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후쿠시마 연안 일대는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또다시 그 근처에서 강진이 발생한다면 그동안의 노력은 소용 없어지고, 북반구 전역은 방사능 지옥이 될지도 모른다.
경주 방폐장 반대운동에 참여하고 있던 저자는 후쿠시마 핵사고를 접하면서 “일본은 망했구나, 저런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더불어 그동안 일어난 대형 핵사고(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들이 모두 핵발전소 개수가 많고, 원자력 선진국이며, 원자력 수출국이라는 조건에 부합하는 나라들에서 ‘확률대로’ 일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렇다면 한국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이 책은 저자가 2년 반 동안 450여 회에 걸쳐 진행한 ‘탈핵강의’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은 ‘탈핵’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학술적인 내용보다는 핵발전소에 대한 전체적인 관점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후쿠시마 핵사고, 핵사고 확률, 한국의 위험 정도, 방사능의 건강영향, 핵폐기물, 핵재처리, 원자력의 대안 등 원자력 관련 이슈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또한 원자력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인 안전, 경제적, 친환경적, 미래의 희망, 과학의 상징, 세계 에너지 산업 주도 등이 모두 거짓이라고 말하며 가능한 증거를 모두 동원해 정부의 원자력에 대한 선전에 반박한다.
특히 제7장에서는 한국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한국인의 피폭 경로’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 국민이 후쿠시마의 영향으로 외부 피폭이 증가할 가능성은 아주 낮기 때문에, 음식을 통한 내부피폭이 주요한 피폭 경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도 저자는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에 관심을 갖고,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sns로 모아 모금을 해 식품 방사능 측정기를 구입했다. 그 결과 명태에서 방사능이 검출될 확률이 높았고, 냉동고등어도 안전성이 의심되는 수산물로 꼽혔다.
마지막 장에서는 원자력의 대안으로 ‘탈핵의 두 바퀴’를 소개하면서 한국 탈핵은 가능하고, 세계가 이미 그 길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적 추세를 따르면 우리도 탈핵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쾌하게 알려 준다.
『한국 탈핵』은 원자력에 관심이 있던 독자들에게는 큰 틀에서 원자력을 볼 수 있도록 인도하고, 별 관심이 없던 독자들에게는 충격적인 진실을 깨우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 한국탈핵
김익중 지음 | 한티재 펴냄 | 296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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