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 스폰서 비리 폭로
검사들 스폰서 비리 폭로
  • 황인술
  • 승인 2010.05.0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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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인술 논설위원
Ⅰ. 생각해보기

mbc pd수첩을 통해 검사들의 스폰서 비리가 폭로됐다. 부산·경남 지역 건설업체 사장을 지낸 정 모 씨가 pd수첩에 제보한 문건에는 지난 1984년부터 작년까지 25년 동안 자신이 접대했다는 전현직 검사 57명의 이름이 직책과 함께 적혀 있었다. 또 접대 날짜와 장소, 금액 그리고 사용한 수표의 일련번호까지 상세히 적혀 있는데 일부는 성접대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아니길 간절히 바라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이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고귀한 신분에 맞는 의무’이다. 또 파트로네스와 클리엔테스가 주는 의미도 있다. 이는 인간존중에 의한 신뢰를 밑바탕으로 유지되는 사회를 말할 때 주로 쓰이는 말이다. 모두 지도층에 대한 높은 자질과 윤리를 강조한 도덕에 관한 의무이다. 유럽 상류층은 이러한 도덕 의무를 통해 그들의 고귀한 신분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검사’는 피의자를 조사하여 범죄 사실을 확인하고 법원에 공소를 제기하는 일을 하는 자리이다. 철저한 국가관이나 사회관이 없으면 해 낼 수 없는 명예로운 직분이다. 그런데 한 둘도 아니고 50여명 이상이 ‘스폰서 검사리스트’에 올랐다는 폭로는 충격적이다. 

 우리 속담에 “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 나무란다”가 있다. 검사는 피의자를 조사하여 범죄 사실을 확인하고 법원에 공소를 제기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우리 눈앞에 폭로되었다. 

예수님이 길을 가고 있는데 사람들이 사마리아 여인에게 돌을 던지면서 “이 여자는 타락한 여자이기에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하자 예수님은 “그 여인에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 사람만 던지라” 했다. 그러자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당신들은 어떠했는가? 이제 타인의 잘잘못은 따질 수 있겠는가? 누가 이 땅의 주인인가. 억울한 백성들을 잘 지켜주라고 힘을 주었지 않은가? 그게 국가 아니던가? 그런데 성상납까지 받았다고 폭로되고 있다. 성을 팔아야 하는 아이들 상황이 어떠한지 헤아려나 보았는가. 가난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죽했으면 몸을 팔아서라도 생계를 유지하려고 나온 아이들 아닌가. 그들을 지켜주라고 힘을 주었는데 그 힘을 엉뚱한 곳에 쓴 그대들.  
    
어느 날 해거름 당신은 늘 병목현상을 일으키던 시내 진입로를 통과하면서 부잣집 마나님 마냥 토실토실 살찐 돼지들이 허연 돼지털 코트를 걸쳐 입고 도축장으로 실려 가는 것을 본 적 있는가(그 돼지들, 언젠가 뇌물 받은 밍크코트 빼입고 사회복지시설 방문하러간 적도 있었던가).

즐거운 나들이 꿈에 부푼 그 돼지들, 입도 코도 발도 항문도 음부도 너무너무 아름다운 분홍빛이었고, 저희들끼리도 너무너무 아름다운 분홍빛인줄 알았던지, 흥분한 한 녀석 다른 녀석 음부를 냄새 맡다가 쪽쪽 핥아보다가 은근슬쩍 기어 올라타다가 야단맞던 모습 보면서, 그때 당신은 당신의 성이 들켜버린 낭패감을 어떻게 감추었던가. 그때 노을이 붉었던가, 그냥 돼지 음부의 분홍빛이었던가.

-중략-

유치한 당신, 당신은 잊지 못할 것이다. 눈에 흙 들어갈 때까지, 눈에 흙 들어간 뒤에도 잊지 못할 것이다.
 
