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에, 딸의 죽음을 복수하다… 인간의 어두운 본성이란?
20년 후에, 딸의 죽음을 복수하다… 인간의 어두운 본성이란?
  • 유지희 기자
  • 승인 2014.04.03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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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유지희 기자] 김나정 작가의 첫 장편소설 『멸종 직전의 우리』는 나림이의 죽음을 둘러싼 갈등과 복수를 그렸다. 어린 시절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간직한 한 여자와, 복수를 꿈꾸는 또다른 한 여자의 지독한 인연이 중심 축이다.

소설은 여섯 명의 다중 시점을 통해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생생하고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복수의 화신이 된 나림이의 엄마 권희자, 삶을 포기해버린 아빠 이세황, 살인자가 된 후 윤수인으로 개명한 김선주, 살인자를 낳은 죄인이 돼버린 선주의 엄마, 당사자인 이나림, 그리고 세월이 흐른 후 선주의 여섯 살 난 아들 조안도까지 그들의 결핍과 상처를 섬세하게 드러냈다.

평생을 이방인처럼 살아온 윤수인 앞에 어느 날 예순이 넘은 한 여자가 찾아온다. 딸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이십 년 만에 나타난 그녀는 윤수인의 아들을 유괴한다. 윤수인은 자신을 김선주라고 부르는 그녀의 정체를 비로소 알아차린다. 나림이를 내놓기 전에는 아들을 돌려줄 수 없다고 말하는 그녀 앞에서 윤수인은 절규한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는 무너졌다. 저자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동시에, 지독한 악연으로 만난 두 여자를 통해 '죄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다섯 명의 피해자와 한 명의 가해자, 그들의 시점이 맞물린 톱니바퀴의 종착지에 안도라는 희생양이 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비극의 운명은 끝내 안도의 생명을 위협한다.

소설은 사건 당일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통해 각 인물들은 저마다의 아픔과 삶의 무게들을 대변한다. 죽음, 복수, 화해, 용서, 책임, 상처가 서로 맞물려 순환하면서 증오와 분노, 폭력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다.

정여울 문학평론가는 "누구도 이 증오와 분노와 폭력의 심연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면, '멸종 직전의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를 구해낼 수 있을까. 그 불편한 질문을 진심으로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태도야말로 '멸종 직전의 우리'를 구원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저마다의 자리에서 이 뼈아픈 질문에 온 힘을 다해 대답하고 싶다. 아이를 잃은 여자가 복수심에 불타 이 커다란 세상이라는 숲 전체를 불태워버리기 전에."라고 적었다.

■ 멸종 직전의 우리
김나정 지음 | 작가정신 펴냄 | 288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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