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방법이 글의 가치를 결정한다
읽는 방법이 글의 가치를 결정한다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4.08.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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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한지은 기자] 모든 학문은 글로부터 시작됐다. 지식을 정리하고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선 글이 필요했고, 이 정보를 찾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글을 제대로 파악하고 분석하며 잘 읽는 법이 필요했다. ‘어떤 책을 읽느냐’보다 ‘어떻게 읽어야 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는 그 어떤 똑같은 문장, 혹은 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어떻게 읽는지에 따라 거기에서 추출할 수 있는 정보의 질과 양이 확연히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 프러포즈를 할 것인가에 대해 일반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해서 어떻게 사람을 매혹시킬 것인가 하는 이야기가 불가능하다는 말은 아니다. 프러포즈에는 예로부터 온갖 수단과 방법이 동원돼 왔다.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일반론이 성립할 수 없지만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일반론이 가능하다. ‘독서술’이 바로 그것이다.
                                                                          -본문 9쪽 중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주목한 사람이 있다. 1962년 출간 당시 화제의 베스트셀러였고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스테디셀러로서 수백만 독자에게 널리 읽히는 독서계의 고전이 된 책의 저자 가토 슈이치는 기존의 ‘책 읽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저지한다. 만인에게 좋다는 책이 나에게도 꼭 좋은 것은 아니며 ‘나’를 고려하지 않는 독서 기술은 허울에 불과하다.

단순히 독서 예찬에 머무르는 독서론이 아닌 실질적이고 활용도 높은 ‘독서술’. 이러한 독서 기술을 상세하게 풀어내는 책은, 독서는 사랑의 행위처럼 침대에서 이뤄져야 하고 여행의 동반자 같아야 하며, 콩나물시루 같은 대중교통 안에서도 충분히 해볼 만한 재미가 있다고 설득한다. 가령 책을 읽지 않고도 읽은 척하라는 유머러스한 조언은 왠지 모르게 더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독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할 ‘속독술’과 외국어책을 읽는 ‘독해술’도 설명돼 있어 한층 관심을 북돋을뿐더러 고전이나 책만이 아닌 현대시대에서 나오는 모든 인쇄물, 예를 들어 신문, 잡지 등을 읽는 ‘간파술’까지 위트있게 담아내 현실에 제대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전수한다.

자유로운 독서 방법론은 어떤 점에서 보면 저자 자신의 사상적 문제의식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가토 슈이치는 2차 대전을 일으키거나 그를 방조했던 선대 지식인들의 민족주의 혹은 관념주의를 비판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은 독창적인 독서론인 동시에 저자의 문제의식이 곳곳에 스며들어가 있는 한 교양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중요한 것은 그저 주어진 책들을 읽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한 권 한 권의 책을 자신의 문제의식에 맞게 스스로 선택하는 데 있다는 것이 근본 요점이다. 애초에 책이란 것은 나의 문제의식과 맞닿지 않는다면 재미도 없을 뿐 아니라 제대로 읽을 수도 없지 않은가.

구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얻을 수 없고, 구하면 결국 어떤 것을 얻기 마련이다. 독서를 대하는 기본자세와 마음을 부담 없이 전하는 것이야말로 이 책이 반세기 넘게 읽혀온 힘이고, ‘고전’이 된 이유일 것이다.

■ 가토 슈이치의 독서만능
가토 슈이치 지음 | 이규원 옮김 | 사월의책 펴냄 | 208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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