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년 시절 무렵에는 「학원」과 「사상계」란 월간지가 발행되고 있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들한테는 그 월간지가 마음의 양식, 지식의 등불로 존재해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꿈을 심고 가꾸는 역할을 했다. 특히 「학원」이 그랬다.
「사상계」는 당시 지성인들이 함께 고민하고 밝은 미래를 여는 여론의 광장이었다. 특히 전후의 어지러운 시대를 이끌던 향도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리고 시대와 이슈에 따라 많은 월간, 계간지들이 「사상계」와 「학원」이 다 감당해내지 못했던 것들을 찾아내는데 주목해 오늘에 이르렀다.
바야흐로 오늘을 전문화 시대라 한다. 각 분야에 따른 매거진이 있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해왔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문학지의 경우 월간에서부터 계간지에 이르기까지 대략 200여 종이나 된다.
그 2백 여 종이 과연 문학 독자가 있느냐, 하는 문제를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동인지가 아니고 유가로 판매하는 동시에 수많은 문인들까지 무더기로 양산해 내고 있다.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필자에게 어느 발행인은 문인의 숫자가 많아서 손해 볼 일이 없다는 변명이다. 그렇다. 대한민국 4천만이 모두 시인·작가라고 해서 나쁠 턱이 없다. 오히려 예술의 나라라는 칭찬을 받을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아직도 덜 여문 문학 지망생들에게 어설픈 검증으로 시인·소설가를 양산한다면 한 번 재고해 봄직한 일이다. 어차피 소설이나 시를 써서 먹고 사는 사람이 이 땅에 몇몇인 이상 영토 싸움은 없을 것이니 말이다.
잡지 그것은 많은 것보다 전문화된 어떤 수준을 뛰어 넘는 경계선이 필요할 듯하다. 「학원」이나 「사상계」처럼 사랑받는 월간지가 새삼 그립다…….
독서신문 1391호 [2005.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