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가라, 생각이여 오라…'철학 한 입'
감정은 가라, 생각이여 오라…'철학 한 입'
  • 독서신문
  • 승인 2012.08.2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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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피터 싱어, 줄리언 사블레스쿠, 사이먼 블랙번, 마이클 샌델, 알랭 드 보통 등 대표적 철학자 25인의 철학적 대화를 담은 대담집 『철학 한입』이 번역, 출간됐다.
 
철학의 대중화에 힘써온 BBC월드서비스의 다큐멘터리 제작자 데이비드 에드먼즈, 영국 개방대학 철학과 교수 나이젤 워버턴이 2007년 6월 인터넷망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인 팟캐스트로 첫 방송한 프로그램 '철학한입'을 엮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킨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보다 4년이나 앞선 것이다.
 
애청자들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인터뷰 100여 편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25편을 선정해 실었다. 주제는 크게 윤리학, 정치학, 형이상학, 미학, 인생 등 다섯가지다.
 
'동물'을 주제로 한 대화에서 동물윤리학의 거장 피터 싱어는 "어떤 동물은 어떤 인간보다 더 높은 도덕적 지위를 지닌다"고 말한다. 1975년 현대 동물권 운동을 탄생시킨 기념비적인 책 '동물 해방'을 쓴 그는 동물들의 이해관계에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으면서 사람의 생명은 신성하고 목적 그 자체이며, 그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에는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싱어는 종 그 자체를 도덕적 지위의 결정자로 간주하는 것을 '종차별주의'라고 규정지으며, 동물의 권리에 대한 한층 진보적인 사고를 드러낸다.
 
'사람들은 몇 시, 몇 분, 몇 초에 중년이 될까' 등 중립적으로 보이는 개념에서조차 철학자들은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영미문학계의 거목 티모시 윌리엄슨은 "우리는 정치가들이 자신들의 공약을 모호한 언어로 진술하는 방식에 익숙하다"면서 "그래야 그들은 나중에 공약의 굴레에서 교묘하게 벗어날 수 있으니까. 속지 않으려면 우리는 그들 언어의 모호성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악의 문제'에 관한 대화에서 영국 철학자 스티븐 로는 "그 악한 신은 우리에게 튼튼하고 건강한 젊은 육체를 주었을까?"라며 "그는 단지 10년에서 15년 정도 동안만 그렇게 해줄 뿐이다. 그런 다음에는 서서히 그리고 불가피하게 퇴화와 노쇠로 미끄러져 들어가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필요한 것은 위로나 체념, 분노와 같은 감정이 아니라 생각이라고 강조한다. 철학은 그 일을 아주 잘 해낼 수 있다고 귀띔한다.
 
한편, 팟캐스트 '철학 한입'은 2011년 말 현재 1200만 건이 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 중이다. 인터뷰 건수는 200편에 육박하고 있다.
 
■ 철학 한입
데이비드 에드먼즈, 나이젤 워버턴 지음 | 석기용 옮김 | 열린책들 펴냄 | 352쪽 | 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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