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산 시 낭송대회
성주산 시 낭송대회
  • 이병헌
  • 승인 2005.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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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시인 · 소설가 , 임성중 교사)


늦가을의 햇살이 숨죽이며 내려오던 날 나는 다른 토요일보다 일찍 퇴근을 하여 최시인과 함께 예산을 벗어나 우시인님을 뵈러 갔다. 물론 최종목적지가 우 시인님의 댁은 아니었다.  우리들이 함께 할 곳에 가기 위하여 중간에서 우 시인님을 모시고 가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시내를 벗어나자 불타는 가을이 우리들에게 달려왔다. 다른 해와 달리 단풍이 늦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대신 더 아름다운 단풍을 만날 수 있었다. 차장을 통해서 보이는 단풍을 보면서 가슴이 설렜고 우리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몸에 가둔 우 시인님의 얼굴에도 행복한 웃음을 담게 했다. 추수를 하여 들녘은 낮아지고 있었지만 바람이 불 때마다 춤추는 갈대와 억새를 보면서 우리들도 마음속으로나마 함께 춤을 추었다. 여행을 꿈꾸며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이렇게 기쁨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초등학교에 다닐 때 첫 수학여행을 가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고 오늘의 색다른 만남이 더 마음을 들뜨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을 했다.
 
  예산을 출발해서 삼십분 정도 지나다 청양을 지났고 사차선으로 열린 도로를 달려 드디어 보령에 도착했다. 미리 보령 문인협회의 사무국장님과 통화를 하여 점심식사를 할 일식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잠시 후 몇 번 길을 물어서 만남의 장소인 한 일식집에 도착했다. 일식집에서 낯익은 문우들을 만나니 참 반가웠다. 문 지부장님과 송 사무국장님 그리고 보령의 문인들이 우리들을 반겨주었다. 우리들과 함께 지역에서 활동하는 진 시인이 먼저 와서 우리들을 맞아주었다. 나는 생선초밥을 먹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초밥은 맛이 있었으나 일본을 여행하다가 비행기의 출발이 늦어 공항의 한 식당에서 먹었던 맛과는 다른 면이 있었다.
  
  식사를 한 후에 곧바로 성주산으로 갔다. 보령시내에서 자동차로 십 분 정도 달리니 화장골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성주산은 이미 만추를 입고 있었다. 작년에 문학기행으로 들렸던 곳인데 다시 찾아오니 고향과 같은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성주산은 보령을 대표하는 명산으로 예로부터 성인, 선인이 많이 살았다고 하여 성주산이라 부른다고 한다. 성주산은 소나무를 비롯한 느티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때죽나무, 고로쇠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데 늦가을을 입은 나뭇잎들은 오색으로 단장을 하고 있었다. 성주산의 화장골은 명당8개소 중  하나가 이곳에 감추어져 있었던 곳이라 하여 화장골이라 불리고 있다고 한다.
  
