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의 숲'
이규리
감각은 어떤 순서로 몸을 나가는지
신경이 죽어가는 어떤 환자를 깨우려
의사가 환자의 젖꼭지를 비틀 때
때때로 너무 세게 비틀어
젖꼭지가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그렇게 되도록 무얼 했을까
다 떨어져 나가도록 우리는
- 시집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에서
■ 이규리
○ 경북 문경 출생
○ 199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 시집 『앤디 워홀의 생각』, 『뒷모습』
■ 감상평
감각에도 왕국이 있다. 생명의 생명다움은 감각으로 확인한다. 감각의 왕국이 무너지면 생명도 의미가 없다. 감각이 왕성하게 살아있는 순간에는 세상의 모든 것에 반응한다. 비단 몸만이 아니다. 우리는 사회적 존재로서도 살아있는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사회적 감각을 잃어버리는 순간 살아있어도 존재감이 없는 신세로 전락해버릴 것이다. 부지런히 세상을 읽고, 세상에 반응하여, 세상을 느낄 줄 알아야 비로소 소통하는, 혹은 살아있는 존재다.
/장종권(시인, <리토피아> 주간, <아라문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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