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3년 세기의 여름
1913년 세기의 여름
  • 독서신문
  • 승인 2013.10.2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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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제국주의가 정점으로 치닫고, 민족주의가 점점 확산되고, 발칸전쟁을 비롯한 영토 분쟁이 끊이질 않고, 모더니즘이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의 전통 개념을 뒤엎어버린 해, 1913년에 관한 책 『1913년 세기의 여름』이 출간됐다.
 
책은 1913년 유럽 사회의 풍경을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로 나눠 그린다.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추운 8월이 찾아오는 등 이상기후 속에서도 유럽의 문화는 독특한 전성기를 구사한다. 문학, 미술, 음악, 건축, 사진, 연극, 영화, 패션 등 모든 문화 영역에서 예술가들은 모더니즘을 찬란하게 꽃피웠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300명이 넘는다.
 
저자는 프란츠 카프카,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마르셀 프루스트, 제임스 조이스, 토마스 만,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그문트 프로이트, 카를 구스타프 융, 파블로 피카소,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프란츠 마르크, 마르셀 뒤샹, 카지미르 말레비치, 아르놀트 쇤베르크, 아돌프 로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코코 샤넬 등 현대 유럽의 문화사에 진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의 행적을 역사적 배경까지 고려해 치밀하게 복원했다. 3년에 걸쳐 전기, 자서전, 일기 등 관련 자료를 모으고 재구성하자 1913년 유럽의 한 해 풍경이 드라마틱하게 되살아났다.
 
이 책의 백미는 인물의 내면 묘사와 동시대 인물들을 1913년이라는 한무대 위에 올려놓는 우연성의 포착이라고 할 수 있다. 1913년에는 미술 아카데미 입학을 거부당하고 싸구려 수채화를 그리며 생계를 이어가던 히틀러와 한 집의 손님방에 틀어박혀 민족 문제를 연구하던 스탈린이 빈의 쇤브룬 궁전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 여러 번 마주쳤을지도 모르고, 프란츠 카프카와 제임스 조이스와 로베르트 무질이 트리에스테의 한 카페에 잠시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셨을지도 모른다.
 
또한 스탈린이 처음으로 트로츠키와 만난 1913년 2월에 바르셀로나에서는 훗날 스탈린의 명령으로 트로츠키를 살해하게 되는 라몬 메르카데르가 태어난다. 1913년 빈에서는 유고슬라비아를 정복하는 요시프 브로즈 티토 역시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했으니, 20세기의 가장 지독한 폭군이자 독재자인 세 사람이 잠시 동안 함께 있었던 셈이다. 그들이 정말 우연히 만났더라면, 혹은 만나지 않았더라면 인류의 현대사는 조금이라도 바뀌었을까? 이 책의 소설적 재미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런 가정들에서 비롯된다.
 
빈, 베를린, 파리, 모스크바 등 전 유럽을 종횡무진하며 책 위에 펼쳐지는 1913년은 "이 책은 서로 무관한 에피소드들의 몽타주이자, 일기, 편지, 사진, 그림, 소설, 시, 신문, 잡지 등이 마치 질감이 다른 물질들처럼 붙어 있으면서 다양한 시점들을 보여주는 입체주의적인 콜라주"(옮긴이의 말)라는 설명이 고스란히 마음에 와 닿게 만든다.
 
 
■ 1913년 세기의 여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펴냄 | 396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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