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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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신문
  • 승인 2014.04.2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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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해설'

                                                 조청호

졸음에 겨운 호롱불 아래 밤 깊도록
고독을 한 땀 한 땀 꿰매시던 어머니
그 곁에서 우리들은 하늘 나는 꿈을 꾸었고
어머니 손 끝에서는
반짝이는 꽃으로 피어나는
하얀 한산모시 적삼

옥산에서 한산까지 멀다면 먼데
새벽 산길 가로질러
모시시장 다녀오신 어머니
그 치맛자락엔 지친 발목 걸려 있고
하얀 모시 마름은 들녘 끝 노을 피는
큰 하늘에 걸려 졸고 있는 호롱불을
더욱 밝혔다

어머니가 지어주신 모시 적삼,
올마다 젖어 있는
잔잔한 미소
그 진솔한 삶의 속삭임이
호롱불 심지 돋아 저 어둠 사른다.

 

[이해와 감상]
5월 모상(母像)에의 빛나는 전통 서정미

▲ 조청호 시인

‘어머니’를 그리우는 5월이 다가선다. 한국시인치고 누구나 한두편 ‘어머니’시를 남긴다. 그런 가은데 조청호 시인의 ‘어머니’는 남달리 우리의 가슴속에 깊이 파고드는 경모(敬慕)의 상념이 새삼 독자를 뉘우치게 해준다. “졸음에 겨운 호롱불 아래 밤 깊도록/고독을 한 땀 한 땀 꿰매시던 어머니/그 곁에서 우리들은 하늘 나는 꿈을 꾸었고/어머니 손 끝에서는/반짝이는 꽃으로 피어나는/하얀 한산모시 적삼”(오프닝)에서 우리는 한국인의 모상(母像)을 절절히 떠울리게 된다. 오늘의 젊은이들에게는 어쩌면 이와 같은 지난 날의 ‘포이트리 콘텐츠’가 어려울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인의 정체성 운운이 결코 구두선(口頭禪)이 되어서는 안된다. 오늘에 와서는 밤새도록 베틀에 앉아 베를 짜던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의 그 미풍양속이 거의 다 사라져가고 있기에. 그러나 큰 백화점에서도 오늘의 어머니들이 밤샘속에 짜낸 ‘‘한산 모시’(韓山苧)’며 ‘안동포’(安東布)가 고가로 판매되고 있고, 뜻있는 외국 관광객들도 이 귀중한 한국인의 모시며 삼베를 곧잘 사간다고 한다. 입으로만 ‘한국 것이 으뜸’이 아니라, 진정 전통적인 우리 어머니들의 눈부신 산물(産物)을 잊어서는 안된다. 가까운 일본에서 보더라도 그들이 천하에 뽐내는 ‘니시진오리’(西陣織)라는 ‘신라 비단포’는 그 옛날 신라인들이 이곳에 건너와서 가르쳐 주었고, 특히 옛왕도였던 ‘교토’(京都) 땅에는 신라인 진씨(秦氏) 가문의 비단거리 ‘우스마사’(太秦)라는 서부 도시도 매우 이름나다. 여기에는 고대 ‘신라 베틀신’을 모시는 사당이 오늘에도 여전하고 참배객이 찾고들 있다. 5세기 ‘백제 베틀’도 지난 2005년6월, 오사카땅 히라카타(枚方) 왕인(王仁) 박사 유적지 인근에서 발굴되었다.

/홍윤기 국제뇌교육대학원 국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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