『하바』하다가 총노앗다구그러지?…… 여보 그러케 억울하구, 경우가 밝구하거든 애여 경찰서로가서 바더달래구려』”

-『탁류』 10~11쪽.

하자 정주사의 봉욕은 끝난다. 밑천이 있거나 없거나 투기행위는 불법행위였기 때문이다. 
미두를 둘러싼 거래는 ‘미두취인소’를 통하여서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는 까닭에 미두취인소를 통하여 거래를 하면 합법이지만 미두취인소를 통하지 않고 개인들끼리 주고받으면 그것은 도박이 되는 것이다. 

Ⅲ. 개념과 생각정리하기

1. 비대칭 식민지도시 공간

비대칭성 식민지도시 문화공간에 대한 문제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정주사는 요새 정거장으로부터 시작되어 새로난 소화통이라는 큰길을 동쪽으로 한참 내려가다가 바른손편으로 꺽기어 개복동(開福洞)복판으로 들어섯다. 
예서부터가 조선사람들이 모여사는곳이다. 
지금은 개복동과 연접된 구복동(九福洞)을 한데버무려가지고산상정(山上町)이니 개운정(開運町)이니하는 『하이칼라』 이름을 지엇지만, 예나 시방이나동리의모양다리는 그냥 그대중이고 조곰도 『개운』(開運)은 되지아니햇다. 그저 복판에 포도장치(舖道粧置)도아니한 십오칸짜리 토막길이잇고 길 좌우로 연달어, 평지가 잇는웅마는둥하다가 그대로사뭇 언덕비탈이다. 
그러나 언덕비탈의 언덕은눈으로는 보이지아니한다. 급하게 경사진 언덕 비탈에 개딱지가튼 초가집이며, 낡은 생철집오막사리들이, 손바닥만한 빈틈도 냉기지아니하고 콩나물길듯 다닥다닥 주어백혀, 언덕이니라짐작이나 되지 언덕은 보이지아니한다. 
이 개복동서 그넘어 둔뱀이〔屯票里〕로 넘어가는 고개를콩나물고개라고하는데 시럽시 제격에맛진 이름이다. 
개복동, 구복동, 둔뱀이, 그리고 이편으로 뚝 떠러저 정거장뒤에잇는 『스래』(京浦里)이려한 몃곳이 군산의인구 칠만명 가운데 륙만도 넘는 조선사람들의거의 대부분이 어깨를 비비면서 옴닥옴닥 모여사는곳이다. 면적으로치면 군산부의 몃십분지일도 못되는땅이다. 
그뿐만아니라 정리된 시구(市區)라든지 근대식건물로든지 사회시설이나 위생시설로든지, 제법 문화도시의 모습을 채리고 잇는 본정통이나, 전주통이나, 공원밋일대나, 또 넌즛이 월명산(月明山)아래로 자리를잡고잇는주택지대나, 이런데다가 벗대면개복동이니 둔뱀이니하는 한세기나 뒤저보인다. 한세기라니 인제 한세기가 지난뒤라도 이 사람들이 제법 고만큼이나 문화다운 살림을 하게되리라 십지안타.

-『탁류』 24~25쪽.

자연장소에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세워진 집은, 주변 환경이 자체적으로 지니고 있는 특별한 기질이나 성질, 본래부터 갖고 있는 독자적인 특징에 의해 발생되는 여러 가지 형태의 자극이나 조건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행동하고 존재하는 방식을 일정한 유형으로 지속시키고 통일시키려는 근본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조선인이 밀집하여 사는 곳은 “급하게 경사진 언덕 비탈에 개딱지가튼 초가집이며, 낡은 생철집오막사리들이, 손바닥만한 빈틈도 냉기지아니하고 콩나물길듯 다닥다닥 주어백혀, 언덕이니라짐작이나 되지 언덕은 보이지아니”하는 모습에서 근본적 거주공간으로 건축된 집은 실체와 형체, 본바탕을 유지하면서, 공간적 관계를 유기적으로 통합해 낼 수 있게 하며,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여러 가지 행동들이 마음속에 넉넉하게 자리 잡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 개복동서 그넘어 둔뱀이〔屯票里〕로 넘어가는 고개를콩나물고개라고하는데 시럽시 제격에맛진 이름이다”에서 보이듯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직·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간속에 건축된 집에서 생각하며 정주한다는 것은 두 가지 이상의 사건이 모여 우리에게 고유한 특성을 준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자본이 이식된, 군산 내부 공간과 주변 공간 사이에는 도시와 농촌으로 구분돼 서로 이질적인 구획을 설정하고 있다. 이것을 결정하는 기준은 자본 흐름의 중심지 여부이다. 전주통을 중심으로 군산의 심장인 미두장과 미두 중매점, 은행, 일본인들의 근대주택이 들어서 있다.

“개복동, 구복동, 둔뱀이, 그리고 이편으로 뚝 떠러저 정거장뒤에잇는 『스래』(京浦里)이려한 몃곳이 군산의인구 칠만명 가운데 륙만도 넘는 조선사람들의거의 대부분이 어깨를 비비면서 옴닥옴닥 모여사는곳이다. 면적으로치면 군산부의 몃십분지일도 못되는땅이다.
그뿐만아니라 정리된 시구(市區)라든지 근대식건물로든지 사회시설이나 위생시설로든지, 제법 문화도시의 모습을 채리고 잇는 본정통이나, 전주통이나, 공원밋일대나, 또 넌즛이 월명산(月明山)아래로 자리를잡고잇는주택지대나, 이런데다가 벗대면개복동이니 둔뱀이니하는 한세기나 뒤저보인다. 한세기라니 인제 한세기가 지난뒤라도 이 사람들이 제법 고만큼이나 문화다운 살림을 하게되리라 십지안타”

-『탁류』 25쪽.

