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가득한 젊은 출판사 '큐리어스'
호기심 가득한 젊은 출판사 '큐리어스'
  • 독서신문
  • 승인 2014.07.2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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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 북칼럼니스트의 우수 중소출판사 탐방' (2)
▲ '독자에게 말을 거는 책'을 만들어 왔고, 또 만들고 싶다는 김민기 대표

[독서신문] '큐리어스' 출판사의 영어 표기 'Qrious'는 사전에 없다. 그러므로 사전적으로는 아무 의미도 없다. 그래서 그런지 '큐리어스' 역시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마치 조용한 은둔의 출판사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큐리어스' 출판사를 이끄는 대표에 이르면 말이 좀 달라진다.

김민기, 물론 1980년대 저항 가요로 유명했던 가수 '김민기'가 아니다. 출판업계에서는 '마이더스의 손'으로 상당히 그 이름값이 비싼, '출판의 방향타 김민기'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새로 출판업에 입문하려는 사람, 출판사에서 인생을 뜨겁게 태워보려는 젊은이들이 한 번은 꼭 만나고 싶어 한다는 주인공, '큐리어스'의 김민기 대표를 만났다.

-대개는 브랜드가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데 'Qrious'는 없는 단어다. '큐리어스'가 지닌 의미가 궁금하다.
"'호기심'을 뜻하는 영어 'curious'에서 따온 것이다. 첫 두 글자의 발음이 Q자와 같아서 아예 그렇게 바꿨다. '새로운 즐거움, 새로운 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말자'는 결의를 담은 셈이다. '품질만큼은 믿으셔도 좋습니다'란 뜻으로 Q자를 책 등에 찍고 싶은 욕심도 한몫 했다."

-'큐리어스' 설립 이전에는 어디서 주로 무슨 일들을 해왔는지.
"20여 년 전 단행본 출판업계에 입문했다. 디자인 회사에서 지하철 역사 환경 디자인을 기획하기도 했고, 이벤트회사와 광고회사에서 프로모션 이벤트 기획자와 카피라이터로도 일했지만 주요 경력은 단행본 기획 편집이다.

'넥서스'가 어학과 실용 출판으로 급성장하던 시기에 개발 총책임자로 일했다. 2002년 당시 '중앙 M&B'와 제휴해 주식회사로 '두앤비컨텐츠'를 창업해 에디터가 콘텐츠 생산의 중심이 되는 실험도 해봤다. 출판업계에서 '컨텐츠'를 사명에 쓴 첫 사례란 얘기를 나중에 듣기도 했다. 2005년 말에는 '웅진씽크빅' 단행본 부문에 합류해 사업기획실장으로 일하며 임프린트 제도를 통한 성장 모델이 자리잡는 데 기여했다. SBI라고 서울북인스티튜트에서 '컨셉이 강해지는 기획 워크샵'이라는 과정을 10기 이상 꾸준히 여는 등 업계 후배들을 위한 강의를 오랫동안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교육출판 사업으로 분야를 넓혀, '타임교육' 출판사업본부장을 거쳐 '웅진씽크빅' 신사업R&D본부장을 맡았다. 이때 기존의 종이 학습지를 벗어나 학생들의 수준과 진도에 따라 개인별 맞춤학습이 가능하게 한 디지털 결합형 학습지 '씽크U' 개발을 총괄했다. '큐리어스'는 다시 원점에 서서 책과 콘텐츠의 미래를 찾아 가려는 꿈을 가지고 시작한 출판사다."

-출판업계 분들로부터 '출판의 방향타'라는 얘기를 들었다. 무엇 때문에 그런 명성을 얻게 됐는지 짐작되는 특별한 내력이 있다면.
"20여 년 출판 일을 하다 보면 베스트셀러도 만들게 된다. '방향타'란 말은 그러다보니 과장된 면이 있는 것 같다. 아직 동시대에 공공연히 사용되지 않거나 금기시되던 단어를 제목에 써서 베스트셀러가 됐던 적은 몇 번 있다. 1990년대의 책 중에는 당시엔 부정적인 의미가 강했던 '인맥'이란 단어를 꺼내들어 베스트셀러가 됐던 『인맥 만들기』나 '돈'이라는 단어를 대중매체에 처음으로 써서 화제가 됐던 이규형의 『일본을 읽으면 돈이 보인다』가 있다. 역시 부정적인 단어를 비틀었던 전유성의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도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이제는 레드오션이 되었지만 그때까지는 블루오션이었던 실용과 어학 분야의 책들을 많이 만들었다. 상상 이상으로 많이 팔린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휴식, 발마사지 30분』을 필두로 한 30분 시리즈는 실용서도 베스트셀러 시리즈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였다."

