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빛나는 인생길의 합창』
『저 빛나는 인생길의 합창』
  • 안재동
  • 승인 2007.10.0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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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인의 문인이 쓴 서간 에세이의 진수
▲ 『저 빛나는 인생길의 합창』     © 독서신문
‘우리의 삶에 지혜의 빛을 남긴 분들에게 보내는 48인의 서간 에세이’란 주제의 에세이집이 나왔다. 이유식 전 배화여대 교수(평론가·수필가)와 시인이자 수필가인 전지명 씨의 공동편저로 나온 <저 빛나는 인생길의 합창>(문학관books 刊)이 그것이다.
 
이 책은 교수와 시인, 수필가, 경영인들이 체험적으로 쓴 교양, 지식, 인생론의 삼중주로 펼쳐지는 에세이집으로, 동서고금의 다양한 부문에서 빛을 남긴 분들의 삶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이 책에 담긴 에세이들은 모두 편지 형식으로 쓴, 서간 에세이란 점도 큰 특징이다. 이런 서간 에세이집은 시중의 수많은 책들 중 그다지 흔히 발견되는 편이 아닌, 좀 특별한 유형의 에세이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내용적으로도 매 편마다에서 에세이의 진수를 보는 듯하다.
 
이수화 시인(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을 비롯해 강나루 수필가와 김광회 시인 등 48인의 작가들이 ‘저 빛나는 인생길의 합창’이란 모토로 써내려간 이 책은 수험생이나 일반학생 등에게는 훌륭한 논술 길라잡이로도 훌륭하게 활용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청다한민족문학연구소’에서 펴낸 네 번째의 편저 기획물이라는 점이다.
 
이 책은 제1부 국외편, 제2부 국내편, 제3부 나의 스승편 등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몇 작품을 살펴보기로 하자.
 
당신의 시로 인해 우리 존재는 ‘한 가닥 광채처럼, 한 가닥 노래처럼’ 솟아오를 것만 같습니다. 그 누구의 죽음도 아닌 자기 자신의 죽음을 바랐던 위대한 시인 릴케여! 어찌 그리도 당신다운 죽음을 맞이하였던가요. 여자 친구를 위해 장미꽃을 꺾다가 그만 가시에 찔린 게 덧나서 백혈병으로 생을 마감하였다니요. 스스로 묘비명에 쓸 시를 준비하고 전설적인 죽음을 남긴 채 장미의 기꺼운 잠을 자고 또 자리라. ‘장미꽃이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이리도 많은 눈꺼풀 아래 그 누구의 잠도 아닌 기꺼움이여.’
― 문현미, ‘오! 순수의 모순 ― 라이나 마리아 릴케에게’ 부분
 
하얀 겨울이 지나면 어김없이 봄은 찾아와 노란 개나리꽃을 피우지만 오직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은 정치를 한다고 하는 사람들뿐인 것 같습니다. 가슴이 없는 보수, 머리가 없는 진보, 이 모든 정당들은 저마다 개혁을 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개혁하고자 하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차제에 모든 정치인들을 불러 모아 교수님의 애국 애족하는 인간의 도리 교육부터 다시 듣도록 해 봤으면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 윤범식, ‘정신의 각성을 일깨워  주신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께’ 부분
 
선생님은 사람과 시인들을 가려 교제하는 분이셨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시인협회까지 탈퇴하시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시인의 길과 학문의 길로 이끌어주신 정말 자상하고 자랑스러운 은사님이셨습니다. 선생님으로부터 추천 완료된 지 4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저는 아직 선생님처럼 훌륭한 시를 쓰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을 광주 공원묘지에 묻고 부산으로 돌아오면서 선생님의 제자로 손색이 없는 작품을 남겨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도 꽃의 시인이 되십시오.
― 양왕용, ‘꽃이 되어 천상으로 가신 은사님’ 부분
 
▲ 이유식 평론가     ©독서신문
편저자인 이유식 씨와 전지명 씨는 이 책의 서문에서 “글의 내용은 동서고금의 위인이나 작고나 현존 중인 훌륭한 예술가, 정치가, 철학가와 사상가, 종교지도자, 여권운동가, 기업가, 존경할 만한 스승, 기타 부문 등에서 꼭 한 사람씩만 택하여 편지형식의 에세이가 되도록 우리 문단인들에게만 청탁했으며, 대상인물의 선택은 자의에 맡겼다. 이런 이번 기획은 과분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출판계에서는 처음의 시도가 아닌가 싶어 긍지를 갖고 임해 보았다.”라고 기획의 취지를 설명했다.
 
편저자들은 또한 “일단 들어온 원고를 분류·정리하다 보니 전체 48인의 대상인물들 중에 ‘나의 스승 편’ 여덟 분을 성격상 별도로 해 보니, 국내인이 23인이었고, 국외인이 17인이었다. 이는 지난날과는 달리 그만큼 국내 인물에 대한 관심과 자긍심이 높아졌다는 증거가 아닌가 여겨진다.”라며 원고의 성격을 분석한 뒤, “내용을 살펴보니 대상인물들의 삶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일과 관심을 끌었던 사건, 또는 그들의 예술세계나 삶의 비화도 소개되어 있는가 하면, 그들의 삶이 주는 교훈이나 인생론의 메시지도 들어 있고 또 편지 형식이라서 각 필자의 개인적 이야기나 생각과 느낌도 양념처럼 가미되어 있어 딱딱한 개인 전기식 글과는 달라 읽을 맛이 났다.”라고 편저자로서의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유식 씨는 경남 산청 출생으로 부산대학교를 거쳐 한양대학교 대학원과 세종대학교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본격적인 문학 활동은 1961년에 <현대문학>지를 통해 등단하면서부터였고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과 강남문인협회 초대회장, 하동 평사리 토지문학제 추진위원장을 역임하고 배화여대 교수로 정년퇴임을 하였다. 현재는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상임고문과 강남문인협회 고문, 청다한민족문학연구소장, 청다문학회 이사장 등을 맡고 있으며 현대문학상과 예총예술문화대상, 한국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한 바도 있다. 주요 저서로는 평론집으로 <반세기 한국문학의 조망> 외 6권을 비롯해 수필집으로 <세월에 인생을 도박하고> 외 5권, 평전으로 <알베르 카뮈의 문학과 인생> 외 1권 등이 있다. 
 