  화장골엔 우리들의 발길을 묶는 것들이 많이 있다. 사실 작년에 문학기행으로 이 곳에 온 것도 2001년도에 조성된 시비(詩碑)공원 때문이었다. 이 곳은 기존 휴양림의 야외휴양 공간기능 뿐만 아니라 산림의 문화적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시비공원에는 성주산자연휴양림 입구에서 잔디광장까지 약 2㎞구간 산책로 변에 남포 오석으로 50점의 시들이 각각 새겨져 있어 마치 자연과 시가 함께 어우러진 시인들의 집합소를 연상케 했다. 보령지방에 풍부한 오석을 이용하여 시비를 세우고 이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시심에 젖어보게 한다. 내가 그 곳에서의 모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바로 그 시비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번 보령에 사는 한 시인으로부터 그 시비들에 실린 책을 받아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민이나 관광객을 위하여 제공해주는 서비스라고 생각이 되었다. 바로 이것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번에는 목적이 다른 것에 있었다. 우리들이 참석하는 모임은 제4회 성주산 시낭송대회였는데 주최가 보령시청이고 주관이 한국문인협회 보령지부에서 한다고 하니 참으로 부러움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처음 산림과에서 시낭송대회를 개최한다는 얘기를 듣고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아무리 연결시키려해도 매치가 되지 않았으나 보령시청 공무원들의 마인드가 살아있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시 낭송대회와 함께 성주산 산림문화 휴양관 개관식까지 함께 하고 있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따스하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기 시작했는데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이나 관광객들 모두가 추위를 느끼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학생부부터 시 낭송이 시작되었는데 노력한 흔적이 엿 보이고 또 자작시를 낭송하는 모습은 우리들에게도 경종을 울려주었다. 팜플렛을 본 후 우리 문협에서는 진 시인이 참가하는 것을 알았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초대인줄 알았는데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며 웃고 있었다. 학생 20명 일반인 10명 30명이 참가해서 유명시인들의 시나 자작시를 낭송했다. 학생은 다 여학생들이어서 아쉬움이 들었다. 최 시인과 내가 한 여학생이 뛰어나다고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학생이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해서 역시 느끼는 것은 전부 같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낭송이 계속되면서 나는 그 낭송 하나 하나에 빠져들었다. 학생들은 이해인 수녀나 용혜원 시인의 시를 많이 낭송하였다. '편히 읽히는 시가 좋은 시'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을 한 기회가 되었다. 나도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낭송을 들으면서 성주산 화장골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시를 썼고 그것을 낭송했다. 즉흥시라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무엇인가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시낭송을 하도록 만들었다. 잠시 추위에 떨고 있던 사람들의 입술을 녹여준 후 시낭송을 했다. 내 시낭송이 끝나고 심사가 집계되기 전에 그 자리에 참석한 분들의 즉흥시낭송이 이어졌다 사무국장님도 즉흥적으로 시낭송에 참여하였다.
 
  드디어 심사결과가 발표되었다. 우리 문협의 진 시인이 일반부 최우수상을 받았고 나는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시상식이 끝난 후 우리들은 성주산을 벗어나 점심식사를 했던 일식집으로 갔다. 보령시청에서 저녁식사를 제공해준다고 했다. 식사를 하면서 시청 산림과 계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공무원의 깨어있는 마인드가 얼마나 많은 파장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식사를 하면서 보령지부의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성 수필가의 수필집을 선물로 받았는데 너무 고마웠다. 본인이 직접 서명까지 해 주니 더 의미가 있었다.
 
  일식집을 나온 우리들은 예산으로 가려다가 대천 어항 방파제로 갔다. 대천에 오면 시간이 있을 경우 나는 그 곳을 찾는다. 수산물을 파는 그 곳에서 우리들은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펄떡이는 생선을 만나면 나는 늘 기분이 좋다. 바다 냄새에 젖어 방파제로 나갔다. 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시에서 영업을 제한하기 위하여 설치물을 중간에 놓아서 미관을 해친다고 생각했다.
 
  한 집에 자리를 잡았다. 먼저 조개구이를 먹기로 했다. 사실 조개구이가 그리 맛이 있다거나 큰 낭만을 준다고 생각을 하지 않지만 나는 조개구이를 먹으면 바다를 먹는다고 생각한다. 대천해수욕장의 전문점에서 먹을 때보다는 조금 부실하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우리들의 아름다운 시간을 즐기는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최 시인은 운전관계로 술을 많이 마시지 못했지만 우 시인님과 나는 잔을 기울이며 대천바다에 걸쳐있는 아름다운 밤을 마셨다.
 
  조개구이가 자리에서 사라질 때 우리들은 전어를 먹었다. 집에서 전어를 굽는 냄새를 맡고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이 있듯 지글거리며 굽는 모습과 냄새가 나를 고문하고 있었다. 다 구워진 것을 하나씩 가져다가 뜯어먹으며 술 한잔 나누니 정말로 기분이 좋아졌다. 덕분에 정량을 넘어 섰으나 기분은 좋았다. 어둠을 헤치며 다시 우리들의 머무는 곳으로 달리니 하루의 피곤함 보다 성주산에서의 시낭송의 아름다움과 대천바다에서의 이야기들이 피곤을 씻어 주었다. 아름다운 시 낭송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초대해준 보령 문인협회 회원들, 아름다운 시 낭송회를 개최한 보령시청의 시장님과 산림과 직원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독서신문 1393호 [200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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