(이성복, 『나는 왜 비에 젖은 석류 꽃잎에 대해 아무 말도 못 했는가』, 문학동네, 2001)
 
“당신은 당신의 성이 들켜버린 낭패감을 어떻게 감출” 것인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아는 그들은 그들의 의무를 다했기에 가문이 영광스러울 수 있었다. 왜 그런 전략하나 없이 살아야하는 것일까? 살아가는 데는 최소한의 전략이 필요한 것 아닌가.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라도? 인간아래 동물이 있다. 동물 다음은 무엇인가 짐승이다. 짐승 아래 금수가 있다. 그래서 禽獸皆橫(금수개횡)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금수는 옆으로 미친다” 쯤 될 것이다. 아마 땅을 향해 머리를 둔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하늘을 볼 수 없도록 운명 지워져 있는 것이 금수 아니던가? 서정주의 화사는 또 어떠한가.
 
사향 박하(麝香 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얼마나 크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라운 몸둥아리냐

꽃다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던 달변(達辯)의 혓바닥이
소리잃은채 낼룽그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눌이다…… 물어뜯어라. 원통히 물어뜯어,

다라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 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 방초ㅅ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안해가 이브라서 그러는게 아니라
石油 먹은듯…… 石油 먹은듯…… 가쁜 숨결이야

바눌에 꼬여 두를까부다. 꽃다님 보단도 아름다운 빛
크레오파투라의 피먹은양 붉게 타오르는 고흔 입술이다…… 슴여라! 배암.
우리순네는 스물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흔 입설…… 슴여라! 배암.
 
(서정주, 화사(花蛇)전문)
 
밖으로는 꽃처럼 아름답게 색깔과 무늬가 있지만 속성은 육체적 욕망이 꿈틀거리는 징그러운 꽃뱀이다. 뱀은 땅을 기어 다니는 동물이다. 동물·짐승· 금수는 하늘을 보지 못한다. 먹이에 대한 추적만 있을 뿐이다. 인간만이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고 사고하는 이성이 주어져 있다. 인간이 아무리 양면성을 가진 숙명적인 존재라지만 빵 때문에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게 현실이라면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힘없는 백성들은 누구를 믿고 의지하고 살아가야 하는가. 참으로 답답할 뿐이다. 그 더러운 손과 세치 혀로 남의 잘잘못을 더 이상 따지지 말기 바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당장 내려와라. 수치스럽고 또 수치스럽다.

Ⅱ. 생각확대하기
 
1. 노블레스 오블리주
귀족(고귀한 신분, 높은 신분) 이면 꼭 지켜야 할 꼭해야할 일, 의무
 
1) 노블레스 오블리제 어원
초기 로마의 왕과 귀족들은 평민보다 앞서 솔선수범과 절제된 행동으로 국가의 초석을 다졌다. 특히 포에니 전쟁 때에는 전쟁세를 신설, 재산이 많은 원로원들이 더 많은 세금 부담을 감수했다. 그들은 제일 먼저 기부를 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레에 돈을 싣고 국고에 갖다 바쳤다. 이것을 본 평민들도 앞 다퉈 세금을 내게 됐다. 끊임없는 전쟁으로 국고가 바닥이 나자 전시국채를 발행, 유산계급과 원로원 의원 및 정부요직에 있는 사람들만 구입토록 했다. 평민들에겐 전비 부담을 요구하지 않은 것이다. 또 평민들보다 먼저 전쟁터에 나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이 같은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미덕은 중세와 근대 사회 에서도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의 표본으로 간주됐다.
 
 
▲ 2008년 영국의 해리 왕자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합동최종통제관'으로 근무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1면을 자주 장식했다.     © 독서신문

 
 
2)‘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던 예
주로 상류층 자식들이 입학하는 영국 최고의 명문인 이튼스쿨의 학생들은 전쟁이 나면 앞장서서 전쟁터로 달려가는데 제2차 세계대전 때는 한 학급 전체가 전쟁터에서 전사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벌어진 포클랜드 전쟁 때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들인 에드워드 왕자가 헬기 조종사로 참전해 함정을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을 교란하는 금속조각을 뿌리는 위험한 임무를 해내 놀라게 했다. 이렇게 모범을 보이는 유럽의 상류사회 사람들은 당연히 서민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다.
 
