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_ <2> 문곡 김수항 3대의 유언
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_ <2> 문곡 김수항 3대의 유언
  • 독서신문
  • 승인 2010.11.1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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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겸퇴(謙退)의 뜻을 지니고 집안에 독서하는 종자가 끊이지 않게 하라”  - 김수항
“자포자기 하지 말고 더욱 부지런히 학업을 하여, 반드시 집안에 독서하는 자손이 끊어짐이 없게 하라.” - 김창집
“(내가 이제 죽게 되니) 달행(金達行)은 글공부가 끊기게 되어 가히 애닯지만, 장인 모시기를 나를 섬기듯 하며 글을 배우도록 하여라.” - 김제겸

 
[독서신문] 조선의 명문가는 부침이 심했다.

거듭된 사화로 오늘의 재상이 내일엔 노비가 되고 더 나아가 극형을 당하는 예가 종종 있었다.

대표적인 게 청음 김상헌 집안이다. 김상헌은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항복한다는 문서를 찢어버린 대표적인 배청파다. 청나라의 심양에 구금된 김상헌은 불과 물이 끊기는 견디기 힘든 여건에서도 끝내 굴복하지 않았다. 당시 사대부 중에서도 대쪽같은 선비였다. 소신을 굽히지 않는 김상헌의 정신은 후손에게로 그대로 이어졌다.

이 집안은 서인과 노론의 핵심이다. 서인은 1689년 기사환국 때 큰 피해를 입는다. 남인과의 정쟁에서 져 영의정을 지낸 김수항이 사약을 마신다. 문곡 김수항은 김상헌의 손자다. 또 노론과 소론이 대결한 신임사화(1722년)에서는 김수항의 아들 몽아 김창집과 손자 죽취 김제겸, 그리고 증손자 김성행이 죽음을 당한다. 당시 김창집은 영의정이었다.

조선 사상계의 대표가문인 김상헌의 후손이 정쟁에서 져 4대 연속 비명횡사를 한 것이다. 그런데  김수항 3대는 사약을 눈 앞에 두고 똑 같은 말을 했다.

김수항은 진도에서 사약을 마시기 전에 아들들에게 “언제나 겸퇴(謙退)의 뜻을 지니고 집안에 독서하는 종자가 끊이지 않게 하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손자들의 이름을 지을 때 집안의 항렬 대신에 겸(謙)자를 쓴 것은 겸손하고 자중하라는 의미임을 다시 밝히고 집안에 책읽는 소리가 끊이질 않도록 당부했다.

김수항의 맏아들 김창집 역시 신임사화가 일어난 1721년 거제도에 유배되었다가 다음해에 성주로 옮겨진 뒤 사약을 받았다. 김창집은 죽기 이틀 전 아들 김제겸에게 보낸 유언에서 “굽어보고 우러러보매 부끄러움이 없으니 웃음을 머금고 지하에 들어갈 것이나, 다만 너의 생사를 모르는 것이 한스러우니 부디 살아남아달라”며 애틋한 부정을 드러냈다.

그리고 다음날 손자들에게 편지를 썼다. “너희가 이번 화를 만나 자포자기하지 말고 더욱 학업에 힘써 반드시 우리 집안에 독서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도록 하라.”

김제겸도 죽음을 예감하고 아들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김제겸은 1722년 4월 유배지인 울산으로 찾아온 셋째 아들 김원행에게 유언을 했다. “이제 죽게 되니 달행(김원행의 동생)의 글공부가 끊기게 돼 애닯다. 그러나 장인을 나를 섬기듯 하여 글을 배우도록 하라.”

김제겸은 열 여섯 살인 아들의 공부가 끊일 것을 걱정해 장인을 통해 학문을 계속 하라고 유언을 한 것이다. 독서하는 아이가 끊기지 않게 하라는 유언은 김수항이 아들 김창집에게, 다시 김창집이 아들 김제겸 및 손자에게, 김제겸은 다시 아들 김달행에게 남겼다.

4대가 두 차례 사화로 사사((賜死)되거나 고문을 받다 숨진 문곡 김수항 집안.

그런데 김수항 3대는 한결같이 ‘글읽기에 매진할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 이상주 (『세종대왕 가문의 500년 야망과 교육』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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