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0.034%인 법률가들, 무엇을 독점하고 있는가
국민 0.034%인 법률가들, 무엇을 독점하고 있는가
  • 윤빛나 기자
  • 승인 2014.02.03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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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윤빛나 기자] "고대엔 주술사가 있었고, 중세엔 성직자가 있었다면, 오늘날에는 법률가들이 있다"

책 『저주 받으리라, 너희 법률가들이여!』는 위 같은 강렬한 문구로 물꼬를 튼다. 책의 핵심 주제를 가장 압축적으로 요악한 문장이자, 가장 유명한 구절이기도 하다. 이 책은 오랫동안 예일대 로스쿨 교수로 있었던 프레드 로델 교수가 1939년에 출간했는데, 사회와 민주주의의 최후 수호자를 자임하는 법원과 법권들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통해 법의 존재 의미와 진정한 법률가의 모습을 성찰하게 한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매력 있게 다가온다.

주술사, 성직자, 법률가의 공통점이 있다면 아마 '언어', 특히 세상사의 이치와 운영 규칙을 전달하는 '언어'를 다룬다는 점일 것이다. 게다가 그들이 다루는 언어는 그들만이 해석할 수 있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매우 낯설고 어려운 언어다. 다시 말해서 부족 시대에는 주술사들이, 중세에는 성직자들이 세상사의 이치와 인간의 운명에 대한 해석을 독점할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의 문명사회는 법률가들이 운영한다. 오늘날 국회의원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14.3%)을 가진 직업군은 법률가들이다. 법률가는 전체 국민 가운데 0.034%밖에 되지 않는다. 이쯤 되면, 우리 정부는 인민의 정부가 아니라 법률가들의 정부라 해도 무색하다.

저자에 따르면, 법률가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보통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거나 대체하려 하지 않는다. 의사들이 환자에게 병에 대해 설명할 때 당신 몸의 어떤 부위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쉽게 설명해 주는 것과는 상반된다. 법률가들이 그 말의 의미를 해석하는 열쇠를 조심스레 감춰 두는 한, 일반인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 힘들다. 더 큰 문제는 법률가들이 언어의 독점을 통해 이를 문명사회 운영의 최고 원리로 삼고, 사업 수완으로 사용할 때 발생한다.

이 책은 전문 지식에 대한 법률가들의 독점, 일반인들의 무관심, 과학적 학문으로서의 법이라는 신화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법률가들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는지를 신랄하게 보여 준다.

또한 '법의 입'을 자처하는 법률가들이 어떻게 법을 자의적 논리에 따라 해석해 왔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떻게 사실상 입법자가 됐는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독자들에게 전한다.

한편 이 책은 미국에서 소위 '보수적 사법부의 시대'라 불리던, 행정부와 입법부의 정치적 결정에 대해 사법부가 '법의 이름'으로 개입해 이를 뒤엎었던 시기에 쓰여졌다. 저자는 뉴딜 입법 당시 연방대법원으로 대표되는 사법부가 정치의 사법화를 어떻게 주도했는지, 이를 위해 헌법과 법률을 어떻게 전문용어와 '법리'로 치장했는지까지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이는 법 해석에 대한 법률가들의 독점을 규제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들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한다. 비록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부분이지만, 사회적 타협 기구가 만들어져도 여전히 법의 이름으로 어느 일방을 다시 처벌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오늘 한국의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 저주받으리라 너희 법률가들이여
프레드 로델 지음 | 이승훈 옮김 | 후마니타스 펴냄 | 280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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