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총총 세우고도 찌를 엄두 못 냈다
사는 길 가시와 주먹 녹슨 창칼 이었다
미워할 사람에게 어째보지 못하고
벼르던 빚 갚기도 때를 놓쳐 버렸다
그나마 핑계로 가린 굼벵이의 넋두리
가지는 미끈하고 손가락은 곧아야지
강가의 돌멩이도 제풀에 뒹굴다가
부대낀 모서리마다 이력서를 남긴다
[이해와 감상]
삶의 진실 추구의 빛나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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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그 생각을 지워 버리려 애쓰지만, 모상철 시인은 오히려 그에게 정면으로 엄습한 극한 상황을, 그 아픔의 과거를 진솔한 표현으로 천착하며, 삶의 진실을 규명하는 끈질긴 작업에서 이 현대시조 작품의 시문학성과 함께 매력이 넘친다.
“미워할 사람에게 어째보지 못하고 / 벼르던 빚 갚기도 때를 놓쳐 버렸다 / 그나마 핑계로 가린 굼벵이의 넋두리 // 가지는 미끈하고 손가락은 곧아야지 / 강가의 돌멩이도 제풀에 뒹굴다가 / 부대낀 모서리마다 이력서를 남긴다”고.
따지고 본다면 극한 상황과 맞닥들이는 이율배반 속에 나타나지만 모상철은 시적 순응 속에서 극한 상황을 수용하는 슬기로서 거센 감정을 카타르시스하는 명편이다.
/ 홍윤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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