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역할
리더의 역할
  • 조완호
  • 승인 2005.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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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완호 (한성디지털대 교수 · 계간 문학마을 발행인)


 우리 모두 이런저런 시비(是非)의 꼴을 관망하며 한 주를 보낸 것 같다. 꼭 그렇게 해야만 정통성을 인정받고 후세에 그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젠 좀 침잠될 때가 된 듯한데 여전히 소란스러우니 안타깝기까지 하다. 물론 강 너머 불구경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도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어서다.

 어떤 문제도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판단하려는 것은 금물이다.
『중용(中庸)』에 소개되어 있는, 공자의 제자인 자로(自路)가 묻고, 스승인 공자가 대답했던 내용을 상기하면 이 사실을 분명히 확인하게 된다.
 
 자로가 공자에게
“강(强)함이란 어떠한 것입니까”
하고 물으니, 공자가 답하기를
“남방의 강함인가, 북방의 강함인가. 아니면 너의 강함이냐? 너그러움과 부드러움으로 가르쳤으나 무도(無道)한 데도 보복하지 않는 것은 남방의 강함인데, 이는 군자(君子)가 아니면 그렇게 처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무기와 갑옷 위에 쓰러져 죽는 한이 있더라도 후회하지 않는 것은 북방의 강함인데, 이는 진정한 강자(强者)들만이 그렇게 처신할 수 있다” 라고 했다.
 
 여기서의 ‘남방’이란 노자를 비조(鼻祖)한 도가(道家)를 말하는 것이고, ‘북방’이란 정치적 야욕이 컸던 공자의 ‘유가(儒家)를 이르는 것이다. 전자는 지금의 하남성 근처의 ’회하(淮河)‘를 배경으로 성장한 사상이고, 후자는 북쪽의 ’황하(黃河)‘를 근간으로 하여 형성된 철학이기 때문이다.
 또 이 내용은 남방사상의 강함은 ‘너그러움’이고, 북방 즉 유가의 사상에서 말하는 강함은 ‘단호함’임을 단적으로 요약한 바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상대적인 것을 절대적인 것으로 오인해 비교 우위(優位)를 감별한다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고 부질없는 짓이며 아울러 무모한 짓인가를 알게 한다.

 가시(可視)적인 논리만을 앞세워 마치 절대적인 것으로 인정토록 강요하는 서구의 합리주의(合理主義)에 길들여져 있는 현대인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점이다.

 한쪽에서는 부당하다고 매도하고 있고, 또 한쪽에선 그렇지 않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두 쪽 다 순수한 의도가 아니고, 장차 이기적 야욕 때문이라고 하는데 문제가 있다. 일종의 지역 정서를 의식한 것이니 어느 쪽의 어느 말도 사실 귀담아 들을 말이 없다.
 그냥 길 한복판에서 으르렁거리고 있는 짐승의 꼴과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어떤 치우침도 없이 옳은 판단을 내려줄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 없어 이 꼴이 된 것이다. 이젠 더 이상 목소리 큰 사람이 정의(正義)의 인물로 오인되는 시대가 아니다.
 하지 말아야 할 짓은 애초부터 하지 않아야지 미끼를 주고 하지 않았다고 잡아떼는 것은 두 번 양심을 속이는 일이다. 이런지 알면서도 잡아 떨어내 해묵은 먼지를 피우는 것도 문제지만, 하지 않았다고 시치미를 떼는 것도 보기 흉한 꼴이다.
 언제나 이 부끄럽고 추한 장면을 보아야 될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이젠 서로가 맑아지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우리 모두 당도해 있다. 나라 ‘국(國)’자는 ‘입 구(口)’와 ‘창 과(戈)’자를 둘레 안에 담고 있다. 국민을 걱정 없이 살게 할 뿐만 아니라 배불리 먹이지 못하는 위정자는 무능한 존재에 불과한 것이고, 창으로써 죄 없는 사람을 위협하는 자는 괴수(魁首)에 지나지 않는다.
 또 그의 눈치나 보는 무리들은 그의 졸개에 불과할 뿐이다. 한때의 기개도 잃고 우린 숫자놀음에 희비(喜悲)를 교차하는 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좀더 의연하게 삶을 영위해가야 할 것이다. 이번 주는 국가대표팀의 축구경기를 관전하면서 어느 조직에서건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인가를 여실히 확인했었다    

독서신문 1393호 [200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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