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 한 통의 ‘친필(親筆) 편지’를 쓰자
이 봄, 한 통의 ‘친필(親筆) 편지’를 쓰자
  • 조석남
  • 승인 2013.03.1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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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남 편집국장     © 독서신문
[독서신문 조석남 편집국장]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13일 청와대에서 국가원로 초청 오찬 간담회를 갖고 본격적인 ‘소통 행보’를 시작했다. 사실 박 대통령의 취임 초기, 많은 사람들이 가장 우려한 것이 ‘소통’의 문제였다. ‘과연 국민의 목소리가 잘 전달되고 있는가’, ‘측근들조차 직언을 꺼리는 분위기에서 과연 어떤 통로를 통해서 사심 없는 의견을 경청할 수 있을 것인가’ 등 기우(杞憂) 아닌 우국(憂國)의 목소리가 높았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소통의 물꼬를 튼 것은 바로 ‘친필(親筆) 편지’였다. 주변 원로들이 박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고, 박 대통령이 이에 화답한 것. 진심과 정성을 담아 써내려간 편지가 박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였고, 서로 가슴을 열고 대화를 시작한 것이다. ‘친필 편지’의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필자는 매일 소박하지만 감동적인 e-메일을 받고 있다. ‘박시호의 행복편지’, ‘김재화의 말글레터’ 등이 그것이다. ‘친필 편지’는 아니지만 편지 형식의 글로 늘 세상 살아가는 기쁨을 안겨준다. 

e-메일과 휴대전화 문자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편지는 어쩌면 박물관 속 골동품처럼 케케묵은 과거의 도구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e-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는 사람의 감정을 전달하기에는 편지보다 못할 것이다. 특히 워드로 친 깔끔한 인쇄체의 편지보다는 온 정성을 다해 손으로 직접 쓴 편지는 쓰는 사람의 숨결까지 느낄 수 있어 받는 사람이 더 많은 감동을 받을 것이다.

e-메일을 손으로 바꿔준다는 일명 ‘스네일 메일 마이 이메일(Snail Mail My Email)’ 운동이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을 봐도 ‘손 편지’, ‘친필 편지’의 감동은 남다르다. 여기서 ‘스네일 메일’이란 ‘달팽이처럼 느리다’는 뜻으로 차가운 e-메일을 직접 손으로 써서 따뜻한 편지로 보내는 일반우편물을 이르는 말이다.
 
스스로를 ‘국보’라고 칭하며 숱한 일화를 남긴 국문학자 양주동 박사의 ‘연애편지 사건’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된다. 시인으로서의 문재도 뛰어났던 양 박사는 일본 와세다대 유학 시절, 서울에서 짝사랑했던 여대생을 잊지 못해 연애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구구절절한 미문의 연애편지는 흠모하는 여대생의 손에 닿기도 전 사감의 검열로 번번히 차단되곤 했다. 미션 스쿨이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사정을 알게된 그는 성경 중에서 ‘사랑’과 관련된 대목들을 뽑아 연서를 보냈고, 정성에 감복한 여대생으로부터 마침내 마음을 얻어냈다는 얘기다. 이처럼 편지는 진한 감동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베르테르의 편지는 못다 이룬 사랑에 가슴앓이하는 그 시대 젊은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미국 줄리아드 음대에 입학한 최초의 동양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는 음악을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어머니가 써주신 10장의 ‘손 편지’를 끼고 다니며 힘든 시간들을 이겨냈다고 한다. 누군가가 그리우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남겨진 편지이다. ‘친필 편지’는 척박하고 메마른 세상에 그늘 같은 쉼터가 된다. 고달픈 출근 길 우연히 발견된 “아빠, 힘내세요”라는 딸아이의 편지보다 더 신나고 힘나는 격려는 없을 것이다.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것은 정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편지는 말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과거와는 다르게 말이 조금씩 가벼워지면서 글의 강점이 더욱 부각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글로 쓴 편지만이 줄 수 있는 감정이입에 사람들은 감동을 받게 된다. 편지를 쓰기 위해 일일이 편지지와 봉투를 구입했을 것이며, 그 편지에 쓴 글들을 하나하나 써내려 갔을 것이며, 또한 상대방을 생각하며 말보다는 다른 깊음으로 한번 더 생각해서 작성했을 편지에서 더욱 많은 감동을 받는 건 당연할 것이다.

<독서신문>은 지난해 『편지가 꽃보다 아름답다』라는 ‘북 레터’ 형식의 책을 출간했다. 예쁜 편지지를 앞 부분에 넣어 ‘친필’로 ‘사랑’을, ‘행복’을 담아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할 수 있도록 했다. ‘북 레터’라는 새로운 상상이 메마른 사람들의 가슴 속을 단비처럼 적셨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담은 것이었다.

현대인의 불행은 ‘소통의 부재(不在)’에 있다. 진실한 마음을 전하고 닫혔던 벽을 허무는데 ‘친필 편지’보다 좋은 것은 없다. 꽃은 눈을 즐겁게 하지만, 편지는 가슴을 설레게 한다.

‘마음의 꽃’ 편지는 닫혔던 세상을 녹이는 희망이 된다. 짤막해도 친필로 전하는 메시지는 큰 격려가 된다. 고된 직장생활에 지친 아빠에게, 온 몸에 성한 데가 없으면서도 자식만을 걱정하시는 엄마에게, 오랫동안 못 뵌 스승님께, 마음을 열지 못했던 친구·선후배에게, 사랑하는 마음만은 꼭 전하고 싶은 연인에게 이 봄, 한 통의 ‘친필 편지’를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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