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손민수)
텃밭에서(손민수)
  • 독서신문
  • 승인 2007.07.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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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의식의 주지적 서정미 구현
텃밭에서
 
                          손민수
 

마당 귀퉁이에
조그만 밭을 일구어
상치 쑥갓 씨를 뿌렸더니
탱탱한 햇볕속에
푸른 이름을 쓰고 있다
드넓은 밭에서 종일 보내며
땀방울을 열매로 바꾸시던 부모님
자식 농사도 그렇게 지으셨다
“심은대로, 가꾸는대로 거둔다”고
나름으로 가는길
다듬어 걸었으나
이 여름 땅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흙냄새에 빠져본다
땅에 새긴 두분의 손길
다시 한 번 살펴본다
세상 너무 변했지만
지금도 변치 않은 그 무엇을.
 
 
 

이해와 감상
 
손민수 시인의 [텃밭에서]는 오늘의 시대가 절실하게 요망하는 ‘윤리관’(倫理觀)의 제재(題材)를 공감도 높게 메타포(隱喩)하고 있는 명편(名篇)이다. 물질 만능주의가 빚은 잘못인지는 알길 없으나 올바른 윤리 으식이 뒤흔들리는 오늘의 세태 속에서 이 한편의 시는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꼭 읽히고 싶다. “마당 귀퉁이에/조그만 밭을 일구어/상치 쑥갓 씨를 뿌렸더니/탱탱한 햇볕속에/푸른 이름을 쓰고 있다”고 전개되는 서두를 통해서 화자의 희망찬 내일을 설계하는 “푸른 이름을 쓰고 있다”는 메시지가 우선 빛난다. 곧 이어 “드넓은 밭에서 종일 보내며/땀방울을 열매로 바꾸시던 부모님/자식 농사도 그렇게 지으셨다/‘심은대로, 가꾸는대로 거둔다’고”하는 주지적인 올바른 윤리심의 설정이 현대시로 좀처럼 다루기 어려운 이미지(心象)를 상징성 강하게 형상화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  손민수 시인은 시의 종결 부분에서 “땅에 새긴 두분의 손길/다시 한 번 살펴본다/세상 너무 변했지만/지금도 변치 않은 그 무엇을.”하고 귀결지으면서 “그 무엇”이라는 부모님의 크신 은혜를 드높게 부각시키는 현대시의 새로운 윤리관을 주지적 서정미 구현 수법으로 뚜렷이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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