이 땅은 자본을 갖지 못한 빈민촌인 월명동 비탈진 조선인 거주지에 있는 오막살이 집단촌락의 초가와 개복동 일대 및 둔뱀이는 중심부와 주변부로 구획되어 뚜렷한 차이를 작품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차이에 의한 경계는 소설 속에서 드러나고 있는 갈등과 모순의  인간관계를 구체적으로 드러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규율 중심 기관에서 기능적 공간배치 규정은, 건축에서 일반적으로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어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공간을 서서히 체계화하게 된다. 정해진 위치는 감시하고, 위험한 소통을 차단해야 할 필요성뿐만 아니라, 유익한 공간을 만들어낼 필요성에도 부응하기 위해서 결정된다.
낮은 지대에 건축된 일본인들의 근대주택은 중심부가 되고, 오막살이가 다닥다닥 들어차 있는 개복통과 콩나물고개 너머 둔뱀이 일대 높은 지대는 주변부가 된다. 이렇게 자본의 소유 여부는 평지에 일본인들이 살게 했고 조선인은 평지에 있는 집은 한 집도 없었다. 1930년대 군산의 도시전체는 일본인에 의해 도시화가 되었다.

2. 건축과 도시계획은 노골적 계급 차별

건축과 도시계획은, 그것에 대한 오늘날의 지배적인 공학적·기술주의적 이해 방식에서 기대하는 바와는 전혀 달리, 한편으로는 노골적인 계급 차별적 실천전략의 산물로서, 다른 한편으로는 인종 차별적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공간 건설전략의 산물로서 탄생한 것이다. ‘근대성’이 빚어낸 공간적 모순과 문제점들이라 할 수 있다.
자본에 의해 경계가 나누어지고 있는 도시구획은 중심부인 일인 거주지의 여유와 조선인 거주지의 가난하고 구차한 양극화를 분명하게 설정하여 수평과 수직의 경계를 만들었다. 이는 자본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일제의 논리가 군산의 도시구획을 기형적으로 형성하여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급격하게 형성되어 가는 군산에서 뚜렷이 두드러지는 중심부와 주변부는 각각 자본의 집중과 자본의 소외라는 양상으로 이질화되어 있고, 그 이질성은 다시 그 두 공간을 소통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미두장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조선인의 모습은 스스로 의지로 자기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자유롭고 자주적인 주체성을 강제로 빼앗겨,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해진 원칙이나 규율에 따라 행동해야하는 관리의 결과물로 만들어져간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군산항 공간을 구획하고 경계 지은 이중성에서 비롯되는 공간적 제약이었다. 
그것은 일본인 거리와 조선인 거리의 공간적 속성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주체의 삶에 대한 방식까지도 뚜렷하게 차별성을 띠게 만들었다. 이러한 양분된 공간은 식민자와 피식민자가 이질적 집합체로 정체성 정치의 근거지 미두장이 활용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탁류』는 군산 공간을 차별화하고 구획 짓는 이질적인 장치인 미두장에 의해 지배 양식이 유도되고 규정 당했다. 이것은 식민지 도시 공간의 지배 장치가 훈육하는 권력으로 작동하는 주요한 방식이며, 피식민자에게 규율의 내면화를 유도하여 실질적·내면적 지배 효과로 작용하였다.
② 『탁류』는 전통공간이 가지고 있는 공동체 공간을 근대 도시 장치인 은행·학교·미두장·경찰서 등 장치에 의해 주변부 삶이 폭력적으로 억압되고 배제되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전통 공간이 물리적 장치인 감시하는 권력으로 작동되는 방식으로 피식민자 대중에 대한 형식적·외면적 종속관계의 효과를 낳는다.
③ 『탁류』는 군산 공간의 이중적·중층적·복수적으로 존재하는 도시 문화를 만들어 공간의 경계를 결정하고 그 차이를 강화한다. 일인들의 공간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상품화 공간으로, 피식민자들 공간은 탈코드화된 공동체 공간에 가까이 서있다.

즉 일제강점기에 개발된 항구는 일반적으로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며, 두 개의 공간텍스트는 복합적인 이항코드(binary code)체계로 만들었다. 조선인들이 터를 잡고 살고 있었던 구공간과 일본인들이 항구를 중심으로 새로 조성한 신공간이 그것이다. 이와 같이 일제 강점기 군산항의 모순과 갈등은 일제 권력의 지배전략이 계획한 것과 다른 방식으로, 피식민자들에 의해 자족적인 생활양식을 내포하게 된 도시 공간의 의미를 『탁류』는 포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Ⅳ. 개념찾아보기

미두장을 중심으로 한 공간은 식민 지배 권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정치적 수단과 방법이 되었다. 식민 지배 권력은 공간을 이용하여 장소를 지배하고, 엄밀하고 엄정한 위계질서를 강요한다. 이러한 강요는 전체 공간을 표준화 보편화하여 전통공간을 구획지어 격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배세력의 공간나누기에 대한 개념을 정리해보시오.

▲ 황인술 / 논설위원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 QR코드를 스캔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