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한지은 기자] 『월운리 사람들』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려 주목을 받았던 소설가 이상실이 장편소설 『미행의 그늘』을 펴냈다.
이 소설은 현실 세계와 사이버 세계에서 스토커들의 집요한 추적과 스토킹에 시달리는 한 여인의 일상을 다룬다. 상처 입은 영혼을 치유하고 그들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피처를 찾아 방황하는 이야기가 담긴 문제적 작품이다.
생각의 깊이와 진지함, 사색이 사라지는 검색의 시대. 이곳에서 보이지 않는 미래와 아득한 길 위로 인간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서술자는 포식자들로부터 도망 다니는 여인과 두 남자 스토커의 삶에 깊이 빠져들어 그들의 일상을 파고든다.
인간의 탐욕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사이버 세계에서도 존재한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사이버 폭력자들은 교묘한 방법으로 사기와 협박을 일삼고 융단폭격을 가한다. -본문 5쪽 중-
도시에서 바닷가로 그리고 호숫가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공간,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행해지는 집요하고 잔악한 행동과 심리를 순간순간 세밀하게 묘사한다. 또한, 명쾌한 어감으로 긴박한 전개를 이끄는 문체는 스릴러물과 같은 긴장감을 유발해 독자를 작품 속에 끌어들인다.
이 작품에서는 은둔하는 자, 자기모순에 빠진 몽상‧공상가, 몽롱한 시선으로 관음을 일삼는 편집광 등 여러 형태의 인물상이 제시되며 이들을 추적한다.
위계질서가 무너진 열린 시대, 접속의 시대, 사색이 마비된 검색의 시대에서 작가는 관음과 공포가 난무한 세상에서 문명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인간의 통로를 갈망한다. 우리가 사는 현재에 시름을 달래줄 대상이나 삶의 안식처는 없는 걸까? 나아갈 길을 찾아 더듬거리는 눈동자가 시리다.
■ 미행의 그늘
이상실 지음 | 도서출판 개미 펴냄 | 246쪽 |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