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는 '본능'? '발명'됐을 수도 있잖아?
모성애는 '본능'? '발명'됐을 수도 있잖아?
  • 윤빛나 기자
  • 승인 2014.02.11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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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윤빛나 기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성애'보다는 '모성애'라는 단어를 더 익숙하게 느낄 것이다. 그만큼 '아이에 대한 사랑은 어머니의 몫'이고, 어머니라면 당연히 본능적으로 아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모성애'가 발명된 것이라고 규정하며 '발명된 모성애'의 정체를 파헤쳐 간다. 독일인 저자의 관점에서 쓰였지만, 25년 전 독일의 여성문제가 현대 한국의 여성문제와 꼭 닮아 있어 공감하기에 어렵지 않다. 하지만 1장은 독일의 지역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지루하니 건너뛰어도 좋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3장 '모성애의 역사'부터 시작된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국가의 경제적 동력을 약화시키고 사회적 부양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회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출산 보조금, 무상교육 등을 논의했으며, 여성이 직업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유연화, 민간교육시설 확충 등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이 논의의 다른 한편에는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들의 이기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출생률 감소가 본질적으로 언론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21세기에 새삼스럽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근대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오랜 역사가 있는 사건이라는 말이다.

전근대 여성에게는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생각해볼 수도 없는 것이었다. 가족경제를 위해서는 노동력을 보충할 아이가 필수적이었다. 여성의 삶이 가정에 매이고, 엄마와 아이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형성된 것은 근대부터다. 근대에는 어린이를 점차 나름의 욕구와 권리를 지닌 독립적 인격체로 간주하게 됐고, 여성에게는 아이를 '잘 길러야 한다'는 부담과 문화적 측면의 노동비용이 주어졌다. 육아와 자녀교육은 전적으로 어머니의 일로 규정됐고, 이를 정당화하는 생물학적·문화적 신화가 유포됐다. 모성애는 이렇게 '발명'됐다.

저자는 저출산 문제의 해법으로 '더 평등해지는 것'을 제안한다. 엄마가 된 여성이 삶 전체를 바꿀 결심을 해야 하는 현재가 변할 때, 그리고 '엄마'라는 딜레마와 모성애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 아이들이 더 많이 태어날 것이다.

출산과 육아를 여성의 문제로만 밀쳐낼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해결하려면 오늘 우리의 모습을 만든 어제의 사건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모성애의 발명』은 오늘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바로 어제의 일을 '모성의 사회사'를 통해 분명하게 규정한다. 현대 가족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려면 '어제'부터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 모성애의 발명
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 지음 | 이재원 옮김 | 알마 펴냄 | 255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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