-지난해 말에 『글쓰기 좋은 질문 642』를 펴냈는데 올해 글쓰기 분야 책들이 뜨고 있다. 남보다 앞서 이 책을 출판하게 된 동기가 있었는가.
"글쓰기는 꾸준히 스테디셀러가 생산되는 분야이다. 『글쓰기 좋은 질문 642』는 글쓰기 분야의 퍼스트 무버라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잘 쓸 수 있는가를 알려주려는 책들 사이에서 하루에 한 가지라도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돕는 쪽으로 방향을 돌린 첫 번째 책이라고 봐주시면 고맙겠다."

-『봄날을 지나는 너에게』,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 왔다』 등 '큐리어스'에서 낸 책들은 제목이 주는 느낌부터 왠지 차분하고 친근하다. 대표의 개인적 출판 스타일인지, 독자의 트랜드를 반영한 것인지 궁금하다.
"책이라는 문화상품을 만드는 데 기획 방향과 편집 방향이 있다면 '큐리어스'의 편집 방향은 '독자에게 말을 거는 책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는 아예 제목에 그 말을 써버렸다. 독자의 관심에, 삶에,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그 무엇에 말을 거는 책들을 만들고 싶고, 또 제목부터 편집 형태까지 실제로 그렇게 되도록 만들려 노력한다. 큐리어스의 책들을 펼쳐보면 2쪽에서 6쪽 정도의 오프닝 페이지가 차례와 서문에 앞서 항상 먼저 나온다. 책의 특징이나 형태에 따라 모양은 각색이지만, 어떻게든 정말로 말을 걸고 싶은 욕심이 반영된 것이랄까 그렇다."

 

-최근 사진작가 김진석의 사진·산문집 『걷다 보면』을 펴냈는데 저자가 기자 출신이라 필력이 상당해서 산티아고 순례 정보, 철학적 성찰, 카메라 촬영술 등 얻을 게 많은 책이었다. 독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삶에서 중요한 가치의 목록을 만든다면 10년 전과 지금은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10년 뒤에는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건강, 여유, 함께, 나눔, 생명, 환경 등의 중요성을 누구나 크게 바라보는 시대가 될 것이고, 걷기는 그 목록에서 꽤 높은 위치에 올라 있을 것이다. 책으로 만들기는 일정한 한계가 있는 주제이긴 하지만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고, 페이스북에서 '걷는 사진'을 꾸준히 연재하는 김진석 작가와 인연이 닿아 책을 내게 됐다."

-'큐리어스'가 펴낸 책들 중 독자들이 이 책만큼은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 있다면.
"『맛있게 드세요, 보나페티!』를 추천하고 싶다. 첫 책이라 의욕이 넘치다가 책에 잘 맞는 제목을 붙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큰데 서울 홍대 인근 상수동에서 비스트로 펍을 운영하고 있는 정지연 셰프의 요리수업을 담았다. 책으로 만든 서양요리 쿠킹클래스라고나 할까. 리코타치즈 샐러드, 프리타타, 라타투이, 코코뱅, 포토푀, 스테이크 등 서양요리에 대해 관심은 있지만 기초지식은 전혀 없었던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한국사회가 세월호 참사로 많이 우울하고 시끄럽다. 유쾌상쾌한 힐링서들이 좀 나와줘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고 보는지, 아니면 앞으로의 독서 트렌드를 예측해달라.
"한국사회는 여러 모로 깊은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쾌상쾌한 힐링서도 좋겠지만 어떤 것이 되든 마음 깊은 곳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어루만지고 힌트를 주는 책들이 많이 나와 주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한편으로 사람들이 책을 읽고 소비하는 방식은 지금 이 순간에도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웹이나 다른 미디어에서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지식과 정보라면 굳이 책으로 읽을 이유도,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 생산자의 입장에서 볼 때 유명인의 명성에 기대 일정한 판매를 기약하는 책들로 어려움을 타개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독자들의 지성과 감성을 지금껏 없었던 내용과 방식으로 자극하는 그런 '새로운 책'들이 늘어나야 하리라고 본다."

-출판사 창업을 하려거나 출판인으로 성장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을 해달라.
"누구나 불황이라 말하고 사양산업이라고까지 하지만 출판업은 여러 면에서 매력적인 미래산업이다. 개인적인 면부터 말하자면 평생을 두고 일하고 그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전문직업으로 출판업만한 것이 흔하지 않다. 일정한 기술적 훈련을 거쳐 자신만의 안목을 가진 프로가 되면 할 수 있는 일과 기회는 언제나 열려 있다. 산업적인 면에서 봐도 출판업처럼 많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그때마다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업종은 제조업 중에 거의 드물다. 다만 사람들의 삶의 방식부터 문화적 소비 방식까지 모든 것이 격변하는 시기라는 것이 문제지만 좋은 시력과 후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것은 더 큰 기회가 아닐까 한다.

그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은 결국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통념과는 반대일 수도 있지만 글자에 파묻혀 사람의 마음은 쳐다보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지금의 격변기를 신선한 문화상품으로 이끌어가는 뛰어난 출판인이 되기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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