3) 우리나라 상류사회 ‘노블레스 오블리주’
일제강점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상류사회 사람들은 이항복 11대 손 이회영(李會榮)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회영은 한일합방으로 나라가 망하자 세 형과 두 동생을 설득해 집안 전체가 만주로 망명했다. 8대를 이어 판서를 배출하고 7대에 재상을 배출한 조선 명문가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전 집안 재산을 판 40만원(600억 원)을 들고 1910년 12월 만주로 갔다.  

만주로 간 이씨 형제들은 40만원으로 신흥무관학교를 세웠다. 1911년에 세워진 이 신흥무관학교 학생들은 이회영 집안의 돈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독립군이 되는 훈련을 받았다. 

이 신흥무관학교에서 배출된 2,100여명의 독립군들이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에서 주력으로 맹활약을 했다. 또한 6형제 아들들도 대부분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Ⅲ. 생각정리하기
 
1. 실제 사례
 
1) 영국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 전쟁을 벌일 때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차남 앤드류 왕자가 당시 전쟁에 참전 했었고 헬리콥터에 탑승해서 아르헨티나의 미사일이 영국 전함에 날아오면 헬리콥터로 대신 맞아주는 임무를 맡았다.

또한 2008년 앤드류 왕자의 포클랜드 전쟁 참전 이후 26년 만에 해리 왕자 역시 아프가니스탄에서‘합동최종공격통제관’(jtac·joint terminal attack controller)으로 근무했다. jtac은 공군에 지상 폭격을 요청하는 일을 한다. 

 
2) 조선
최부자집 가훈
첫째,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말라.
둘째, 재산은 만석 이상 모으지 말라.
셋째, 과객(過客)을 후하게 대접하라.
넷째,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매입하지 말라.
다섯째, 최씨 가문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여섯째,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2. 파트로네스 , 클리엔테스
'클리엔테스'와 '파트로네스'의 특수한 신분질서 역시 로마인들의 인간존중의 사고에서 비롯된 신뢰를 밑바탕으로 하여 형성된 것이다. 노예 혹은 출신지역이나 영지 내의 하위시민계급을 지칭하는 클리엔테스가 오늘날의 고객을 의미하는 클라이언트의 어원이라는 사실은 그대로 로마 사회의 인간존엄을 보여주는 척도다.

고대 로마시대의 인간관계를 나타내는 명칭으로 파트로네스(지방의 유력자, 후원자, 보호자. 말하자면 그 당시 지역의 유력한 귀족을 나타내는 말)는 많은 클리엔테스를 거느린다. 유명한 명장 폼페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등도 파트로네스였다.

클리엔테스는 지지자, 후원자, 피보호자. 파트로네스의 보호와 후원을 받고 그를 지지하는 평민세력을 말한다. 왕이나 황제, 귀족, 기사계급(신흥 세력자, 경제권자들 지칭), 로마시민, 해방노예, 노예 등이 있는 시대에서 파트로네스와 클리엔테스는 서로 돕고 지지하는 관계에 속해 있었다. 이 관계는 나라와 나라사이에도 적용이 되어 정복한 땅을 로마는 '클리엔테스화'시킨다.

특이한 것은 '해방노예'라는 계급인데 고대 로마에서의 노예는 경제력이나 지식 등을 어느 정도 갖추면 노예에서 해방되어 선거권을 갖는 시민이 될 수 있었다. 교사, 집사, 비서 등은 노예 중에서도 상급이고 능력 있는 노예들은 비싼 돈을 치루면서도 파트로네스들이 서로 데려가려했다. 즉 파트로네스는 자신의 클리엔테스를 도와줄 의무가 있으며 클리엔테스는 자신의 파트로네스를 위해서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 행동을 한다.

