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제단에 탐스러운 천도화를 놓아두었을까.
보는 이마다 간절하게 낙원으로 끌고 갔을까.
망우리 그의 하얀 비석에는 이끼도 자라지 않아
빈 무덤에 이름 없는 들꽃들만 무더기로 피어
흘러가던 구름도 궁금하면 때때로 돌아보지.
누가 이중섭을 산채로 십자가에 매달았을까.
눈먼 민중들에게는 어떤 비명도 들리지 않아.
파도 소리에 귀 막고 등 돌려 벼랑으로 가네.
벼랑 끝 도열한 십자가는 오늘도 경매가 한창이고,
경매가 끝나면 또 다른 이중섭이 십자가로 가네.
얼굴 다른 이중섭이 도살장 소처럼 끌려가네.
보는 이마다 낙원으로 향하라 시든 꽃비 내리네.
- 시집 『호박꽃나라』에서
■ 장종권
○ 전북 김제 출생
○ 남성고, 성균관대 국문과 졸업
○ <현대시학> 추천 시단 활동 시작(1985)
○ 시집 『누군가 나의 방문을 두드리고 갔습니다』(1991), 『가끔가끔 묻고 싶은 말』(1993), 『아산호 가는 길』(2000), 『꽃이 그냥 꽃인 날에』(2005),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2010), 『호박꽃나라』(2013)
○ 장편소설 『순애』(1997), 창작집 『자장암의 금개구리』(2008)
○ 인천문학상(2000), 성균문학상(2005) 수상
○ 현 계간 <리토피아> 주간,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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