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가진 로봇, 자아를 찾다
마음을 가진 로봇, 자아를 찾다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4.08.1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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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한지은 기자]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자아를 찾기 위해 깊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가마틀 스타일』은 테이크아웃 소설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의 ‘라이트(light)’ 형식의 글로 다소 동화처럼 가볍게 읽힐 수 있는 내용이지만, 저자는 단순한 기계가 아닌 ‘마음을 품은 로봇’의 모험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 혹은 ‘자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로봇은 마음입니다. 어떤 기계가 너무 너무 복잡해서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시작할 때, 사람들은 그 기계가 마음을 갖는다고 믿어버립니다.                                                -본문 8쪽 중

이 책에 등장하는 로봇 가마틀은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미친 과학자 미야지마 상의 계략으로 인류를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540대의 전투로봇 중 하나다. 모든 로봇들은 최초의 명령에 따라 끝까지 인간들을 공격하다 전멸하지만, 가마틀은 그 중 유일하게 살아남아 남들과는 다른 자신의 자아를 찾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전투 시작 단 15분 만에 전장자동통제 시스템의 통제를 벗어나 완전히 종적을 감춰버린 가마틀을 제거하기 위해 인류는 그의 행방을 추적한다. 사령부 특별조사관인 민소는 가마틀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점들을 풀어내기 위해 노력하다 가마틀의 비밀을 알아챈다. 가마틀을 향한 포획작전과 가마틀의 돌파, 그리고 추격전이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별것 아닌 듯 보일 수 있지만 새로운 운명을 선택한 로봇의 이야기는 그 작은 이야기 속에서 우리에게 한 가지 부끄러움을 던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혼 없는 로봇조차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와중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은 매일 똑같은 일상과 누가 이끌어가는지 모르는 인생의 쇠사슬에 묶여 끌려다니고 있지 않은가. 더 잔인한 것은 그 쇠사슬을 차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끊어낼 수 없는 삶의 고약함이다.

참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능청맞은 풍자, 소설의 무대를 무한 확장시킨 통 큰 상상력, 본격문학과 장르문학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대한민국의 젊은 작가들 가운데 가장 행보가 주목되는 작가 배명훈의 『가마틀 스타일』은 SF적 상상력에 전 연령대의 독자를 포섭할 수 있는 동화적 요소를 가미해 이러한 우리의 삶과 가마틀의 삶을 의미심장하게 엮어놓았다. 여러 선택의 순간들과 그때마다 했던 선택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겠지만, 큰 용기와 대범함을 갖고 선택해야 했던 인생의 갈림길들이 과연 ‘진정 용기 있는 선택이었는가’, ‘나는 인간적인 선택을 하였는가’를 고민하게 하며, 그 시간들을 통해 알게 된 나의 자아와 새로운 인생의 길을 다시 한 번 찾을 수 있게 한다.

■ 가마틀 스타일
배명훈 지음 | 은행나무 펴냄 | 124쪽 |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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