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유지희 기자] 제2차 세계대전의 온갖 만행이 야기한 오늘날의 비극을 그린 「프로젝트 3부작」 시리즈 2탄인 『시로 프로젝트』가 출간됐다. 역사 마니아라면, 특히 제2차 세계대전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흥미를 느낄 만한 작품이다.
「프로젝트 3부작」 시리즈 첫 번째 권 『블레이베르크 프로젝트』는 나치의 생체실험과 다국적 컨소시엄의 음모를 파헤쳤었다. 이번 책은 태평양 전선에서 자행된 일본 731 부대의 생체실험과 그로 인한 지금의 비극을 담았다.
1957년 미국 메릴랜드 주, 미국 육군의 세균전 비밀 무기 프로그램 본부인 '디트릭 요새'에서 제인 우드리지 교수는 몹시 민감한 실험을 진행한다. 어느 날, 본부 내에 사이렌이 울려 퍼진다.
시점은 현재로 넘어와, 체코 공화국에서는 어느 작은 마을 주민들이 몰살당한 채 발견된다. 그 때 그 곳을 지나던 브라니슬라프 포보르스키는 이혼 직전의 위기에 놓인 결혼 생활을 피해 부모님 집을 찾던 중이었다. 경찰에게 봉쇄된 이 마을에 우연히 들렀던 그의 인생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꼬이기 시작한다.
한편 책의 주인공인 모사드 요원 에이탄 모르겐스테른은 멘토인 엘리의 납치 사건으로 적에게 협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마주한다. 노여움의 여신과 손을 잡아야 했던 그는 자신의 내면과 싸워야 하는 고독한 남자를 대변한다.
과거 일본군의 생체실험은 생화학 무기의 발전을 가져왔지만, 수많은 무고한 희생자를 낳았다. 이 소설에서 비인간적인 생체실험을 자행했던 일본 731부대를 이끈 이시이 시로는 전쟁이 끝난 후, 생화학 무기 개발에 열을 올린 강대국들의 비밀 지원을 받아 큰 돈과 안전한 노후를 보장받는다.
세월이 흘러 양심의 가책을 느낀 한 부대원이 목숨을 걸고 폭로를 시도하지만,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한다. 그러다가 블레이베르크 프로젝트를 무사히 해결한 모사드 요원 에이탄에게 의문의 생화학 테러 사건 소식이 들려온다.
어제의 적이 동지가 되고, 인류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는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은 그 광기와 어떻게 맞서 싸워야 할까?
『시로 프로젝트』는 미국 첩보영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욕구를 만족시킬 만한 스릴 넘치는 문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바이러스 공포를 일본 생체실험과 버무린 흥미로운 소재로 중무장한 작품이다.
■ 시로 프로젝트
다비드 카라 지음 | 허지은 옮김 | 느낌이있는책 펴냄 | 368쪽 |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