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스토리텔링
정치와 스토리텔링
  • 조석남
  • 승인 2012.06.0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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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남 편집국장     ©독서신문
[독서신문 = 조석남 편집국장] 김두관 경남지사의 ‘대망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두관 지사가 민주통합당 6.9 전당대회 지역 순회투표에서 친노좌장 이해찬의 대세론을 흔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 속에 6월 12일 『아래에서부터-신자유주의 시대, 다른 세상을 꿈꾼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경남 창원에서의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북콘서트 형식의 강연회를 가질 예정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지사의 출판기념회를 ‘본격적인 대권행보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그가 책 서문에서 “한국의 룰라가 되고 싶다”며 대통령 롤 모델을 제시했고, 『아래에서부터』의 내용이 신자유주의를 표방했던 참여정부에 대한 성찰적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번 당대표 경선 판세가 ‘이해찬 대 김한길’ 구도를 넘어 ‘문재인 대 김두관’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만큼 6.9 전당대회에서 현재 예상을 뒤엎고 1위를 달리고 있는 김한길 후보가 민주통합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한국의 룰라’를 꿈꾸는 김 지사의 입지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안철수 안개’가 조금씩 걷혀가면서 그 안개 속에서 김두관 지사가 뚜벅뚜벅 걸어나오고 있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김두관 지사의 최대 강점은 뭘까? 바로 ‘스토리(story)’이다.
 
현 시대는 새로운 이미지정치를 요구하고 있다. 잘난 인물과 스펙만으로 이미지정치에 의지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국민들에게 솔직하고 친숙한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가는 이미지정치가 필요한 시대로 변했다. 스마트폰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터넷 등으로 다변화된 매체환경에 따라 새롭고 차별화된 이야기를 원하는 국민들의 욕구가 커지고 있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욕구에 부응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잘 다듬어 스토리가 있는 ‘차별화된 보통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줄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사람과 그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다. 과거에는 기성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평면적인 이미지와 메시지로 정치인의 스토리텔링이 가능했지만 다매체환경 시대에서는 보다 입체적이고 정교한 스토리텔링이 없으면 대중들의 관심을 얻기가 힘들어졌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이미 자상한 이미지와 ‘선거의 여왕’이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갖추고 있다. 이런 점에서 2012 대선을 앞두고 야권 대선주자들의 브랜드 전략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최근 야권 주자들은 ‘박근혜 대항마론’ 또는 ‘필승론’을 주장하며 다양한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표적인 방안이 강점을 부각시키는 별명 사용과 스토리텔링이다.
민주당 지도부 출신 주자들은 당에서 이룬 실적과 저력을 강조한다. ‘통합의 리더십‘ ‘박근혜를 이길 주자’ (손학규), ‘저평가 우량주’ ‘정책으로 여당을 이길 정치인’ (정세균) 등이다. 지도부 출신 주자와 달리 민주당 밖에서 머물다 돌아온 문재인 상임고문, 김두관 경남지사는 ‘대중성’에 공을 들인다. 특히 5월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를 기점으로 노무현 정부를 넘어서려는 의지를 강조한다. 평소 감정표현을 자제하던 문재인 고문은 최근 ‘소주’에 대한 감성적 글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 글은 ‘3년 탈상’을 기점으로 술 한 잔을 마시며 ‘노짱’을 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노무현의 정신을 실현하면서, 그의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의미이다.
반면 김두관 경남지사는 상대적으로 뒤늦게 대선전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자신만의 브랜드 전략을 택했다. 바로 ‘한국의 룰라’이다. 선반용접공에서 노동운동가를 거쳐 대통령이 된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에서 따온 별명이다. 이는 김 지사가 다른 주자들과 달리 이장, 군수, 장관 등을 거쳐 야권의 황무지 경상남도의 지사에 이르기까지 ‘스토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전략이다. 주목할 점은 ‘룰라의 리더십’이 몇 년간 정교하게 이뤄진 전략에서 나왔다는 것. 몇 년전부터 우리나라에서 논쟁이 된 복지와 성장의 균형 문제를 놓고 정치전문가들은 약 2년전부터 룰라의 성공모델을 연구해왔다. 특히 김두관 지사의 멘토격인 원혜영 의원은 김재윤 의원 등과 룰라의 연설문 번역집을 출간하면서 ‘한국의 룰라’를 찾아왔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어떤 정치인보다 ‘잘 쓰여진 이야기의 힘’을 아는 인물이다.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그의 정치적 경력보다는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문학적 재능에 힘입었다. 결국 오바마는 대통령이 됐다. 오바마는 흑인으로 대통령이 됐지만 ‘흑인의 대통령’은 아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말한 ‘나의 꿈’은 오바마의 꿈이기도 하고, 오바마가 생각하는 ‘미국의 꿈’이기도 하다. 이 꿈이 오바마 집권 기간에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요한 것은 오바마 당선이 그 꿈의 아침을 열었다는 사실이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안철수 교수, 문재인 상임고문에 비해 의지와 능력을 다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확실한 지역기반과 이장에서 도지사까지의 경력도 화려하고 민주당으로서는 당선되기 힘든 경남도지사에 오름으로써 개인적인 인기도 높다. ‘스토리’가 있는 개인의 이력도 훌륭하고 리더십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스토리’가 ‘스토리’로 끝나서는 의미가 없다. ‘스토리’를 어떻게 ‘텔링’할 것인가? 정치권이, 국민이 그의 행보를 주목하는 가운데 2012 대선의 최대 관전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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