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6호]아름다운 동행, 나눔과 배려의 행복
[1486호]아름다운 동행, 나눔과 배려의 행복
  • 김성희
  • 승인 2010.05.1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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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새로운 희망 메세지
▲ 놀이터 어린이‘행복지수를 높이자’     ©왕규태 사진기자

 
[독서신문] 김성희 기자 = 과거보다 풍부해진 물질. 그러나 물질이 채운 자리만큼 정신적 공허의 자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는 자유로운가, 가치로운가, 풍요로운가? 잎보다 먼저 피는 봄꽃들의 향연을 보며 우리는 어떤 희망을 추구해야 하는가?

가정의 달, 사랑과 감사의 달 5월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화상은 초라하다. 이해와 양보보다는 경쟁과 일등주의를 가르치고, 마음의 양식보다는 도구적 지식을 강요하며 아이들을 내몰고 있는 우리 시대.

여전히 절대 빈곤과 질병, 교육 수혜의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치열한 경쟁논리에 내몰려 학원을 전전하며 삶의 고단함을 호소하는 어린 영혼들이 넘쳐난다. 신종 아동학대의 사회다. 굳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말을 되새기지 않더라도 우리는 새로운 희망 메시지를 찾아야 한다. 작지만 묵묵히 이런 실천을 하고 있는 소박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가 있다.
 
 
가장 가난한 곳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과 더불어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 소나 세이스에 위치한 ‘비야 데 로스 니뇨스(villa de los ninos, 소년의 집)’. 한국 마리아 수녀회가 운영하는 청소년 기숙학교다. 이곳의 원장 정점순 아셀라(49세)수녀는 ‘과테말라 불우 청소년들의 어머니’로 불리기 시작한 사람이다. 1996년 3월 멕시코를 방문했던 알바로 아르수 과테말라 대통령 부부가 아셀라 수녀를 만난 뒤 더욱 유명해진 아셀라 수녀는 당시 멕시코시티 찰코라는 곳에서 불우 청소년 교육을 하고 있었고, 그 후 과테말라로 오게 됐다.

“굶주린 어린이들이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었어요. 하루 한 끼 토르티야(옥수수 부침개) 한 조각으로 연명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흙바닥에 사과박스를 깔고 자는 아이들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아셀라 수녀는 ‘가장 가난한 곳으로 가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라’는 믿음을 몸소 실천한 것이었다.

“과테말라 가정은 보통 9~10명의 자녀를 둡니다.  굶주릴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그래도 한 가정에서 한 아이만 일자리를 얻게 되면 그 가족은  최소한 굶주림을 면할 수 있게 됩니다. 취업을 위한 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소년의 집은 특히 취업교육에 노력을 쏟는다.
“오스카르 베르헤르 전 대통령은 이곳을 네 번이나 방문했고 도서관도 지어주셨죠.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과테말라를 방문했을 때 권양숙 여사로부터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lg전자와 도요타 등 기업들도 전자 및 자동차 정비 시설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07년 5월 아셀라 수녀는 한국에 다녀왔다. 5년만의 고국 나들이였다. 그녀는 자신의 눈에 비친 우리 모습에 대해 물질적 사치 낭비가 자신의 상상을 넘어선다고 했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아이들 밥 먹일 때 숟가락을 들고 쫓아다닙니다. 한 숟가락만 더 먹으라고 통사정을 합니다. 과테말라 아이들은 민둥산에서 손가락 굵기의 작은 나뭇가지들을 주워 모아 시장에 내다 팝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지요. 하지만 호의호식하는 한국 어린이들 표정이 과테말라 어린이들보다 밝아 보이지 않더군요. 물질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아니라는 반증이지요.”

물질이 넘쳐나는 사회의 ‘풍요속의 빈곤’을 경계해야 한다. 나눔의 행복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언제, 어떻게 실천하는가가 관건이다.
 
 
하나를 잃었지만 더 많은 것을 얻었다

1987년 2월, 26세의 나이로 목사 안수를 받은 청년 유해근은 전도유망하고 자신감 넘치는 목사였다. 그러나 목표했던 미국 유학을 포기하면서 차디찬 현실에 부딪쳤고, 둘째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등 시련이 이어졌다. 유해근 목사 부부는 작은 아이의 특수교육을 위해 안양으로 이사해야 했는데, 그해 겨울, 그는 처음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만났다. 구로동에서 만난 외국인 근로자들 선교일을 맡으며 유해근 목사는 운명을 느꼈다. 그들의 삶을 알면 알수록 그들의 피맺힌 현실이 끔직했다.

답답한 현실과 싸우며 지낸지 15개월 쯤 흘렀을 때였다. 분노와 스트레스로 잠 못 이룬 것이 원인이 돼 눈이 점점 보이지 않았다. 병명은 포도막염이었고 유목사는 시각장애인이 됐다. 모든 것을 접고 집 안에서 암흑 같은 세상과 죽고 싶은 절망감에 맞대어 싸우기를 1년, 지인의 도움으로 성수동 뚝섬 근처 상원교회 지하실을 빌려 외국인 근로자 선교를 시작했다. 눈은 볼 수 없었지만 일이 있어 행복했고, 눈에서는 피눈물이 날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더 이상 고독하지 않았다.

유해근 목사는 “실패와 장애 그리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다는 것은, 그 자체가 자유임을 가르쳐 주는 살아 있는 스승이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육신의 눈보다 더 귀한 눈이 그의 마음을 밝혀 주고 있다. 그것은 새로운 세상과 미래를 보는 눈이다.

“타락한 노마드는 성을 쌓고 세습하지만 진정한 노마드는 길을 떠남으로써 거룩한 백성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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