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월간 선한이웃 발행인)
|
'희망으로 엮은 아름다운 삶 - 장향숙의 만리장서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힘들게 그러나 꿋꿋이 버텨온 그녀의 생애를 돌아보며 정리한 책이다. 그가 스스로 밝히듯 독서를 통해 자신은 태어났고 책을 통해 성장해왔다는 고백이 담긴 책이며 동시에 하고싶은 일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태어난 지 1년 반 만에 소아마비로 전신이 마비된 중증 장애인이자 초등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무학력자이며 여성장애인인 그는 마이너리티로서의 '3대 자격증'을 모두 가진 존재이지만 두 발 가진 의원들보다 더 열정적으로 장애인을 비롯한 소외계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카잔차키스, 카뮈, 스콧 펙, 키에르케고르, 쇼펜하우어, 생 텍쥐페리, 리처드 바크, 미셸 푸코, 김용택의 연시 등이 '상실의 삶'에서 너덜거리던 그녀의 의지를 바로 세워준 구원의 십자가였다고 밝히는 그는 독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일이었다고 했다.
날카로운 비평서나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어진 책은 분명히 아니지만 그의 독서일기이기도 한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지적인 대가들에게서 찾을 수 없는 삶의 진정성이다. 그에게 독서는 지적편력을 자랑하기 위한 기재가 아니며, 출세를 위한 지식과 정보의 창고이거나 처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절박하고 고통스러웠던 삶과 같은 크기의 의미였던 것이다. 독서는 그의 삶이었던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권하며 책에는 삶의 지혜가 담겨져 있고, 지식을 충전하기 위한 내용이 있으며, 다른 이의 삶이 있기에 배울 것이 많다고 하지만 장향숙처럼 온 몸으로 온 생애를 통하여 그 독서를 통한 힘을 얻은 사례도 드물다 할 수 있다. 별명이 '만리장서'라는 그가 얼마나 지독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꾸준히 책을 보았는지를 설명해주는 별명인 셈이다.
그의 삶에서 배우는 더 깊은 것은 그의 삶을 통한 노력이다. 휠체어 없이는 활동하기 불가능한 그가 국회의원이 되기 이전에도 끊임없이 난관을 극복하며 살아내려 했던 것은 그의 가치관이 그러했기 때문인데 그 가치관을 책에서 얻었다고 한다. 이론이 실천없이는 무용지물이라고 하는 것을 너무도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따지고 보면 좋은 조건은 거의 없는데 그의 시선은 ‘희망’을 향해 가 있고 그의 가치관은 ‘깊은 긍정’에 가 있다. 그것이 그의 존재감을 잘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의 깊은 긍정을 통해 분명히 좋아지는 세상이 눈 앞에 나타날 것을 기대한다. 아무리 많은 이들이 절망을 말하더라도 난 그가 ‘깊은 긍정’을 하는 한 그의 가치관을 믿고 따를 것이다.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