현대와 와서 이와 같은 차별이 없어진 것 같이 보이지만 위와 같은 인간관계는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아직도 존재한다. 우리나라 사회에도, 국가와 국가 간에도 적용되며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의 클리엔테스인 셈이다.

Ⅳ. 논제찾아보기
 
농부에 답함(答田夫) (정도전(鄭道傳))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낮고 기울고, 좁고 더러워서 마음이 답답했다. 하루는 들에 나가 노닐다가 농부 한 사람을 보았는데, 눈썹이 기다랗고 머리가 희고 진흙이 등에 묻었으며, 손에는 호미를 들고 김을 매고 있었다. 내가 그 옆에 다가서서 말했다.

“노인장 수고하십니다.” 

 농부는 한참 후 나를 보더니 호미를 밭이랑에 두고는 언덕으로 걸어 올라와 두 손을 무릎에 얹고 앉으며 턱을 끄덕이어 나를 오라고 했다. 나는 그가 연로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공손한 걸음걸이로 다가가서 예를 차려 두 손을 맞잡고 섰더니 농부가 물었다. 

“그대는 어떠한 사람인가? 그대의 의복이 비록 해지기는 하였으나 옷자락이 길고 소매가 넓으며, 행동거지가 의젓한 것을 보니 혹 선비가 아닌가? 또 수족이 갈라지지 아니하고 뺨이 풍요하고 배가 나온 것을 보니 조정의 벼슬아치가 아닌가? 무슨 일로 여기에 왔는가? 나는 노인이며 여기서 나서 여기에서 늙었기 때문에, 거친 들과 장기(瘴氣 : 축축하고 더운 땅에서 생기는 독기)가 가득 찬 궁벽한 시골에서 도깨비와 더불어 살고 물고기와 더불어 사는 처지가 되었지만, 조정의 벼슬아치라면 죄를 짓고 추방된 사람이 아니면 여기에 오지 않는데, 그대는 죄를 지은 사람인가?” 

“그러합니다.” 

 “무슨 죄인가? 아마도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또는 처자를 먹여 살리려고, 또는 거마(車馬)나 가옥에 관한 일 때문에, 불의(不義)를 개의치 않고 끝없이 탐욕을 부림으로써 죄를 얻은 것이 아니겠는가? 아니면 벼슬을 꼭 해야겠는데 스스로 이를 능력이 없어서 권신을 가까이하고, 세도에 붙어 거진마족(車塵馬足)의 사이에 분주하면서(그들의 행차에 졸졸 따라다니다가) 남은 술이나 찌꺼기 안주 같은 것을 얻어먹으려고 어깨를 움츠리고 아첨을 떨며 구차하게 즐거움을 취하는 데에 애를 썼기 때문에 어쩌다가 한 자급(資級)을 얻었으나, (벼슬자리 하나를 얻게 되었으나) 여러 사람이 모두 성을 내어 하루아침에 실세(失勢)하여 마침내 죄를 얻은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말을 단정하게 하고 얼굴빛을 바르게 하여, 겉으로 겸손한 체하여 헛된 이름을 훔치고, 어두운 밤에는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마치 날아다니는 새가 사람에게 의지하는 태도를 지어 애걸하고, 가엾게 보여 굽게 결탁하고 횡으로 맺아 녹위(祿位)를 낚아서 혹 관수(官守)에 있거나 혹 언책(言責)을 맡거나 녹만을 먹고 그 직책은 돌아보지 않으며, 국가의 안위와 생민(生民)의 휴척(休戚 : 편안함과 근심. )과 시정(時政)의 득실과 풍속의 미악(美惡)에 있어서는 막연히 뜻을 두지 않아 진(秦)나라 사람이 월(越)나라 사람의 살찌고 여윈 것 보듯이 하며, 자기 몸만 온전히 하고 처자를 보호하는 계책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만일 충의지사(忠義之士)가 있어서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국가의 급한 일에 나아가 직분을 지키고 바른말을 하거나 곧은 도를 행하다가, 화를 당하게 된 것을 보면, 안으로는 그 이름을 꺼리고 밖으로는 그 패한 것을 다행으로 여겨 비방하고 비웃으며 스스로 계책을 얻은듯하다가 공론이 비등하고 천도가 무심하지 않아 그만 간사한 것이 드러나고 죄가 발각되어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인가?” 

