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매일 먹는 것들이기에 더 정겹다. 엄마라는 이름의 미역국, 쌀쌀한 날의 단팥죽, 유명 맛집의 칼국수, 제주의 고기국수, 포장마차 떡볶이, 포슬포슬한 손두부, 매콤한 비빔국수 등의 친근한 음식과 그 음식이 이어준 인연들은 지친 삶이 어떻게 위로받고 치유되는지를 들려준다.
좀 엉뚱한 이야기지만 나는 간장게장을 먹을 때마다 이덕무의 『사소절』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덕무는 자신의 책에 선비들이 지켜야 할 예절을 적어놓았는데, 여기에 재밌는 구절이 하나 있다. 게장을 먹을 때 껍데기에 밥을 비벼 먹는 행동은 몹시 조잡해 보이니 절대로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만큼 간장게장의 유혹은 치명적이어서, 조선의 선빋 체면을 차리기가 어렵다는 반증이다. -본문 93페이지 중-
이 책에 등장하는 ‘상담’은 자신의 내면을 향한다. 그렇다고 자신의 이야기만을 풀어 놓지는 않는다. 음식을 통해 삶의 힘겨움과 고통을 대면하고, 그 순간을 겪어야만 하는 자신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한다. 음식이라는 소재의 친근함과 조곤조곤한 말투 덕이다.
저자는 상담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만나고, 이해하고, 공감하라’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어떤 이론이나 심리상담 기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살아 있는 만남에서는 저절로 치유와 성장이 일어난다. 같은 맥락에서 이 책은 마음과 마음이 맞닿는 곳, 즉 ‘소울푸드’를 찾아내 독자와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만약 저자가 제시하는 소울푸드에 마음이 열린다면, 저자를 따라서 한단계 한단계 마음의 성장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뜨거운 위로 한 그릇
위서현 지음 | 이봄 펴냄 | 192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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