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구치소
내 마음의 구치소
  • 독서신문
  • 승인 2007.05.2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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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여자정보고등학교 벽에 그려진 벽화들     ©독서신문
 
이 나라 보통 아버지들은 자식에게 “거만하게 뽐내는 것은 용기가 아니며, 농담은 기지가 아니다. 거만한 태도만큼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은 없다. 거만한 인간의 자부심은 분노를 낳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비웃음과 멸시를 낳는다.
위엄 있는 태도라 함은 자기 의견은 겸손하게 명백히 말함이다. 다른 사람의 말은 기분 좋게 듣는 태도는 위엄 있는 태도이다. 위엄은 밖으로부터 부여할 수도 있다. 얼굴 표정이나 동작에 진지한 분위기가 있으면 위엄이 있어 보인다.
 
 행동에 생동감이 넘치고 기지나 고상한 밝음을 표정에 덧붙여도 좋다. 그런 것들은 원래 존엄을 느끼게 하는 법이다. 이와는 반대로 히쭉히쭉 웃는 태도나 침착성이 없는 몸놀림은 자칫 경솔한 느낌이 든다. 외부로부터 위엄을 부여한다고는 하지만, 항상 당하고 있는 인간이 아무리 몸부림친들 용기 있는 인간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악에 몸이 젖어 버린 인간은 위엄이 있는 인간으로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라고 이야기 해주며 자식을 키워왔다.

  최근 발생한 한 재벌회장의 보복 폭행은 빗나간 자식사랑에서 비롯된 서글픈 우리 사회 자화상이다. 달빛이 강물에 비치고 있다. 강물에 고요하게 떠있는 달에 취한 나머지 달을 잡겠다고 강물로 뛰어들면 달은 이내 깨지고 흩어지고 일그러지고 만다.
 거만하지 말며, 겸손하게, 침착하게, 그리고 고요하고 잔잔하게, 사회를 합리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재계 12위 대기업 총수가 절차를 무시하고 힘을 앞세운 특권의식을 내보인 사건에 보통사람은 혼란스럽다. 공인으로 마땅히 가져야 할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책임의식)'인 사회적 가치를 철저하게 외면한 사건은 비판받아야 한다.
 법치국가에서 정당한 법절차를 무시한 사적 보복은 범죄이다. 누구보다 솔선수범해야 할 공인이 흉기를 소지한 경호원들과 함께 상대를 감금 폭행 했다면 이는 법 이전에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물신숭배에 의해 금가고 터진 삭막한 도심옹벽 틈 사이를 이어가며 희망의 벽화를 그려 나가고 있는 곳(대전보호관찰소-소장 양승표)이 있다. 벽화전문가(남흥수) 지도로 사회봉사명령 대상자가 그린 벽화가 그것이다. 이 벽화는 벽화전문화가 사회봉사명령 대상자 이아무개씨(39세, 사회봉사명령 200시간) 등 11명이 14일 동안 투입되어 푸른 자연과 동심의 세계를 표현한 대형 유화병풍벽화를 그렸으며, 인근 주민과 학생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나는 구치소/푸르른 담 벽을 끼고 산다/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보다/더 많은 죄를 지었지만/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을 뿐/어떤 법조항으로도 얽어맬 수 없었을 뿐/저 날아다니는 새들은 알고 있을거야/허공에 뜬 흰 감시탑을 지나노라면/내 안에도 가시철조망 높이 솟아 있어/움찔 놀라 멈춰 선다/내가 그토록 오래된 미결수였다니!/저기 혹 내게 면회 온 사람?/철커덕 길고 긴 복도를 지나/쇠창살을 열고 나가면 소스라치게/그리웠던 햇빛/맨드라미 채송화 푸르른 담벽 아래/바람 한 페이지 받쳐 들고 있다”
                                                       조연향,「내 마음의 구치소」 -전문-
 
  조연향 시인은 “나는 구치소/푸르른 담 벽을 끼고 산다”며 반성을 넘어 참회하고 있다. “내 안에도 가시철조망 높이 솟아 있”는 듯 겸손하고 낮게 내려 앉아 “그리웠던 햇빛/맨드라미 채송화 푸르른 담벽 아래/바람 한 페이지 받쳐 들고 있다”.
 잔인한 4월이 가고 푸름의 계절 5월이 왔다. 이제 우리 모두는 사회봉사명령을 받았다. 터지고 금가고 상처 난 곳은 우리 스스로 봉합해야 한다. 희망을 놓지 않은 시인의 마음처럼 우리 자식들이 탈 없이 잘 커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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