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 _ <17> 이경근, 부모가 먼저 책을 보는 이유?
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 _ <17> 이경근, 부모가 먼저 책을 보는 이유?
  • 독서신문
  • 승인 2011.07.1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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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자의 초상화(왼쪽)와 그가 쓴 사서 『맹자』     © 독서신문

 
 
[독서신문] "부모가 종아리 때리는 것을 달게 받고 조금도 원망하지 말라. 부모에게 새 옷을 해 드리고, 부모가 드실 음식을 맛있게 요리하면서 조금도 번거롭게 생각하지 말라. 부모의 생각과 뜻에 맞추어 봉양하라. 부모의 말씀에 항상 순종하라. 그리하여 낳으시고 기르시느라 고생하신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여야 한다."

조선 말 유학자 이경근(李擎根·1824∼1889년)의 『고암가훈』에 나오는 내용이다. 호가 고암인 이경근은 평생 과거에는 응시하지 않았다. 그는 후손에게 삶의 지표로 『고암가훈』을 남겼다.

『고암가훈』은 16편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의 지극한 효성을 엿볼 수 있다. 50세 장년이 70세 노모에게 종아리를 맞고 운다. 아들은 회초리를 든 늙은 어머니의 손에 힘이 없음을 보고 설움이 북받친 것이다. 이경근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를 봉양했다. 그러나 생활이 어려워 농사 만으로는 한계가 있자,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어머니를 모셨다. 그는 「사부모(思父母)」편에서 '누구를 섬기는 것이 제일 큰 일이냐? 부모를 섬기는 것이다'는 맹자의 말을 인용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그의 교훈은 효도와 바른 마음이다. 가훈의 1편이 「정심(正心)」이다. 마음이 바르지 않으면 보아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들어도 제대로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글도 마음을 바르게 한 뒤 읽을 것을 당부했다.

그의 공부에 대한 생각은 4편 「역학(力學)」에 나타난다. 역학은 '힘써 배우라'는 뜻이다. 이경근은 '배우고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라는 공자의 말을 인용해 즐거운 공부를 언급했다. 그는 "공부를 처음 할 때는 이해하지 못해 답답하나 계속 익히면 점점 깨치게 돼 앎의 기쁨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아이에게 공부를 말하기 전에 아버지나 형이 먼저 책을 볼 것을 권유했다. "무릇 아이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게 하려면 먼저 반드시 아버지나 형이 공부를 해야 한다. 그 후에 아이에게 공부할 것과 금지할 것을 말해야 제대로 이루어진다."

이경근의 생각은 과거시험에도 있었다. 그는 "아버지는 글을 가르치고 형은 과거 보라고 권유함을 집안의 계교로 삼는다"고 적었다. 예전에는 학식이 높으면 벼슬이 가능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과거를 거치지 않으면 벼슬을 하지 못하는 현실을 설명했다. 그러나 공직자의 자세는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벼슬길에 나가면 어버이를 섬기듯, 임금에게 충성을 다하여야 한다. 결코 임금을 속여서는 안된다. 권세에 아부도 하지 말라."
 
이경근은 어머니의 자녀 교육도 강조한다. 아들은 자기 집을 잘 계승할 수 있도록 키우고, 딸은 남의 집을 굳건하게 할 수 있도록 키우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들이 잘 안돼 자기 집에 화가 미치고, 딸이 악한 사람이 되어 남의 집을 망친다고 했다.

맹자 어머니가 아들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했음을 상기하라고 한다. 말 한마디도 거짓말을 하지 않고, 한 가지 일도 속이지 않는 가르침을 당부하고 있다. 또 귀한 자식일수록 엄하게 키울 것을 훈계하고 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속담에 '내가 귀여워한 자식은 남이 미워하고, 내가 강하게 키운 자식은 남의 귀여움을 받는다'고 했다. 이는 참 의미깊은 격언이다. 아이가 음식을 탐내면 꾸짖고, 버릇이 없으면 따끔하게 혼을 내고, 화를 내면 교만을 잡아주고, 쉽게 울면 타일러서 분함을 참게 교육하라."

/ 이상주(『조선 명문가 독서교육법』,『공부 열광』,『유머가 통한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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