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 _ <23> 이하진의 '세 가지를 소원한다'
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 _ <23> 이하진의 '세 가지를 소원한다'
  • 독서신문
  • 승인 2011.11.1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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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보물 제1673호로 지정된 이하진의 친필 서첩 『천금물전』     ©독서신문
 
 
[독서신문] “좋아하는 사람을 알고, 좋아하는 책을 읽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행복이다.”
 
이하진(李夏鎭·1628~1682년)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자는 하경(夏卿)이고, 호는 매산(梅山)이다. 『성호사설』을 쓴 이익(李瀷)의 아버지다. 남인의 명문으로 벼슬은 대사헌에 이르렀으나, 숙종 6년(1680) 경신대출척 때 평안도 운산으로 귀양갔다. 여기에서 아들 이익을 얻었다. 그러나 이하진은 다음 해에 생을 마감했다. 이익은 두 살 때 아버지를 여읜 것이다.

아하진의 아들인 이해(李瀣), 이잠(李潛), 그리고 54세에 얻은 막내 이익(李瀷)은 모두 머리가 비상했다. 이하진이 남긴 가훈은 그의 유고인 『천금물전』에 소개돼 있다. 책에 관한 것은 두 문장이 있다. 하나는 세 가지 원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책을 읽는 일이다. 세 가지 원하는 것은 세상에서 좋아하는 사람을 다 알고, 세상에서 좋아하는 책을 다 읽고, 세상에서 좋아하는 사람을 다 만나는 것이다.

책을 읽는 일에 대해서는 ‘처음 보는 책을 읽을 때는 좋은 친구를 얻은 것처럼 생각하고, 책을 읽은 후엔 옛 친구를 만난 것같이 기뻐하라’고 설명했다. 이하진은 아들들에게 “재물을 물려주지 말고 학문을 물려주라”는 말을 수시로 했다. 이런 삶을 산 그에게 재산이 있을 리 없었다. 셋째 아들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송곳 하나 꽂을 땅이 없다’는 말로 가난을 표현했다.

이하진은 이해와 이잠만 교육시킬 수 있었다. 늦둥이 이익은 12년 연상인 둘째 형으로부터 글을 배웠다. 이하진은 타협하지 않는 직선적인 성격이었다. 아버지의 성격은 아들에게 그대로 영향을 주었다. 과거에 급제하지 못한 큰아들은 역사의 소용돌이를 피할 수 있었으나 둘째아들과 셋째아들은 세상에 대해 분노했다.

둘째아들 이잠은 아버지와 13세 연상인 형으로부터 배워 16세에 진사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나 이하진은 아들에게 “머리가 좋지만 어린 나이이기에 생각이 부족할 수 있다. 큰 그릇은 일찍 이루어지는 것을 꺼린다”며 문과를 보는 것을 삼가하게 했다. 그러다 이하진은 평안북도 운산으로 유배되고, 2년 뒤 그곳에서 운명하자 이잠은 22세에 과거를 완전히 포기하였다.

정국의 변화에 좌절감을 느낀 그는 동생 이익의 학업을 지도하는 것 이외에는 방랑생활을 했다. 그러나 노론의 실정을 비판하고 세자를 보호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역적으로 몰려 고문을 받다 숨졌다. 이에 충격을 받은 이익도 벼슬을 포기한다. 이익은 몸이 약해 열 살이 넘어 둘째 형 이잠으로부터 글을 배웠다. 25세에 증광시에 합격한 그는 노론 세상이 되자 벼슬 대신 학문 연구와 후진 양성에만 몰두하여 실학의 대가가 되었다.

 / 이상주(『조선 명문가 독서교육법』 『공부 열광』 『유머가 통한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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