▲ 전지명 수필가     © 독서신문
전지명 씨는 경남 울주 출생으로 성균관대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대학원과 동국대학교 박사과정(북한학)을 마쳤으며, 대한민국 경영인 ceo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문학 활동으로는 월간 <문학세계>지를 통하여 등단한 뒤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이 되었고, 한국문학예술가협회 회장과 한국문인협회 남북문학교류위원, 청다한민족문학연구소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초원의 별빛>(시집)을 비롯해 <이것이 몽골이다(몽골을 알아야 21세기가 보인다)>가 있으며, 공저로 <저 하늘에 사랑등불 매달고>와 <한국의 새로운 비전> 등이 있다.
 
이 책 속에 담긴 에세이들은 다음과 같다.
제1부는 국외편인데, ‘세기의 위대한 탐험가-아문젠 선생에게’(김중위), ‘자유와 평등의 투사-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에게’(김천혜), ‘인도 건국의 아버지-간디 옹에게’(류상훈), ‘오! 순수의 모순-라이너 마리아 릴케에게’(문현미), ‘금세기 최고의 테너-루치아노 파파로티 씨에게’(박성태), ‘지성과 열정의 여성운동가-마가렛 풀러에게’(박양근), ‘천국과 지옥을 보여준 위대한 영혼-이마뉴엘 스베덴보리님께’(서정남), ‘초인사상의 조련사-프리드리히 니체에게’(송봉현), ‘불패정신의 권화(權化)-e.헤밍웨이님에게’(원종린), ‘달빛으로 남은 악성-베토벤에게’(유혜자), ‘위대한 철학자-이마뉴엘 칸트 선생에게’(이수화), ‘불우의 여성 천재조각가-카미유 클로델에게’(이유식), ‘천재 피아니스트-스타니스라브 부닌에게’(전민정), ‘유목 이동문명시대의 귀감-칭기즈칸에게’(전지명), ‘반항적 젊은 세대의 대변인-f.스콧 피츠제랄드에게’(정진농), ‘생명의 원초적 본능의 전도사-d.h.로렌스에게’(최인찬), ‘위대한 미국의 현대 극작가-아서 밀러에게’(하유상) 등 17편이 수록되어 있다.
 
제2부는 국내편이고, ‘식민지하의 애국적 문화재 지킴이-전형필님께’(강나루), ‘동학의 횃불-전봉준 장군님께’(김명옥), ‘스물다섯에 꺾인 순국의 꽃-윤봉길 의사께’(김미숙), ‘평생교육의 큰 별-다석 유영모 선생님께’(김정오), ‘특별한 인연으로 만난 정열의 작곡가-이안삼님께’(김종선), ‘아동문학의 길을 열어주신 아버지-김영일님께’(김철민), ‘직언(直言)의 역설적 영광-서포 김만중님께’(남기욱), ‘국리민복(國利民福)의 귀감-을파소님께’(박건웅), ‘중요 무형문화재 제1호-성경린옹께’(박찬현), ‘시조 한 편의 이 감동-이조년(李兆年)님께’(서경희), ‘숭고한 신념의 의료사업가-유일한 박사님께’(서명언), ‘한국 유화업계의 큰 버팀목-허원준 회장님께’(손계숙), ‘탈속의 반선(半仙) 화가-성재휴 선생님께’(양태석), ‘불꽃처럼 살다간 예술혼-전혜린님께’(오차숙), ‘정신의 각성을 일깨워주신 철학자-김형석 교수님께’(윤범식), ‘문학 이대(二代)의 거룩한 모습-박목월 시인님께’(이 경), ‘서예의 달인-한석봉님께’(이성남), ‘가계(家系)의 위대한 선조(先祖)-익재 이제현 할아버지께’(이유송), ‘민족의 심장 속에 ? 苡팀獵?충무공-이순신 장군께’(지교헌), ‘태평무에 바친 사랑- 무용가 강선영 선생님께’(최금녀), ‘초비극적 삶의 수행자-만해 한용운 선사에게’(최원규), ‘군인정신의 사표(師表)-백선엽 장군님께’(최장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앙드레 김 선생님께’(황여주) 등 23편이 수록되어 있다.
 
▲ 안재동 시인·평론가     ©독서신문
제3부는 나의 스승편으로, ‘아름다운 시공에서-청마 유치환 선생님께’(김광회), ‘뒷모습이 아름다운 시인-이형기 선생님께’(김동민), ‘평생을 깨끗하게 살다 가신 스승-시인 김대현 선생님께’(김영배), ‘꽃이 되어 천상으로 가신 은사님-시인 김춘수 선생님께’(양왕용), ‘내 문학의 스승-시인 김대규님께’(양윤덕), ‘지조와 풍류의 시인-지훈(芝薰) 선생님께’(조세용), ‘꿈꾸는 제자 눈물 닦아주신 분-이중표 목사님께’(최은혜), ‘문학의 불씨를 지펴주신 분-작가 김이석 선생님께’(한명희) 등 8편이 수록되어 있다.
 
 
읽고 생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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