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아 주는 손
손잡아 주는 손
  • 독서신문
  • 승인 2013.04.3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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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늦은 오후 앞이 안 보이는 안개 낀 산길을 걸어가자니 장주의 호접몽이 생각났다. 화사한 봄꽃사이로 감도는 몽환적인 분위기에 취할 겨를도 없이 몰려오는 것은, 산 속에 대책 없이 버려진 애완 토끼 마냥 전망 없는 막막한 일상들이었다. 봄꽃을 보고 있노라니 꿈이요, 춥고 배고프고 공포에 떨고 있는 토끼를 안고 있노라니 토끼 떨림이 곧 내 떨림이 되었다.
 
전망 없음은 불안이요 대상이 턱 버티고 있으면 공포가 된다. 그 대상은 춥고 배고픔이다. 불안과 공포에 하얗게 변한 얼굴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 속에 내 얼굴도 있다.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는 죽어가는 시간까지 배고프면 먹어야 한다. 토끼를 내려놓으니 비를 맞으면서도 먹이를 찾고 있는 모습이 처연하다.
 
눈물에 옷자락이 젖어도 갈 길은 머나먼데/ 고요히 잡아주는 손 있어 서러움을 더해 주나// 저 사공이 나를 태우고 노 저어 떠나면/ 또 다른 나루에 내리면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서해 먼 바다 위론 노을이 비단결처럼 고운데 - (하략)
 - 정태춘 노래, 서해에서
 
허그(Hug)는 상대를 안아주는 행위로 사랑과 애정을 표시할 때 서로 위로해줄 때 꼭 필요한 행위이다. 살고자하는 뜨겁던 마음이 식어버린 몸에 걸친 ‘옷자락이 눈물에 젖어’간다. 봄비에도 젖어간다. 젖은 몸이 무겁다. ‘갈 길은 머나먼데’ ‘저 사공이 나를 태우고 노 저어 떠나면/ 또 다른 나루에 내리면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방향 잃은 토끼의 놀란 눈은 더욱 슬프게 한다. 이때 ‘고요히 잡아주는 손’ 있으니 ‘서러움을 더해’ 준다.
 
‘고요히 잡아주는 손’은 ‘비단결처럼’ 고운 손이다. 포옹을 통해 파편화된 내면의 상처가 치유되듯 따뜻하게 ‘잡아주는 손’도 치유능력이 있다. 공자는 『논어』 ‘위령공’편 1장에서 “君子固窮 小人窮斯濫矣(군자고궁 소인궁사람의)” 즉 “군자는 진실로 궁한 자이다. 소인은 궁하면 넘친다”라 했다.
 
『여씨춘추』 제14권에 “臨難而不失而德 大寒旣至 霜雪旣降 吾是以知松柏之茂也(임란이부실이덕 대한기지 상설기강 오시이지송백지무야)” 즉 “군자는 환난에 처해서도 덕을 잃지 않는다.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은 서리와 눈이 내린 뒤라야 비로소 드러나는 법이다”와 뜻이 통하는 말이다.

어려울 때 손잡아주는 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君子固窮(군자고궁)’의 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어려울 때 가슴을 안아주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은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생활이 어려워지자 “小人窮斯濫矣(소인궁사람의)”라 했듯 혼란한 시간을 보내며 좌절하고 포기하고 있을 때 어느 날 말없이 다가와 내손을 덥석 잡으며 힘내라던 손이 있다.

간혹 그 손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이 들려 있기도 하고, 할머니 쌈지주머니에서 나오던 것처럼 박하사탕을 한 움큼 주고 가는 손이다. 보쌈집으로 불러내 나에게 더 많이 먹으라며, 상추에 고기를 싸 입에 넣어주면서 술잔을 권하는 손을 가지고 있는 사람, 사슴 눈처럼 맑고 황소 눈처럼 깊은 눈빛과 따뜻한 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君子(군자)’의 마음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먼저 손을 잡아주고, 먼저 다가가 안아주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정영수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 편집위원 검돌(儉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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