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웅
아직은 이르다 눈 속에 반짝이는 빛이
피기까지는 아직은 이르다
먼 산을 바라보라
삭막한 들판 휘젓는 한 가닥 바람
세차게 몰고가는 산구렁에 눈 쌓이는
지금은 아직 때가 이르구나
슬픔은 눈물로 지나며 흘러버린 개울가
바윗골 이끼는 아직 마르지 않았어
눈 속에 피는 꽃은 화사한 봄날 향해
그대의 설원(雪園)에 이제 막 돋아나는
차가운 눈 속에 작열하는 소리로
가지마다 또렷이 피어날 것이다
눈이 녹지 아니한 그 때를 기다려라
그 이름 매꽃(梅花), 자랑스레 불러주리
[이해와 감상]
의인화 수법으로 승화시킨 개화(開花)의 서정미
시인은 세련된 풍자적인 직서적 시어로 심도 있는 이미지를 설득력있게 독자들에게 전달시키고 있다. 섣불리 눈속의 매꽃(梅花)을 아는 체 말라는 아포리즘(aphorism, 잠언)이 은연중에 기교적으로 메타포되고 있다. 아울러 한 겨울 눈속에서 피어난다는 매화에의 예리한 시각속에 화자의 가슴에 희망찬 새봄이 마냥 기다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만만치 않다고 강조한다. “슬픔은 눈물로 지나며 흘러버린 개울가/ 바윗골 이끼는 아직 마르지 않았어/ 눈 속에 피는 꽃은 화사한 봄날 향해/ 그대의 설원(雪園)에/ 이제 막 돋아나는/ 차가운 눈 속에 작열하는 소리로/ 가지마다 또렷이 피어날 것이다/ 눈이 녹지 아니한 그 때를 기다려라/ 그 이름 매꽃(梅花), 자랑스레 불러주리”(후반부)라는 것은 눈부신 새봄의 매화가 잔설속에 피어나는 길목에서의 오랜 시련을 극복하므로써 비로소 형성되는 개화(開花)의 서정미를 의인화 수법으로 승화시킨 상징적 묘사로서의 가편(佳篇)이라고 보련다.
/ 홍윤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