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작가, '내 심장을 쏴라' 승민의 땅으로 떠나다
정유정 작가, '내 심장을 쏴라' 승민의 땅으로 떠나다
  • 윤빛나 기자
  • 승인 2014.04.2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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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윤빛나 기자] 『내 심장을 쏴라』,『7년의 밤』,『28』등으로 개성 있는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한 작가 정유정. 그녀의 소설들이 칭송받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철저한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한 생생함에 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항상 남도의 섬, 저수지 아래로 잠든 마을, 무궁한 속을 알 수 없는 해저 등 언제나 낯선 세상을 여행 중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실제 삶도 역동적이고 모험적일 것만 같다.

하지만 실제 정유정 작가는 태어난 땅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골방 체질이었다. 언제나 숨이 차는 삶을 바쁘게 살았고, 그저 소설 쓰는 일밖에 몰랐다. 심지어 길치이기까지 했다.

그런 그녀가 용감하게도 생애 처음 해외 여행을 떠났다. 그것도 만만한 여행지가 아닌, 자신의 소설 『내 심장을 쏴라』의 주인공 승민이 마지막까지 그리워하던 신들의 땅 히말라야로.

정유정 작가는 『28』 이후 자신의 엔진에 이상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내부 에너지가 극심하게 고갈돼 무기력해진 자신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해결 방안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던 중 머릿속에 안나푸르나가 떠올랐다. 자신이 쓴 소설의 주인공이 속박된 자신을 해방시켜 날아가기를 염원했던 그 곳.

그녀는 주변, 특히 남편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쉽지 않았던 파트너 선정 과정을 거친다. 어렵게 찾은 든든한 파트너 김혜나 작가와 함께 안나푸르나 '환상종주'를 시작한다. 네팔 히말라야 산맥 중부에 위치한 안나푸르나 영봉을 끼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한 바퀴를 도는 만만치 않은 코스였다. 일반인도 다녀올 수 있는 트레킹 코스지만,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이 필수이며 지대가 높아 고산병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세상에 맞설 용기를 얻기 위해 나선 여행인데, 자꾸 사고가 일어난다. 환상종주는 어느새 환상방황이 돼버렸다. 책은 그런 고난을 풀어놓고 있는데도, 독자들은 때로는 마음 아프거나 때로는 낄낄 웃게 된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최고 난관인 쏘롱라패스를 무사히 넘었을 때 전해지는 감동은 진하기 그지없다.

길 위에서 그녀는 계속 자신에게 질문했다. 여행이 끝나면 이제 세상에 맞설 수 있겠는지, 힘이 소진된 자신을 다시 링 위에 올릴 수 있겠는지. 마침내 오른 안나푸르나의 품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다시 일어날 힘을 얻었고, 전혀 쓸 생각이 없었던 여행 에세이를 집필하면서 비로소 안나푸르나의 대답을 얻었다.

에세이지만, 그녀가 소설에서 보여 줬던 특유의 흡입력 있는 문체는 변함이 없다. 하루치 여행기만 읽고 쉬어야지 싶다가도 어느새 다음 일정을 이어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책 초반에 실린 안나푸르나 라운딩 코스, 코스 단면도 등은 실제 안나푸르나로 향할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도 줄 것이다.

■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펴냄 | 303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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