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적 인식 패러다임의 한계
근대적 인식 패러다임의 한계
  • 이호
  • 승인 2010.05.0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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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
▲ 박상륭 소설가 (사진제공 : 문학과지성사)     ©독서신문
[독서신문] 이호 평론가 = 그동안 박상륭의 문학은 끊임없이 분석되고 비평되어 왔다.

오늘 이 자리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눈과 시선의 문제’이다. 눈은 보기 위해 존재한다. 존재를 인식하기 위해 존재한다.

『죽음의 한 연구』는 인식주체의 탐구 과정이다.‘눈-시선, 주체와 봄/보여짐, 눈-인식주체와 깨달음, 본다=인식, 보다=알다’ 등 시선의 문제이며 이는 주체와 인식의 문제, 눈과 인식, 이성, 깨달음의 문제로 연결된다.

보편적으로 근대적인 주체는 합리적 이성을 중심으로 행동하는 주체를 의미한다. 이성을 통해 인간은 자연을 도구화하고, 그 스스로 모든 객체들을 대상화하는 절대적인 표상, 표상의 표상으로 존재한다.

근대의 사유체계는 표상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통해 모든 표상을 구성한다.

인간이라는 동일자는 세계의 모든 대상들을 매개하는 사유체계의 중심이며, 이는 주체(동일자)와 타자를 구분하고, 주체의 바깥에 놓이는 타자들을 노예화함으로써, 타자를 억압하는 동일성의 원리를 바탕으로 구성된다.

근대는 정신과 육체, 이념과 물질, 이성과 비이성 사이의 형이상학적 이원론 및 그 위계학을 더욱 강화해 나간다. 타자인 비동일자는 인간이라는 동일자를 향하여 교화되거나 계몽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근대철학의 타자는 개념의 변화를 겪고 있다. 근대철학에서 객체가 주체의 인식의 대상으로 환원됨으로써 주관화됐다면, 탈근대 철학의 타자는 주체로 환원되지 않고 동화되지 않는 타자의 타자성을 탐구한다. 타자를 주체의 정체성의 일부로 포섭한 근대담론에서 진정한 타자의 위치는 찾을 수 없었다.

『죽음의 한 연구』는 근대소설이라는 장치에 의거해서 소설이라는 틀 안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이는 박상륭의 한계이며 근대적 인식 패러다임의 한계이다. 하지만 텍스트 내부에서 이걸 벗어날 수 있는 타자성의 여지들을 죽음의 한 연구가 보여주고 있다.

근대소설이라는 장치를 못 벗어나더라도, 그 안에 있으면서 균열을 하고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탈소설’, ‘탈주체’의 모델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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