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 _ <16> 유성룡, “아들아 책을 읽어라”
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 _ <16> 유성룡, “아들아 책을 읽어라”
  • 독서신문
  • 승인 2011.06.2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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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유성룡(柳成龍·1542∼1607년)은 조선 선조 때의 문신이다. 자는 이견이고 호는 서애다. 이황의 제자다. 임진왜란 때 도체찰사를 지내며 이순신과 권율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대사헌 병조판서 등 주요 직책을 거친 뒤 영의정을 지냈다. 문장과 글씨가 뛰어났고, 저서에는 서애집, 징비록, 퇴계선생연보 등이 있다.

젊은 시절에 바둑을 두며 두뇌를 계발한 유성룡은 자녀에게 책읽기를 특히 강조했다. 그의 집안은 유성룡이 명종 때 벼슬길을 나선 것을 포함해 고종 때까지 종손 9대가 내리 벼슬을 했다. 이는 집안에 끊이지 않은 책읽는 소리 덕분이었다. 유성룡은 마흔 살에 얻은 아들 유진에게 글을 직접 가르쳤다. 아들이 열 살 때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틈틈이 글을 알려주었고, 전쟁이 끝난 후에 본격적으로 지도를 했다. 그 결과 유진은 스물여덟 살에 진사시험에서 장원을 했다. 유성룡은 아들에게 전쟁 등 사회 혼란기에도 글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서애교자훈」에 그의 자녀 교육관이 나타나 있다. 그는 아들에게 글을 주며 “비록 세상이 어지럽고 위태로워도 남자라면 공부를 중단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는 임진왜란 등으로 앞날이 극히 불투명하다해도 글 공부를 그만둬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유성룡은 원나라 학자 허형이 역사적 변고로 인해 이곳저곳에서 숨어 살 때나, 전쟁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학업은 그만두지 않았음을 사례로 들고, 따를 것을 말했다. 허형이 대학자라 평가를 하기에는 역부족이지만 그의 공부하는 자세는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읽을 책은 사서(四書)로 지정했다.

그러나 아들들의 공부가 시원찮자 질책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들 유진 등에게 보낸 편지에서 “너희는 나이가 많음에도 공부에 진척이 없다. 더욱이 요즘엔 여러 달 공부를 하지 않는다니 심히 걱정스럽다. 너희의 재능이 어찌 남보다 못할소냐. 다만 힘써서 노력하고 공부하고자 하는 용기가 없기 때문에 이런 지경에 이르렀구나.”
 
그는 여러 자제에게 보낸 「기제아(寄諸兒)」에서 자신의 공부과정을 밝혔다. “나는 어려서 공부를 등한시하다가 열아홉살에 관악산에 들어가 몇 개월 동안에 맹자를 20번 읽고, 다음 해에 안동으로 내려가 춘추를 30번 읽은 뒤 과거에 합격했다. 그러나 책을 100번쯤 읽었으면 지금처럼 학문이 얕지 않았을 것이다.”

이어 조급한 성취심리를 경계하는 말을 한다. “요즘 서울의 젊은이들은 빠른 성공만을 원한다. 마치 저잣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처럼 빠르게 성공하는 기술만 찾는다. 옛 성현의 글이 담긴 책들은 다락방에 처박아 두고, 매일처럼 남의 비위나 맞추는 글을 찾는다. 그리고 그 말을 도둑질해 시험 감독관의 눈에 띄도록 글을 지어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공부기법으로는 생각을 제시했다. 『서애문집』의 「학이사위주(學以思爲主)」에서 “생각은 크고 위대하다”고 단언했다.

“독서란 생각이 중심이다. 생각하지 않는다면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밖에 없는 수준밖에 안된다. 그러면 많은 책을 읽어도 소용이 없다. 어떤 사람은 다섯 수레의 책을 입으로는 줄줄 외우지만 글의 뜻과 의미를 알지 못한다. 이는 생각하지 않으면서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는 생각하기 위해 해설서를 먼저 보지 않도록 했다. 『서애문집』의 「독서」편에서 “책의 본 내용에 앞서 해설서를 보면 자기 나름의 새로운 사고를 넓히는 것은 실패하게 된다”고 했다.

 / 이상주(『조선 명문가 독서교육법』 『유머가 통한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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