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철학 전체에 대한 최상의 입문서
헤겔 철학 전체에 대한 최상의 입문서
  • 이승옥 기자
  • 승인 2014.04.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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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이승옥 기자] 캐나다 출신 정치철학자이자 공동체주의 이론가 찰스 테일러가 지난 1975년 출간한 헤겔(1970~1831) 연구의 고전이다. 번역판으로 1천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영미권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인정받은 헤겔 연구서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계몽주의와 낭만주의가 처한 딜레마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헤겔 철학이 태동했다는 데 주목하며 그의 사상을 해석한다. 계몽주의는 근대 유럽사회를 냉혹한 계산적·도구적 이성으로 끌어들였고, 그에 대응해 낭만주의가 발현했지만 이는 역으로 감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비합리주의로 빠져들었다는 분석이다.

테일러는 “언뜻 보수주의자로 보이는 헤겔이 실제로는 보수주의자도 자유주의자도 아니었으며, 근대의 인간 소외 현상을 예리하게 파악하고 자신의 형이상학에 기초해 이를 해소하려 한 철학자”였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선 청년기 헤겔의 형성 과정에서 정신현상학, 논리학, 정치철학, 역사철학, 미학, 종교철학, 철학사 등에 이르기까지 헤겔 사상의 전 분야를 상세히 조명한다.

또한 헤겔 철학을 자기 시대의 문제와 열망에 응답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시도로 이해함으로써, 헤겔이 자신의 철학을 통해 실제로 무엇을 이루려 했는지를 엄정하게 밝히고 있다. 더불어 헤겔 철학이 던진 질문들이 어떤 현재성을 지니고 있는지도 드러내준다.

“독자들로 하여금 헤겔 철학에 진입하는 가장 완전한 통로를 제시한다”는 영어권 서평처럼 이 책은 헤겔 사상을 체계적으로 해설하고 그 의미와 한계를 밝혀주며, 헤겔 사상의 전체 윤곽 및 세부 사항을 이해하는데 최상의 도움을 주는 안내서라 할 수 있다.

헤겔은 근대 사회의 파편화와 인간 소외 문제를 동시대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감지한 사상가였고, 이를 해결하는 것을 핵심적인 철학적 쟁점으로 삼았다. 비록 그가 내놓은 답 중 많은 것이 오류로 밝혀졌더라도 그가 던진 질문들은 여전히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또 그가 제시한 해결책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풍부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역자 정대성은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독일 보쿰(BOCHUM)대학교에서 독일 관념론과 사회정치철학 전공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언어정보연구원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대 사상의 원천들을 독일 고전 철학에서 찾으려는 노력, 예컨대 현대 언어철학의 중심 문제가 고전기 헤르더와 훔볼트에 빚지고 있지 않은지, 정치적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뿌리도 그 시기에 있지 않은지 등 현대와 독일 고전기를 잇는 작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논문으로는 「반성 문화에 대한 청년 헤겔의 비판」(2003), 「평등 자유주의적 정의 이념의 철학적 함의와 그 한계에 대해」(2013) 등이 있으며, 헤겔의 『청년 헤겔의 신학론집』(인간사랑, 2005), 세일라 벤하비브의 『비판, 규범, 유토피아』(울력, 2008)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찰스 테일러의 『헤겔』은 그린비출판사가 펴내는 ‘프리즘총서’ 12번째 책이다. 원작의 무게감에 역자의 뜨거운 열정과 부단한 연구의 결과가 합쳐져 탄생한 『헤겔』은 한국의 독자들에게 헤겔 사유의 전체 윤곽과 그 정수뿐 아니라, 헤겔 철학과 현대 사회 문제의 연결고리도 확인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 헤겔
찰스 테일러 지음 | 정대성 옮김 | 그린비 펴냄 | 1,080쪽 | 5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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