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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이래 수많은 현자, 위대한 성현들의 표현을 빌지 않더라도 책은 우리 인류의 최고 스승이며 벗입니다. 앎의 즐거움, 깨달음의 즐거움을 주는 것을 뛰어넘어 책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 고독의 치료사이며 우리 모두를 하나로 모아주는 총체적 구심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으며, 책은 그 자체로서 아름답습니다.
“책을 한 번 들었다 하면 까만 건 뭐든지 주시해서 봤다. 표지부터 찬찬히 살피고 나서 목차는 다 외울 정도로 정독한 다음, 본문은 한 쪽 넘길 때마다 쪽 수도 모두 읽은 후에 다음 글을 읽을 정도였다. 그리고 본문을 읽으면 출판사 이름과 주소, 발행인, 날짜, 정가까지 모두 확인해서 읽었다. … 중·고등학교 때에 한창 인기 있던 삼중당 문고는 가격이 싸면서 질과 양에서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한 권씩 사다 모으며 400여 권을 거의 다 읽었다.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열심히 읽고 또 읽었던 그 소설들은 내 책꽂이에 첨단 컴퓨터 책들과 함께 지금도 나란히 꽂혀 있다.”
- 『행복바이러스 안철수』 중에서
새천년에 들어서며 IT강국으로 발돋움한 대한민국의 벤처 1세대 최고 리더 안철수 교수가 그의 저서 『행복바이러스 안철수』에서 자신만의 독서습관에 대해 쓴 부분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격정이 솟구쳐 오르는 것처럼, 하나의 글자도 한 장의 종이 면도 놓치지 않았던 그의 책 사랑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책은 진정 우리가 사랑할 만한 존재임에 분명합니다. 그러기에 내용만 찾아 읽는 것이 아닌 그 형상까지 닮아가는 독서가 되어야 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다 알고자 노력하고, 모두 마음에 다 품으려 노력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책을 왜,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의 가치 판단과 확신을 올곧게 새겨야 합니다.
“책은 한 번 읽으면 그 구실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재독하고 애독하며, 다시 손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애착을 느끼는 데서 그지없는 가치를 발견할 것이다”라고 말한 영국의 작가 겸 비평가 존 러스킨의 표현대로 우리는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의 문제가 곧 우리 삶이 어떻게 결정될 것인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물질의 풍요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정신과 본성은 갈수록 황폐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가치관의 혼란과 지혜의 부족, 감성의 불안정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혜로운 자아를 추구하려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독려해 다시 책을 사랑할 때입니다. 저희 독서신문은 지금까지 해왔던 그대로 그 맨 앞에 서서 독자제현과 함께 할 것입니다.
“독서한 사람은 비록 걱정이 있으되 뜻이 상하지 않는다”는 순자의 말씀을 다시금 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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