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이보미 기자]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의 말이다. 내일 당장 지구의 종말이 와서는 안 될 일이지만 우리의 삶 전체를 놓고 보면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래서 우리는 삶과 죽음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여기 이 책에는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과 다가오는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 그들이 이 세상을 떠나기 전 바라본 삶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MTV를 비롯해 음악과 방송계 유수 기업에서 오랫동안 국제적인 경영자로 활동하며 줄기차게 성공 가도를 달려온 이 책의 저자 크리스아네 추 잘름은 끊임없는 죽음에 대한 성찰을 통해 ‘임종 봉사자’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동안 해왔던 그녀의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이었지만 죽음과 독대해야만 하는 이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욕망이 그녀의 삶 전반에 걸쳐 그녀를 떠나지 않았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라자루스 호스피스에서 6개월 동안 임종 봉사 교육을 받은 뒤 봉사자로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들 곁을 지키면서 지은이는 죽음을 앞둔 여든 명의 사람들에게서 세상과 이별하며 마지막으로 남기는 메시지를 받아 적었다.
언제나 소심하고 겁 많은 삶을 살아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런 열등감을 털어버리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지만 효과는 없었다. 그런 결점 때문에 불쌍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나는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지금도 괜찮다. 내 삶은 기적과도 같았다. -본문 39쪽 -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남기고 간 것은 물질에 대한 욕심이나 욕망이 아니라 감정과 경험에 대한 기억이었다. 이 책은 단순히 삶을 정리하는 마감 노트를 넘어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죽음을 똑바로 바라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삶이 확연히 보이는 것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라.' 1950년대 단 3편의 영화만으로 영화계를 뒤흔들었던 영화배우 '제임스 딘'의 명언이다. 인간은 누구나 주어진 시간밖에 살 수 없다. 모두가 시한부 인생인 셈이다. 다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를 뿐. 그래서 우리는 그 시간에 더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미 돌아간 사람들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남긴 선물이다. 가장 소중한 것을 지금 하라.
■ 가장 소중한 것을 지금 하라 : 어제 떠난 이들이 들려주는 오늘을 위한 말
크리스티아네 추 잘름 지음 | 엄양선 옮김 | 토네이도 펴냄 | 288쪽 |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