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남은 남자들의 운명과 애환
혼자 남은 남자들의 운명과 애환
  • 이보미 기자
  • 승인 2014.09.19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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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이보미 기자] 법화경에 ‘생자필면 거자필반 회자정리’라는 말이 있다.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기 마련이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며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는 뜻으로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운명과 인생의 덧없음을 표현한 사자성어다.

이렇게 태어나서 죽고, 만나고 헤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반복되고 덧없음을 알면서도 여전히 ‘이별’이 쉽지만은 않다. 여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여자를 떠나보낸 남자들. 혹은 보내려 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그날은 아주 작은 예고나 힌트도 주지 않은 채, 예감도 징조도 없이, 노크도 헛기침도 생략하고 느닷없이 당신을 찾아온다.…(중략) … 그 세계에서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로 불린다. 한없이 차가운 복수형으로. -「여자 없는 남자들」327쪽 중 -

『여자 없는 남자들』은 일본 출간 당시 예약판매로만 3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집이다. 밀리언셀러 무라카미 하루키가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을 출간하는 것은 2005년 이후 9년 만이다. 그의 단편 소설은 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지표이자 새로운 시도의 장으로서, 때로는 파격적인 상상력을, 때로는 청춘의 기억을 두드리는 섬세한 감성을 담아내며 꾸준한 인기를 얻어왔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저자는 ‘여자 없는 남자들’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써내려 간 여섯 편의 작품과 함께, 프란츠카프카의 걸작 『변신』의 독특한 오마주 「사랑하는 잠자」를 엮어냈다. 이 책은 제목처럼 말 그대로 연인이나 아내로서의 여성이 부재하거나 상실된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주인공들은 병으로 인해 사별을 당하거나, 외도 사실을 알게 돼 이별하고, 본인의 뜻으로 깊은 관계를 피하거나 혹은 이유도 모른 채 타의로 외부와 단절되며 여자를 떠나보내고 혼자 남는다.

이번 한국어판의 번역은 『1Q84』, 『중국행 슬로보트』 등을 옮긴 양윤옥 전문 번역가가 맡아 하루키 작품세계 속의 레퍼런스와 각 단편의 고유한 개성까지 고스란히 살려냈다. 또한, 출간과 함께 하루키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하는 가수 윤종신이 동명의 곡 <여자 없는 남자들>을 본인의 프로젝특 ‘월간 윤종신’을 통해 발표할 계획이어서 문학과 음악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문화계 전반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때 방황하는 청춘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하루키 소설이 현실과 맞닿아 보편적인 소재로 진부하지 않게 풀어냈다는 면에서 더 흥미로운 이번 소설집은 기존의 팬들은 물론 더욱 폭넓은 연령대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할 것이다.

■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키미 하루키 지음 |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펴냄 | 340쪽 |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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