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문제에 부딪힌 셸링은 『인간 자유의 본질에 관한 철학적 탐구』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는 실재의 관점에서 보면 나눠져 있는 것들을 안으로 모아서, '근거'를 찾아 들어간다. 그러면서 심층 구조 체계를 논하고, 그 구조 속에서 자유가 드러나는 지점을 포착하며, 동시에 드러나는 인간의 존재 지점을 점검한다.
셸링은 자유가 '선을 행할 수도 있고 악을 행할 수도 있는 능력'임을 도출해 낸다. 자연히 선과 악은 무엇이고, 그것은 어떻게 생겨나는지, 그것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은 무엇인지는 다뤄야 할 중심 문제가 된다.
『인간 자유의 본질에 관한 철학적 탐구』에서 셸링이 논의하고자 하는 내용은 모두 이 시대에 생각해 볼 만한 주제다. 주체의 상실과 부재 내지는 해체가 주장되고, 그에 따라 자유의 실재성까지 부정되는 시대. 이 시대의 독자들은 고전적 목적론적 자유 이론의 전형을 살펴보고 자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면서, 방향성 없이 떠도는 맹목적 표피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 책은 하이데거가 헤겔의 『정신현상학』과 함께 독일 관념론의 두 정점으로 평가한 작품이기도 하다. 자유론의 백미이자 절대자(신)의 자기 이분화, 악의 가능성과 현실성, 절대자의 자기계시 등을 논의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 인간 자유의 본질에 관한 철학적 탐구
프리드리히 셸링 지음 | 김혜숙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펴냄 | 202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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