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새기는 것 단순 작업이라도
서필력(書筆力) 솟구치며
선, 형, 점, 질감, 색을 넣는것
칼자국 끌자국 음각 양각 음양각으로
조화를 이루려 글자 다시 짜맞추어 깎아내고
홈을 메우고 모양을 다듬고
치장하여 보여 주는 것은 무엇인가
광화문 숭례문 흥인지문
저 묵직한 성상(星霜)의 현판들
또한 누구의 넋 고이 깃들여 있는가
사랑의 혼 듬뿍 담아 실어
온 세상 눈부시게 꽃피우려네
[이해와 감상]
전통서각의 순수 예술미 추구
|
그런 견지에서 여기 시인 류재덕의 「서각」은 매우 값진 시작업인 것 같다. 즉 제재(題材) 선택의 참신성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고 보련다.
“광화문 숭례문 흥인지문 / 현판은 또한 누구의 넋이 깃들어 있는가 / 사랑의 혼 듬뿍 실어 / 세상을 밝게 꽃피우려네”(제3연)라는 한국 전통미 추구를 통한 서각 예술의 승화를 지향하는 시언어 형상화에의 진지한 자세도 자못 주목된다.
자칫하면 관념에 빠지기 쉬운 소재를 안정된 시각적 이미지의 강한 시상(詩想) 전개의 용기(容器) 안에다 잘 다듬어진 해맑은 에스프리(esprit, F) 처리로서 강한 정신미의 형상화라는 뛰어난 기교로서 발휘되고 있다고 본다.
/ 홍윤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석좌교수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