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의 숲'
박서영
밤하늘의 심장이 움직이는 것은 내가 너에게 기적처럼 다가가기 때문일 것이다.
한 사람에게서 한 사람에게로 나는 움직인다. 촘촘히 박힌 입술들의 서약서. 바람의 잔물결. 가슴에 생긴 모서리들이 더 이상 이상하지 않아. 나는 점점 한 사람을 잊고 한 사람을 추궁하게 된다. 너와 나를 어떻게 감별할 수 있을 것인가. 너무 먼 곳에서 너와 나는 서로를 만지고 있다. 베어 먹고 있다. 우리의 모서리가 열기구처럼 뜨거워지기를. 녹아서 탄생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기를.
- 시집 『좋은 구름』에서
■ 박서영
○ 경남 고성 출생
○ 199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 시집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 『좋은 구름』
■ 감상평
달은 인공위성의 시원인 측면이 없지 않다. 밤하늘의 달을 통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그리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던가. 타향에서 부모와 대화를 나누고, 머나먼 곳에 떨어져 있는 연인과 대화했다. 그런데 이 달을 밤하늘의 뜨거운 심장으로 읽었으니 독특한 시각이 아닐 수 없다. 달을 밤하늘의 심장으로 읽었다면, 아마도 그것은 달을 밤하늘의 태양으로 느꼈음직하다. 그 뜨거운 심장을 통해 자신의 몸과 영혼을 타인, 또는 우주적 본성과의 소통 통로로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 장종권(시인, <리토피아> 주간, <아라문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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