“그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장수가 되어서 널리 당파를 만들어 앞에서 몰고 뒤에서 옹위하며, 아무 일도 없을 때에는 큰 소리로 공갈을 쳐서, 왕의 은총을 받아 관록(官祿)과 작상(爵賞 : 벼슬을 새로 주거나 높여 주어 포창하던 일)을 뜻대로 이루어 자만심이 가득차고 기운이 성하여 조사(朝士)들을 경멸하다가, 적군을 만나게 되면, 범 가죽은 비록 아름답지만 본질이 양이라 겁을 잘 내어, 교전을 하지 않고 적의 풍진(風塵)만 보아도 먼저 달아나 생령(生靈)을 적의 칼날에 버리고 국가의 대사를 그르치기라도 하였는가? 

아니면, 경상(卿相)이 되어서 제 마음대로 고집을 세우고 남의 말은 듣지 않으며 자기에게 아첨하는 이는 즐거워하고 자기에게 붙는 이는 들어 쓰며, 곧은 선비가 말을 거스르면 성을 내고, 바른 선비가 도를 지키면 배격하며 임금의 작록(爵祿)을 훔쳐 자기의 사사 은혜로 만들고, 국가의 형전(刑典)을 희롱하여 자기의 사용으로 삼다가 악행이 많아 화가 이르러 이러한 죄에 걸린 것인가?” 

“그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대의 죄목을 나는 알겠도다. 그 힘의 부족한 것을 헤아리지 않고 큰소리를 좋아하고, 그 시기의 불가함을 알지 못하고 바른말을 좋아하며, 지금 세상에 나서 옛사람을 사모하고 아래에 처하여 위를 거스른 것이 죄를 얻은 원인이로다. 옛날 가의(賈誼)가 큰소리를 좋아하고, 굴원(屈原)이 곧은 말을 좋아하고, 한유(韓愈)가 옛 것을 좋아하고, 관용방(關龍逄)이 윗사람에게 거스르기를 좋아했다. 이 네 사람은 다 도(道)가 있는 선비였는데도 혹은 폄직(貶職 : 벼슬이나 직위가 낮은 자리로 떨어짐 )되고 혹은 죽어서 스스로 자기 몸을 보전하지 못하였거늘, 그대는 한 몸으로서 몇 가지 금기(禁忌)를 범하였는데 겨우 귀양만 보내고 목숨은 보전하게 하였으니, 나 같은 촌사람이라도 국가의 은전이 너그러움을 알 수가 있도다. 그대는 지금부터라도 조심하면 화를 면하게 될 것이오.”

하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서 그가 도가 있는 선비임을 알았다. 그리하여 청하기를

“노인장께서는 은군자(隱君子)이십니다. 객관(客館)에 모시고 글을 배우고자 합니다.”    “나는 대대로 농사짓는 사람이오. 밭을 갈아서 국가에 세금을 내고 나머지로 처자를 양육하니, 이 밖의 것은 나의 알 바가 아니오. 그대는 물러가서 나를 어지럽히지 마오.”

하고 다시 말하지 않았다. 나는 물러나와 ‘저 노인은 장저(長沮)ㆍ걸익(桀溺) 같은 사람이라.’고 탄식하였다.
 
1. 검사 스폰서 사건과 연관지어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연결 지어 설명해 보시오.

2. 선비 정신과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비교하여 자신의 생각을 쓰시오.

3. 고귀한 의무(noblesse oblige)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말해 보시오.
 
/ 황인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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