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그렇게 뜨거우면서도 희망적인 도종환의 글들을 한데 모았다. 80여 편의 산문이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우리를 수많은 갈림길로 데려가는데, 결국 ‘소통’과 ‘연대’의 가치로 귀결된다. 저자는 나무가 나무를 만나 숲을 이루고, 담쟁이 잎이 함께 담을 건너가는 것처럼 서로 어깨를 걸고 함께 하다 보면 세상살이 속에서 희망을 건져낼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책을 출간하며 “이 책에 실려 있는 글도 숲과 대지와 하늘과 들꽃에게 들은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는 말을 건넸다. 그의 산방생활이 어떤 기운을 내뿜을지, 얼마나 청량한 정서를 전해 줄지 단 한 문장만으로 짐작이 가능하다.
매화는 화려한 꽃이 아닙니다. 작고 조촐한 꽃입니다. 매화는 진하고 뜨거운 꽃이 아니라 차고 맑은 꽃입니다. 다섯 장의 작은 꽃잎이 모여 만든 소박하고 동그란 얼굴은 말수가 적고 겸손한 사람의 얼굴입니다. 도시의 세련된 여인을 떠올리기보다 시골이 고향인 순박한 여인의 얼굴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론에 밝은 학자의 모습이라기보다 가난하고 진실한 선비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매화」중-
이처럼 저자의 글들은 부드러우면서도 강직하게 세상을 감싸 안고, 한 시대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어렵지 않은 언어로 녹여 냈다. 소박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송영방 화가의 그림은 글이 풍기는 따스한 냄새를 더욱 진하게 만든다.
■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
도종환 지음 | 문학의문학 펴냄 | 293쪽 |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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